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4
네무 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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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97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4》

 네무 요코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6.15.



  아름답구나 싶은 학교를 다녔으면 삶이나 살림을 어릴 적부터 슬기롭게 돌보거나 가꾸는 길을 갔으려나 하고 돌아봅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름답지 않은 학교를 다니며 입시에 시달리는 동안 ‘한국에서 학교는 얼마나 끔찍한 감옥이자 군대인가’ 하고 깨달아, 무엇이든 스스로 찾고 배워서 지어야 하는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는 네걸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하늘나라 님들이 서로 장난스레 놀다가 ‘지구 멸망 계획’을 지구별 아이들한테 들려주는데, 지구별 아이들은 처음에는 그저 ‘장난’인 줄 알았다가, 장난이 아닌 줄 알아차리고는 초능력도 힘도 돈도 없는 고등학생으로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손을 빼다가 ‘아무튼 지구가 사라지기 앞서’ 스스로 할 일과 이룰 꿈을 찾자고 다시 마음을 먹습니다. 생각해 봐요. 지구가 곧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을 뽑거나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거나 회사를 다녀야 할까요? 지구가 곧 무너진다는데 군대나 전쟁무기를 건사해야 할까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툼질, 미움질, 짜증질을 이어야 할까요, 아니면 사랑하고 꿈하고 기쁨을 찾아야 할까요? ㅅㄴㄹ



“유키 선배는 농구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좋아해. 그래서 내년에도 농구를 하기 위해 지금 어떡할지 생각하는 거야.” (23쪽)


‘확실히 전보다 훨씬 많은 게 보이기 시작했어. 좀더 보고 싶어! 좀더 많이. 그러니까 꼭 이겨야 해!’ (11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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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1 - 버리기 마녀의 탄생
유루리 마이 지음, 정은지 옮김 / 북앳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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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96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1》

 유루리 마이

 정은지 옮김

 북앳북스

 2015.4.15.



  빌려서 살든 장만해서 살든 ‘우리 집’을 누리면서 가꾸려면 처음부터 깊고 넓게 살펴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 대목을 알려주거나 이야기하거나 가르치는 얼거리는 없지 싶습니다. 열아홉 살부터 제금을 나서 사는 동안 늘 스스로 부대끼며 하나씩 익혔고, 영 모르던 대목을 몸으로 맞닥뜨리면서 배우는 나날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지난날에는 어디나 ‘집이 배움터이자 일터이자 살림터’였으니 누구나 어버이한테서 제대로 물려받는 살림이었겠지요. 오늘날에는 학교가 입시싸움터 구실만 하니, 학교를 아무리 오래 다닌들 집살림을 도무지 못 배울 뿐 아니라 생각할 틈마저 없습니다.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첫걸음을 읽으며 돌아봅니다. 이 만화를 그린 분도 집살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배운 적이 없습니다. 다만 어릴 적 살던 어버이 집이 너무 어수선해서 이녁은 이렇게 어수선히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스스로 하나하나 배우면서 집살림을 줄이고 버리면서 어느새 확 트인 마루하고 부엌하고 방을 누립니다. 스스로 새롭게 배운 살림이기에 이를 만화로 그리고, 이웃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습니다. ㅅㄴㄹ



물건이 밖에 나와 있지 않으면 청소가 엄청 간단하다는 진리를 깨달은 나는 청소를 더 편하게 하려고 눈에 보이는 모든 물건을 수납장에 넣기로 했다. (86쪽)


청소가 끝난 뒤 집안으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면 이보다 더 상쾌할 수 없다. 우리 집은 아마 이대로 쭉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길을 계속 달려갈 것 같은 기분이다. (12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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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10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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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04


《신부 이야기 10》

 모리 카오루

 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2018.8.15.



  작은아이 귀를 파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간지러워 죽겠다면서 도무지 귀를 내놓을 생각을 안 합니다. 이러다가 여덟 살을 보내는 가을날 저녁 “아버지, 귀 좀 파 주세요. 손가락으로 귀를 파 봤더니 많이 나오더라.” 하고 부릅니다. 작은아이를 무릎에 누이고 왼귀는 그럭저럭 파지만 오른귀는 조금도 못 팝니다. 간지러움을 끝내 참을 수 없는 듯합니다. 오른귀는 며칠 사이에 팔 수 있겠지요. 이제 열한 살 가을을 보내는 큰아이도 볼 수 있겠구나 싶은 《신부 이야기》 열걸음을 피아노 건반에 얹어 놓습니다. 앞선 아홉걸음까지는 아직 좀 먼 이야기였지 싶으나 열걸음째에는 사냥, 활쏘기, 수리 길들이기, 드넓은 들에서 보내는 겨울잠, 목숨을 걸고 사랑을 찾아 떠난 아가씨, 신분·계급이 버젓한 터전에서 너그러운 아저씨, 목숨을 걸고 앙갚음하는 벗처럼, 여러 사람들 갖은 삶과 살림 이야기가 부드러이 이어지면서 흐릅니다. 숱한 가시버시 살림자락을 톡톡 건드리면서 걸어가는 이야기는 앞으로 어디쯤에서 마무리를 지을 만할까요?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짝을 짓고 아이를 낳으며 하루를 짓는 걸음일까요? 머잖아 가을바람도 잠들겠지요. ㅅㄴㄹ



