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말 22 (사진책도서관 2016.3.1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
도서관 편지(소식지)라고 할 〈삶말〉 22호를 보름 앞서 마련했는데, 막상 보름 앞서는 마흔여덟 통만 부치고 그동안 더 못 부쳤습니다. 도서관 청소랑 집 청소를 하느라 날마다 부산을 떤 터라 봉투에 주소를 더 쓰지 못하고 우체국에도 좀처럼 가지 못한 나날이었어요. 마당에 놓은 평상 하나를 다 손질하고 옻도 앞뒤로 모두 바르고 나서야 비로소 숨을 돌리며 열다섯 통 주소를 더 썼습니다. 낮에 아이들을 이끌고 우체국에 가서 비로소 부쳤으니, 이제 열 통쯤 주소를 더 써서 부치면 됩니다.
새봄이 되어 따스한 볕을 받으면서 평상에 엎드려서 봉투 주소를 적으니 무척 즐겁습니다. 새로 바른 옻도 나무에 잘 스며들어 마치 새 나무로 짠 평상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바깥에 내놓는 평상은 으레 해마다 옻을 바른다고 하는데, 지난 다섯 해 동안 우리 집 평상은 그냥 바깥에 두기만 했어요. 올해부터는 이 평상을 잘 건사하자고 생각합니다. 도서관 살림도 이와 마찬가지예요. 그대로 책만 고이 모시는 도서관이 아니라, 책마다 깃든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이웃님한테 널리 퍼뜨리는 ‘이야기 씨앗 징검다리’ 구실을 신나게 하자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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