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 끄는 어린이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1.24.



 아버지가 도서관에서 책을 갈무리하는 동안 아이는 제 마음대로 뛰논다. 사다리를 타기도 하고, 아버지 세발이로 사진찍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우리 손수레 바닥에 나무를 대자고 생각하며 집으로 끌고 오기로 한다. 아이는 제가 손수레를 끌겠단다. 판판한 길에서는 용을 쓰며 조금 끌기는 하지만 흙길이나 오르막은 아이 힘으로는 못 끈다. 아이보고 손잡이 안쪽으로 들어가라 이른다. 나는 뒤에 서서 민다. 아이가 앞에서 영차영차 끈다. 씩씩한 아이야, 너는 머잖아 이 손수레에 동생을 태우고 네 힘으로 이끌 수 있겠구나. 몇 해쯤 있으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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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 따는 아이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1.22.



 도서관 문을 딸 때에 아이는 늘 “저가요, 저가요, 저가 할게요.” 하면서 콩콩 뛴다. 아이가 열쇠를 따고, 사이에 낀 긴못을 꺼내겠단다. 딱 아이 눈높이 자리에 있는 긴못이기에 아이가 꺼내기 좋고, 아이가 자물쇠를 따고 채우기 좋을는지 모른다. 차근차근 책더미를 끌르고 제자리를 찾고, 또 새 책꽂이를 들여 찬찬히 갈무리하면 아이가 신나게 이리 달리고 저리 뛸 책놀이터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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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가는 논둑길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1.15.



 논둑길을 타고 도서관으로 간다. 멧골집에 깃들던 때 책꽂이들이 잔뜩 먹어야 하던 곰팡이를 닦고 털어야 하기에 아침에 창문을 모조리 열고는 저녁에 닫는다. 책꽂이에 한 번 내려앉은 곰팡이는 닦고 털고 말리면 다시 안 피어날까. 애써 닦는달지라도 다시금 스멀스멀 피어나려나. 바람 잘 들고 햇살 잘 비치는 옛 흥양초등학교 자리가 좋다고 느낀다. 이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뛰놀며 배우던 지난날에는 한겨울에도 밝은 햇볕을 받으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었겠지. 한겨울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이 골고루 들어오니, 이곳 아이들은 고운 햇살을 고마이 받으면서 마음껏 뛰놀며 배울 수 있었겠지.

 도시 한복판에 도서관을 세우더라도 도서관 둘레로 흙을 밟으면서 걸을 길이랑, 흙을 손으로 만지며 일굴 밭을 함께 마련하면 참 좋겠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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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책 옮긴 지 이틀째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1.10.



 11월 8일 드디어 책을 옮겼다. 내 살림집에 책이 있지 않다 보니 얼마나 조마조마하며 애가 탔는지 모른다. 이 책들이 곰팡이를 얼마나 먹으면서 시름시름 앓는지 걱정스럽고, 끈에 묶인 채 숨이 막히느라 고달파 하는 소리를 듣기 힘겨웠다.

 아침 일곱 시 반부터 책을 짐차에 싣는다. 두 시간 남짓 들여 짐차에 책을 다 싣는다. 짐차에 책을 워낙 많이 실은 탓에 충청북도 음성에서 전라남도 고흥까지 짐차가 닿는 데에 여덟 시간 즈음 걸린다. 책꽂이와 책을 내려 등짐으로 옛 흥양초등학교 교실로 나르는 데에 다섯 시간 남짓 걸린다.

 어찌 되든 다 옮겼다. 이래저래 말과 일과 뭐가 있든 없든 일을 다 해낸다. 책은 다 왔을까? 사이에 새거나 사라지지 않았을까? 샌 책이 있든 사라진 책이 있든 어쩌는 수 없다고 느끼나, 이 큰 덩이를 모두 옮길 수 있기에 홀가분하다. 이제부터 나는 내 사랑스러운 책들로 사랑스러운 삶을 누리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쓰고 싶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시골자락에서 옆지기가 마음밭과 흙밭을 예쁘게 일구는 나날을 즐거이 누리고 싶다. 잔뜩 쌓인 책을 갈무리하는 일은 이제부터 기쁘게 하기만 하면 된다. 재촉하거나 다그치는 사람이란 없다. 해코지하거나 헐뜯거나 등칠 사람 또한 없다. 나는 내 삶을 아끼면서 내 책을 아끼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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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 벽종이 붙이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0.21.


 네 식구 새로 살아갈 시골집 작은방 한 곳에 벽종이를 붙입니다. 얼마 안 되는 자그마한 방인데, 이 방 하나에 벽종이를 붙이느라 하루해가 넘어갑니다. 벽종이를 붙이는 품보다 낡은 벽종이를 긁어서 떼느라 훨씬 오래도록 더 많이 품을 들여야 합니다.

 하룻밤 묵히고 이듬날 새벽에 들여다봅니다. 저녁에는 좀 들뜬다 싶던 자리가 하룻밤 자면서 제법 가라앉습니다. 썩 볼 만하지 않으나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어제 작은방 하나를 벽종이 붙여 보았으니 오늘은 곁달린 작은방에도 벽종이를 잘 붙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곁달린 작은방은 보꾹까지 해야 할 텐데요. 곁달린 작은 방에는 나무로 얹은 시렁까지 있습니다.

 오늘은 아침 여덟 시에 삽차가 와서 헌 웃집을 헐기로 했습니다. 헌 웃집을 헐고 바닥을 판판하게 골라 도서관 자리로 삼을 생각입니다. 이 일을 얼른 마무리지어야 책짐과 남은 살림을 고흥 시골자락에 풀어놓을 수 있습니다. 옆지기 어머님과 아버님이 함께 오셔서 일손을 많이 거들기 때문에, 혼자 했으면 한 달은 넉넉히 걸릴 만한 일을 며칠 만에 해냅니다. 오래 빈 집을 손질하느라 아이들한테 살가이 말마디 건넬 겨를을 내지 못합니다. 새근새근 자는 아이들 얼굴을 들여다볼 때에만 예쁘다 여기지 말고, 말똥말똥 눈을 뜬 낮 동안 예쁘게 얼싸안을 수 있자면, 내 몸을 어떻게 건사해야 좋을까요. 제 어버이가 다른 일로 바빠 저희를 들여다보지 못하는구나 하는 아이들 자리에서 나를 바라본다면 내가 얼마나 심심하고 따분한 어버이인지 느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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