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미코 1
요시모토 마스메 지음, 이병건 옮김 / 노엔코믹스(영상노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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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82


《쿠마미코 1》

 요시모토 마스메

 이병건 옮김

 노블엔진

 2016.3.25.



  멧골에 사는 아이는 도시로 가고 싶습니다. 멧골에서는 만날 사람도 적고, 뭔가 새롭다 싶은 일이 적다고 여깁니다. 이 말 그대로 도시에는 사람으로 늘 북적이고 뭔가 새롭다 싶은 일이 잔뜩 있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면 사람을 자주 만나기에 즐거울까요? 늘 뭔가 일이 있으니 재미있을까요? 그리고 멧골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어떤 새로운 하루를 열 만하고, 어떤 이웃하고 사귀면서 즐거울 만할까요? 《쿠마미코》 첫걸음은 멧골에서 곰이랑 함께 살아가는 아이가 나옵니다. ‘쿠마’라는 이름이 들어간 멧골마을은 마을이름처럼 곰을 가까이 두면서 지낸다고 합니다. 곰을 꺼리는 일이 없고, 곰도 사람하고 말을 섞는다고 해요. 어느 모로 본다면 사람들이 곰말을 못 알아듣거나 안 하니, 곰이 사람말을 배워서 한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곰은 사람하고 이웃이자 동무로 지내고픈 마음입니다. 멧골이나 숲에서 갖가지 숲짐승도 이와 같은 마음일 테고, 풀이며 나무이며 돌이며 바위이며 흙이며 냇물이며 다 같은 마음일 테지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습니다만, 멧골에서도 하루 내내 신나고 새로우면서 복닥거리는 이야기가 흘러넘칩니다. ㅅㄴㄹ



“매번 그렇지만 쿠마데 마을사람들은 긴장감이 없구만. 이런 산속에 사는 사람들이니 곰은 친구겠지.” (33쪽)


“‘나츠, 안 돼! 겨울잠 자면 안 돼.’라고 마치가 매년 울어서 그만뒀었지, 겨울잠.” “그런 일이 있었나?” “그래서 이때도 마치가 말야…….” “나츠. 나츠. 역시 나 도시의 고등학교로 가고 싶어.” (8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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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2 (완결)
다니구치 지로 글.그림, 오주원 옮김, 가와카미 히로미 원작 / 세미콜론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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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81


《선생님의 가방 2》

 가와카미 히로미 글

 다니구치 지로 그림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4.2.17.



  아이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다가옵니다. 웃는 낯을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가 잔뜩 찡그린 채 다가옵니다. 찡그린 낯을 보면서 나도 찡그려야 하나, 웃음으로 풀어낼 길을 찾아야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주 작아 보이는 일을 놓고도 함께 웃는 사이가 있고, 아주 작아 보이는 일을 둘러싸고 끝없이 다투거나 악다구니가 되는 사이가 있습니다. 왜 두 갈래로 길이 벌어질까요. 《선생님의 가방》은 두걸음으로 이야기를 맺습니다. 할아버지인 선생님 나이를 생각한다면 세걸음이나 네걸음이 좀 벅찰는지 모르지요. 그러나 나이라는 틀을 벗어던진 마음을, 겉모습이라는 허울을 내려놓은 사랑을, 얼마든지 여러 걸음으로 더 찬찬히 그릴 만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포근히 흐르는 두 마음 사이에는 대단하다 싶은 일이 없어도, 바로 이 수수한 바람 한 줄기로 기나긴 날이 즐겁거든요. 넉넉히 만나는 두 사랑 사이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투성이라 하더라도, 참말 이 자잘한 이야기 하나로 오래오래 웃음꽃이 피어나면서 하루가 기쁘거든요. 작은 사람들 사랑은 작지 않으면서 이쁩니다. 수수한 사람들 마음은 수수하지 않으면서, 아니 환히 빛나면서 곱습니다. ㅅㄴㄹ



‘선생님은 평소와 전혀 다름이 없었다. 지금 여기에서 차를 마시고 있어도 사토루 씨의 가게에서 함께 술을 마실 때와 똑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여기 함께 있다.’ (55쪽)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항상 진지했다. 농담을 나눌 때도 진지했다. 그러고 보니 참치도 진지하다. 가다랑어도 진지하다. 살아 있는 것은 대부분 진지하다.’ (17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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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1 세미콜론 코믹스
다니구치 지로 글.그림, 오주원 옮김, 가와카미 히로미 원작 / 세미콜론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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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80


《선생님의 가방 1》

 가와카미 히로미 글

 다니구치 지로 그림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4.2.17.



  저는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자동차를 몰면 기름을 꽉 채워서 얼마나 달릴 만한지 모릅니다. 자동차에 붙인 바퀴는 얼마나 쓸 수 있고, 어느 만큼 달린 뒤에 갈아야 하는가를 모릅니다.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 온나라에 보험회사가 왜 이리 많고 다들 돈벌이를 잘하는가도 몰라요. 그렇지만 새록새록 배워서 아는 것도 있어요. 가만히 두 팔을 벌리고 나무 곁에 서면,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면서 부르는 노래를 알아듣습니다. 몸에 가만히 힘을 빼면 물에 뜨지만, 몸에 가만히 힘을 주면 찬찬히 냇바닷이나 바닷바닥에 가라앉아서 물바닥에 흐르는 물살이 어떤 노래를 들려주는지 알아차려요. 《선생님의 가방》 첫걸음을 읽으며 여러 가지 눈치를 채기도 하고, 여러모로 아쉽기도 합니다. 다만 오직 제 삶에서 보는 눈입니다. 할아버지하고 갓 마흔 줄에 들어서려는 사람 사이에도 얼마든지 따뜻하고 맑은 사랑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몸을 섞어야만 사랑이 아닌, 마음이 하나로 만날 적에 사랑인 줄 느낄 수 있어요. 어디에서나 누구한테서나 배울 수 있듯, 우리는 마음을 뜨고 몸을 활짝 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줄 압니다. ㅅㄴㄹ



