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못 가네 (사진책도서관 2016.3.18.)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하루 내내 비가 온 날, 작은아이는 도서관에 가고 싶습니다. 도서관으로 옮긴 장난감 자동차가 그립기 때문입니다. 비가 하루 내내 오기에 평상 새로 짜는 일은 하루를 쉽니다. 도서관 살림도 건사하면서 집 안팎 살림도 건사하느라 부산한 봄입니다. 이제 곧 뒤꼍도 쟁기로 땅을 살살 갈아서 씨앗을 심을 텐데, 그러면 더욱 부산한 봄날이 될 테지요.


  저녁나절에 빗줄기가 그칩니다. 비가 그친 모습을 본 작은아이는 얼른 도서관에 가자고 조릅니다. 하얗게 비안개가 낀 날에 자전거를 이끌고 나옵니다. 도서관 어귀에 물이 잔뜩 고인 모습을 보면서 “길이 너무 질척거리니 이튿날 오면 어떨까?” 하고 묻습니다. 길이 질척거려도 풀 돋은 데를 밟고 가면 된다는 작은아이를 살살 달래면서 자전거 나들이를 합니다.


  하루 도서관 나들이를 못해서 서운한 작은아이일 텐데, 고맙게 봐줍니다. 게다가 자전거 나들이를 하는 동안 수레에 앉아서 ‘싱싱 달리는 동그란 바퀴 자전거’ 노래를 신나게 불러 줍니다. 귀여운 아이한테서 사랑받는 예쁜 도서관이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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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라도닷컴> 2016년 3월호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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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도서관 풀내음

― 봄을 기다리는 빗물놀이



  겨울이 저물고 봄이 찾아오려는 문턱입니다. 한겨울에도 맨발차림으로 놀고팠던 아이들은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자꾸 “이제 곧 봄이야?” 하고 물어요. 그러면 나는 아이들한테 되물어요. “너희가 보기에 봄이 언제 올 듯하니? 나무한테 물어보고, 바람한테 물어보렴. 봄이 얼른 오기를 바라면 해님한테도 얘기해 봐.”


  집에 텔레비전을 놓지 않으니 우리는 텔레비전을 안 보며 삽니다. 텔레비전을 안 보니 사건이나 사고 이야기를 안 보고, 날씨 이야기도 안 봐요. 우리가 보는 곳은 마당이요 뒤꼍이며 나무이고 하늘이며 땅이고 도랑물하고 냇물입니다. 서로서로 얼굴을 바라봅니다.


  바야흐로 따스하구나 싶은 바람이 새삼스레 찾아오는 때를 맞이하여 이불빨래를 신나게 합니다. 한겨울에 이불을 빨면 제대로 마르지 않아 눅눅해요. 가을에 빨래한 뒤 겨우내 덮던 이불은 봄을 앞두고 발로 힘차게 꾹꾹 밟으면서 빨아요. 마당 한복판에 아침에 널면 해질녘이면 보송보송하게 마릅니다. 이렇게 포근한 날씨가 되니 아이들은 저희한테 가장 재미나다는 흙놀이를 즐깁니다. 두 손으로 흙을 뭉쳐서 흙만두를 빚습니다. 흙빵을 구우며, 흙밥을 짓습니다. 한겨울에도 맨손으로 흙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봄맞이 흙놀이를 새롭게 합니다. 땅이 보들보들하게 녹으면 이 아이들하고 함께 괭이를 쥐고 뒷밭을 갈면서 일놀이를 할 만하겠네 싶습니다.


  그런데 포근해졌다가 갑자기 쌀쌀해지면서 잎샘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리면, 혀를 내밀면서 눈을 받아먹으며 놀지요. 모처럼 마을길에 눈이 쌓이면 함께 빗자루를 들고 고샅을 쓸다가 눈을 뭉치다가 슬그머니 눈덩이를 먹습니다. “눈 맛있니? 겨울맛이지? 이제 겨울이 가면 한동안 구경할 수 없는 재미난 맛이야.”


