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9.3. 겨울나라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1994년부터 모든 바람이(에어컨 + 선풍기)가 없는 살림을 이었습니다. 어느새 서른 해란 나날을 부채를 쥔 채, 때로는 부채조차 없이 여름나기를 하며 살았습니다. 이렇게 살아오며 ‘미친놈’이나 ‘돌대가리’란 말을 흔히 들었습니다. 그러나 으레 “우리가 언제 선풍기나 에어컨을 쓰며 살았나요? 선풍기조차 기껏 쉰 해조차 안 되었을 텐데요?” 하고 대꾸하지만, 고작 쉰 해 앞서만 해도 바람이(선풍기)를 거느릴 엄두조차 없이, 아니 ‘바람이’라고 하면, 따로 빛(전기)을 먹여서 돌리는 틀(기계)이 아니라, 철마다 새롭게 풀꽃나무를 스치면서 싱그러이 부는 바람을 가리키는 줄 헤아리던 사람은 가뭇없이 사라져요.


  시골집에서 아무런 바람이를 안 거느리는 채 여름을 싱그러이 누리던 두 아이를 이끌고서 경기 일산으로 마실을 나왔습니다. 곧 흙으로 돌아갈 할아버지를 만나러 나온 길인데, 서울(도시)은 전철도 얼음나라요, 길손채(숙소)도 얼음나라입니다. 가게(마트 및 편의점)도 얼음나라일 뿐 아니라, 어디를 가든 몽땅 얼음나라입니다. 겨울나라조차 아닌 꽁꽁 얼려서 마음도 눈도 생각도 죽여버리려는 수렁이에요.


  여름에 땀을 안 흘리는 사람들이 ‘땀’이 무엇인지 어찌 알까요? 여름에 얼음나라에 갇혀 오들오들 떠는 아이들이 ‘여름’이라는 철이 사람한테 어떻게 이바지하는 숲빛인지를 어떻게 배울까요?


  여름이 여름나라가 아니라 얼어붙는 서울(도시)은, 겨울이 겨울나라가 아닌 더워서 혀를 내두르는 죽음터요, 이런 죽음터에서는 죽음글에 죽음글이 쏟아질밖에 없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