“열심히 날 위해 일해 준 건전지가 가여워서 버릴 수가 없었어요. 지금까지 불을 밝히거나 음악을 들려주거나 모터를 움직여 주었던 건전지인데, 떨어지자마자 버리는 건 너무 매정하다 싶어서요. 그렇지 않나요, 쓰키코 씨?” (25쪽)


“저도 학교에서 중요한 걸 배운 기억이 없네요.” “아뇨, 그게 아닙니다. 마음가짐만 있다면 어떤 곳에서든 인간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요.” (9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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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을 다시 한번
도다 세이지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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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79


《이 삶을 다시 한번》

 도다 세이지

 조은하 옮김

 애니북스

 2017.8.25.



  어릴 적부터 망설이든 일이 있습니다.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했는지 끝없이 뉘우치면서 울 때가 있는데, 이때마다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와요. ‘그러면 이곳 이때를 다시 살면 바보같은 짓을 안 하겠니?’ 하고. 이 목소리를 들을 때면 늘 괴롭습니다만, ‘아니, 다시 살지는 않겠어.’ 하고 대꾸합니다. 이렇게 대꾸를 한 날 잠이 들면 ‘바보같은 짓을 했던 하루를 다시 그리고 새로 그리는 꿈’을 어김없이 꾸었어요. 《이 삶을 다시 한번》을 읽으며 옛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오늘이 새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잘한 일을 앞으로도 잘할 만하고, 못한 일은 앞으로도 더 못할 만할까요? 이 삶을 다시 맞이한다면 훨씬 느긋하거나 넉넉한 마음이 될 만할까요? 아마 그럴 수도 있을 테지만, ‘다시 살자’는 마음으로 자꾸자꾸 되살아나다가(윤회) 똑같은 일을 고스란히 저지르지 싶기도 합니다. 굳이 이 삶을 다시 맞이하기보다는, 오늘 저지른 잘못이 있으면 바로 오늘 털어내어 스스로 말끔해져야지 싶습니다. 스스로 가려는 꿈길을 씩씩하게 되새기는 길이 제 앞길이라고 여깁니다. ㅅㄴㄹ



“발상은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저번 거랑 마찬가지로 개성이 부족해 보여요. 너무 나가는 건 제가 제동을 걸 테니까 표현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세요.” (58쪽)


“그림에 목숨 걸고 매달려야 할 이유 같은 건 없어. 그냥 원없이 뭔가를 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난 병 때문에 그림을 그리게 됐어.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이 좋은 작품을 쓰는 건 더 힘들겠지. 다카코 씨가 더 힘들 거라고 봐.” (6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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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의 여행 2
타카 아마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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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77


《책 속으로의 여행 2》

 아마노 타카

 박선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9.2.25.



  제가 읽는 책은 제가 지켜보고 싶은 삶이자, 제가 바라는 삶이지 싶습니다. 또는 제가 가려는 길에 벗으로 삼으려는 책이거나,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길을 넌지시 알려주는 동무이지 싶어요. 삶에 기쁨이 있고 슬픔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두 가지가 나란히 있었는지, 어느 하나만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아마 늘 두 가지가 같이 있었을 수 있는데, 기쁨이나 슬픔은 더 좋거나 나쁘지 않은 삶으로 흐를는지 몰라요. 《책 속으로의 여행》 두걸음을 읽습니다. 도깨비 키이치 삶하고 몸짓이 이 만화책에서 고갱이가 되는데, 도깨비 아이 이름 ‘키이치’를 놓고 두 가지 뜻풀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나는 도깨비이니 그저 도깨비라고 일컫는 이름입니다. 다른 하나는 어머니가 아이한테 사랑으로 붙인 이름이에요. 어느 쪽이든 소리가 같으니 받아들이는 이 몫입니다. 살갑게 마주하든 짓궂게 괴롭히든 그쪽에서는 그쪽 마음대로 어느 이름이든 골라서 부르겠지요. 그렇다면 이 이름을 듣는 쪽에서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적에 ‘나다울’ 만할까요? 키이치가 키이치답게 걸어가는 길, 키이치가 가는 길을 지켜보는 눈, 모두 너그럽기를 빕니다. ㅅㄴㄹ



“그 말과 마음은 빙글빙글 돌다가, 언젠가 그녀에게 전해질 게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거니까. 그동안 내내 생각해 왔었는데, ‘키이치’란 이름은 네 어머니가 붙여 주신 거니?” “네, 마을 사람들은 ‘도깨비’의 ‘鬼’랬어요.” “아마 키이치의 ‘키’는 ‘鬼’가 아니라 ‘喜’일 거야. ‘喜一(키이치)’, 즉 유일한 기쁨이란 뜻이지. 기쁨. 그래, 모든 사물에는 의미와 바람을 담아 이름이 붙여지거든. 네 어머니의 뜻이 네 안에 숨쉬고 있다는 증거야.” (61∼6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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