  잎을 시샘하고 꽃을 시샘하던 추위가 다시 꺾이고 봄더러 어서 오라며 비가 옵니다.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놀던 아이들은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놉니다. “아버지, 우산 안 쓰고 비놀이 해도 돼요?” 하고 빙글빙글 웃으며 묻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네가 놀고 싶으면 얼마든지 놀아야지.” 추위도 더위도 벗님이고, 바람도 햇볕도 이웃님입니다. 눈님도 비님도 동무님이에요. 모두 우리 곁에 있는 살가운 숨결이면서 놀이벗이자 놀이이웃이고 놀이동무입니다.


  웬델 베리 님이 쓴 《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를 읽어 봅니다.


  “내 소년 시절 이 지역은 그냥 시골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시골이었다. 농장 규모는 보통 다 작았다. 이런 농장들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농장은 단순히 생계 수단일 뿐 아니라 주거의 장소이자 삶의 원천이었다(93쪽).”


  우리는 먹고살려는 뜻으로 땅을 부칩니다. 돈을 벌려는 뜻이 아니라 ‘먹고’ ‘살려고’ 땅을 부쳐요. 오래된 한국말인 ‘먹고살다’인데, 한국말사전에서는 이 낱말을 “생계를 유지하다”로만 풀이하지만, 먼 옛날부터 ‘먹고살다’라 말할 적에는 “생계 유지”를 넘어서, 삶을 짓는 ‘밥(먹다)’하고 기쁨을 짓는 ‘살림(삶·살다)’을 함께 나타냈다고 느껴요. 예부터 시골사람은 누구나 ‘먹고살려’는 뜻에서 땅을 부쳤어요. 전쟁을 하려는 뜻이 아니고, 정치권력을 드높이거나 종교 목적으로 땅을 부치지 않아요. 경제발전이나 사회발전 때문에 땅을 부치지 않습니다. 첫째, 몸을 살찌우는 밥을 얻으려고 땅을 부쳐요. 둘째, 마음을 가꾸는 슬기로운 살림을 사랑스레 지으려고 땅을 부쳐요.


  바쁜 일철에는 부지깽이도 일손을 거들고, 한갓진 ‘쉼철’에는 나그네도 한집붙이가 되어 나란히 밥상을 받으면서 넉넉하게 잔치를 벌입니다. 함께 짓는 살림이면서 서로 북돋우는 삶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고형렬 님이 쓴 《은빛 물고기》(최측의농간,2016)라는 책도 읽어 봅니다.


  “치어들의 어미 연어는 사라지고 그 대신 자연이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은 연어 생명이 의지하고 진화해 온 오묘한 은혜다(65쪽).”


  사람뿐 아니라 물고기도 어미 혼자 새끼를 기르지 않습니다. 새도 벌레도 어미 혼자 새끼를 돌보지 않습니다. 들짐승도 이와 같아요. 온누리 모든 어버이(어미)는 아이(새끼)가 슬기로우면서 사랑스레 자라도록 온힘을 쏟습니다만, 어버이 사랑이나 손길로만 아이들이 자라지 않아요. 아이 하나가 오롯이 자라는 데에는 온마을 어른이 모든 슬기와 사랑을 모은다고 했듯이, 어버이를 비롯해서 온마을 어른이 따스히 아낄 뿐 아니라, 바람도 해도 별도 비도 눈도 흙도 나무도 풀도 나비도 벌레도 짐승도 벌도 꽃도 ‘돌봄이’ 구실을 해 줍니다. 숲에서 난 것을 먹는 삶이고, 숲에서 난 것으로 옷을 짓는 살림이며, 숲에서 난 것이 집을 짓는 바탕이 되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누구나 숲살림이고 숲살이요 숲사람이자 숲넋이랄까요.


