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벽종이 붙이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0.21.


 네 식구 새로 살아갈 시골집 작은방 한 곳에 벽종이를 붙입니다. 얼마 안 되는 자그마한 방인데, 이 방 하나에 벽종이를 붙이느라 하루해가 넘어갑니다. 벽종이를 붙이는 품보다 낡은 벽종이를 긁어서 떼느라 훨씬 오래도록 더 많이 품을 들여야 합니다.

 하룻밤 묵히고 이듬날 새벽에 들여다봅니다. 저녁에는 좀 들뜬다 싶던 자리가 하룻밤 자면서 제법 가라앉습니다. 썩 볼 만하지 않으나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어제 작은방 하나를 벽종이 붙여 보았으니 오늘은 곁달린 작은방에도 벽종이를 잘 붙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곁달린 작은방은 보꾹까지 해야 할 텐데요. 곁달린 작은 방에는 나무로 얹은 시렁까지 있습니다.

 오늘은 아침 여덟 시에 삽차가 와서 헌 웃집을 헐기로 했습니다. 헌 웃집을 헐고 바닥을 판판하게 골라 도서관 자리로 삼을 생각입니다. 이 일을 얼른 마무리지어야 책짐과 남은 살림을 고흥 시골자락에 풀어놓을 수 있습니다. 옆지기 어머님과 아버님이 함께 오셔서 일손을 많이 거들기 때문에, 혼자 했으면 한 달은 넉넉히 걸릴 만한 일을 며칠 만에 해냅니다. 오래 빈 집을 손질하느라 아이들한테 살가이 말마디 건넬 겨를을 내지 못합니다. 새근새근 자는 아이들 얼굴을 들여다볼 때에만 예쁘다 여기지 말고, 말똥말똥 눈을 뜬 낮 동안 예쁘게 얼싸안을 수 있자면, 내 몸을 어떻게 건사해야 좋을까요. 제 어버이가 다른 일로 바빠 저희를 들여다보지 못하는구나 하는 아이들 자리에서 나를 바라본다면 내가 얼마나 심심하고 따분한 어버이인지 느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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