  시골에는 학원이 적고, 놀이시설이나 문화시설도 적으며, 읍내 도서관도 작아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와 푸름이는 도시 아이들처럼 학원 열 군데를 다니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학원 서너 군데조차 다니기 어렵습니다. 학원이 워낙 적고 읍내에만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리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어린이와 푸름이한테는 더없이 고운 바람이 있고 해하고 별하고 달이 있어요. 밤마다 별잔치를 누리고, 낮에는 따사로운 햇볕에다가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흐르는 구름을 지켜볼 수 있어요. 텔레비전에 기대지 않아도 하늘을 보며 날씨를 읽는 눈썰미를 배우지요. 대학교를 안 다녀도 흙을 손수 만지고 일구면서 흙살림을 익히고요.


  봄을 기쁘게 기다리며 빗물놀이를 합니다. 봄을 꿈꾸며 흙놀이를 합니다. 봄을 마음에 고이 품으며 살림놀이를 합니다. 시골아이는 소꿉놀이를 즐기면서 새로운 삶과 살림과 사랑을 이 땅에 짓는 작은 손길을 스스로 북돋웁니다. 어머니한테서 뜨개질을 배우고, 아버지한테서 말을 배웁니다. 이제 함께 밭자락을 새로 가꿀 기쁜 봄입니다. 2016.2.19.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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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말 22 (사진책도서관 2016.3.1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



  도서관 편지(소식지)라고 할 〈삶말〉 22호를 보름 앞서 마련했는데, 막상 보름 앞서는 마흔여덟 통만 부치고 그동안 더 못 부쳤습니다. 도서관 청소랑 집 청소를 하느라 날마다 부산을 떤 터라 봉투에 주소를 더 쓰지 못하고 우체국에도 좀처럼 가지 못한 나날이었어요. 마당에 놓은 평상 하나를 다 손질하고 옻도 앞뒤로 모두 바르고 나서야 비로소 숨을 돌리며 열다섯 통 주소를 더 썼습니다. 낮에 아이들을 이끌고 우체국에 가서 비로소 부쳤으니, 이제 열 통쯤 주소를 더 써서 부치면 됩니다.


  새봄이 되어 따스한 볕을 받으면서 평상에 엎드려서 봉투 주소를 적으니 무척 즐겁습니다. 새로 바른 옻도 나무에 잘 스며들어 마치 새 나무로 짠 평상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바깥에 내놓는 평상은 으레 해마다 옻을 바른다고 하는데, 지난 다섯 해 동안 우리 집 평상은 그냥 바깥에 두기만 했어요. 올해부터는 이 평상을 잘 건사하자고 생각합니다. 도서관 살림도 이와 마찬가지예요. 그대로 책만 고이 모시는 도서관이 아니라, 책마다 깃든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이웃님한테 널리 퍼뜨리는 ‘이야기 씨앗 징검다리’ 구실을 신나게 하자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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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3-1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옻칠이 곱게 잘된 듯 ~^^

숲노래 2016-03-17 18:11   좋아요 1 | URL
여러 겹 다시 바르고 또 발랐습니다 ^^

[그장소] 2016-03-17 18:21   좋아요 0 | URL
살림 ㅡ이란 글이 옻칠을 살려 내는 것과도 같이보여 좋습니다 ㅡ^^
 


 책을 꽂을 때 (사진책도서관 2016.3.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



  우리 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 아닌 서재도서관(개인도서관)입니다. 나라나 지자체에서 도서관 살림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나라나 지자체에서도 서재도서관을 도와주는 제도를 마련할는지 모르겠으나, 아직 이런 제도는 없습니다. 책꽂이를 새로 짜든 책을 새로 사들이든 우리 스스로 모두 마련합니다. 그래서 책꽂이나 책을 들일 적에 살짝 고단하기도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우리가 마음을 기울이는 책을 즐겁게 둘 수 있어요. 퍽 묵은 책도 스스럼없이 책꽂이에 놓을 수 있고요.


  새로 나온 책은 사람들 손길을 타면서 차츰 ‘헌책’으로 바뀝니다. 헌책이란 “낡은 책”이 아니라 “손길을 타며 읽힌 책”이니, 어느 도서관이든 책냄새는 “사람들 손길 냄새”이리라 봅니다.


  그동안 책꽂이를 꾸준히 늘렸기에 처음에는 꽤나 빽빽하게 꽂은 책을 살짝 느슨하게 펼쳐 봅니다. 책겉이 환히 드러나면 한결 재미있는 이야기가 솟는 묵은 책이 많습니다. 우리 서재도서관은 ‘묵은 책을 손으로 만지면서 살필 수 있는’ 전시관과 같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참말로 모든 책은 아무리 낡거나 삭아도 손길을 타야 더 오래 갈 수 있다고 느끼거든요. 손길을 타지 못한 채 유리 진열장에 갇히는 책은 책다운 숨결을 잇기 어렵다고 느껴요.


  책을 새로 꽂을 때마다 이 책 하나를 이곳에 둘 수 있어서 즐거우면서 고맙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두 손으로 만지면서 살필 손님을 기다리면서 즐겁고, 이 책을 이곳에 둘 수 있도록 알뜰히 엮어서 펴낸 글쓴이와 출판사가 고맙습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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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자전거 (사진책도서관 2016.3.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



  도서관 한쪽에 얌전히 눕혀 놓은 자전거가 있습니다. 이 자전거를 아는 사람은 ‘자전거’인 줄 알지만, 이 자전거를 모르는 사람은 뭔가 알쏭하게 생긴 것으로 여기거나 아예 쳐다보지 않습니다. 여느 때에는 접어서 두는 자전거인데, 접힌 모습을 풀어서 척척 맞추면 세모꼴 자전거가 돼요. 이 자전거 이름은 ‘스트라이다’입니다.


  내가 이 스트라이다 자전거를 언제 처음으로 탔는지 가물거리는데, 새 자전거로 장만하지는 못하고, 헌 자전거를 장만했습니다. 그런데 나한테 이 자전거를 판 분은 손잡이가 망가진 채 몰래 넘겼어요. 내리막에서 손잡이가 갑자기 풀려서 하마터면 아주 크게 다칠 뻔했습니다. 깜짝 놀라서 이 자전거를 나한테 넘긴 분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안 받더군요. 그분은 나한테 ‘망가진 자전거’를 바가지를 씌워서 넘긴 뒤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러구러 망가진 자전거를 넘겨받았지만 이모저모 손질하고 고치고 부품을 갈면서 탔어요. 얼추 4만 킬로미터를 달렸지 싶습니다. 벨트가 두 번 끊어져서 두 번 갈았고, 바퀴도 숱하게 갈았어요. 그렇지만 다른 부속은 갈아도 자전거 뼈대가 너무 낡고 닳아서 더는 굴리지 않습니다. 나와 함께 꽤 기나긴 길을 달린 고마운 자전거이기에 도서관 한쪽에 얌전히 놓았어요.


  여섯 살 자전거돌이가 이 자전거를 영차영차 끌면서 놉니다. 펴서 세우면 여섯 살 자전거돌이 키만 한데에도 씩씩하게 끌면서 도서관 구석구석을 돕니다. 자전거돌이야, 이 자전거 멋있지? 앞으로 네 아버지가 즐겁게 살림돈을 모아서 이 멋진 자전거를 여러 대 장만해 볼게. 우리 식구가 다 함께 이 자전거를 타고서 신나게 나들이를 다녀 보자꾸나. 네 아버지는 이 자전거로 4만 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리면서 그야말로 온갖 이야기를 누렸고 겪었고 담았고 사랑했고 살았어. 너도 앞으로 기나긴 길을 네 자전거로 달릴 테고, 네 다리로 걸을 테며, 어쩌면 너는 자동차를 장만해서 아버지보다 훨씬 기나긴 길을 달릴는지 몰라. 아니면 하늘을 훨훨 날거나 우주로도 다녀올 수 있겠지.


  오늘 걷는 이 길은 앞으로 다가올 모레를 맞이하는 자그마한 힘이 된다고 느낍니다. 어제 걸은 저 길은 바로 오늘을 새롭게 맞이하는 조그마한 힘이 되는구나 하고 느껴요. 우리 도서관은 우리 살림이고, 우리 자전거는 우리 노래입니다. 우리 시골은 우리 사랑이고, 우리 책은 우리 마음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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