“말을 보고 있으면 즐겁잖아요?” “으응? 응.” “어렸을 때는 손이 비면 늘 이렇게 말을 보러 왔어요. 말이 풀을 먹는 모습을 하루 종일 바라보는 거예요.” (90쪽)


“강하니까 좋아하고, 강하지 않으니까 좋아하지 않고, 그런 게 아니에요. 늑대도 어렸을 때는 어미에게 먹이를 받아먹어요. 늙으면 약해지기도 하겠죠. 그래도 늑대는 늑대예요.” (104∼10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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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로 가자 5
츠다 마사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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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92


《에도로 가자 5》

 츠다 마사미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1.11.25.



  헌책집은 두 가지로 아름답습니다. 첫째, 헌책집이 깃든 마을이나 고장에서 태어난 책을 고이 품습니다. 둘째, 널리 팔렸건 거의 안 팔렸건 오래오래 사랑받을 만한 책을 따스히 보듬습니다. 헌책집도 똑같은 책집이니 사람들이 자주 찾는 책은 자주 들어오고 나가는데, ‘마을·고장에서 태어난 책’하고 ‘오래 사랑받을 책’을 가려내어 책시렁에 두는 손길이 더없이 아름답기에 이웃 고장으로 마실을 가면 으레 그 고장 헌책집에 들르려 합니다. 《에도로 가자》 다섯걸음을 읽으면서 ‘일본 에도’라고 하는 터처럼 한국에서는 어느 고장이 ‘그 고장다운 숨결이나 멋이나 삶터’를 고스란히 가꿀 줄 아는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보통의무교육을 하고, 표준말하고 교과서를 쓰며, 서울바라기로 흐르는 이 나라에서 고장맛이나 고장멋을 건사하면서 돌보려는 벼슬아치는 얼마나 되고, 고장사람 스스로 고장넋을 북돋우는 길을 얼마나 즐거이 걸을까요? 우리는 자동차 없는 거님길을 널찍하게 펼 수 있을까요? 우리는 농약도 기계도 비닐도 없는 시골 들녘을 넉넉히 가꿀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마을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 이야기가 아름다운 만화책을 읽습니다. ㅅㄴㄹ



“저는 도쿠가와 가를 위해, 언제든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신하로서지, 노예가 되겠다는 건 아니야!” (15쪽)


“이에타카 님은 아무래도 제약이 많은 생활을 하고 계신데, 전 고산케의 태평한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아니요. 그 신분으로 백성 속에 뛰어드는 건 웬만한 용기가 없인 할 수 없는 일. 덕분에 전 서책을 통해선 알 수 없는 살아 있는 백성의 삶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10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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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4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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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95


《목소리의 형태 4》

 오이마 요시토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5.7.31.



  혀를 차거나 입속에서 튕겨 혓소리를 냅니다. 발을 끌거나 땅을 디디며 발소리를 냅니다. 손으로 무엇을 치거나 만지면 손소리가 날 테고, 눈알을 굴릴 적에 눈소리가 나겠지요. 우리는 서로 어떤 소리를 내거나 들을까요? 말소리만 들을까요, 때로는 말소리조차 제대로 안 듣거나 못 들을까요? 《목소리의 형태》 네걸음에 이르면 아이들 사이가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삶이 하나하나 드러납니다. 겉모습으로 바라보는 아이가 있고, 속마음을 읽으려는 아이가 있습니다. 겉모습만 바라보는 어른이 있고, 속내를 어루만지려는 어른이 있어요. 저마다 다른 길에 저마다 다른 삶을 짓습니다. 엉킨 사슬을 풀려는 아이가 있지만, 엉키든 말든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 아예 안 쳐다보는 아이가 있어요. 작은 실마리 하나를 두고서 마음을 열어 새롭게 하루를 짓고 싶은 아이가 있지만, 그 작은 실마리조차 꼬투리로 삼아서 괴롭히고픈 아이가 있습니다. 북새통이라 할 만한데, 아무리 북새통이어도 마음을 기울이면서 살며시 눈을 감으면 마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마음소리는 오직 마음으로 듣습니다. 눈을 감고 걸음을 멈추고 생각을 내려놓을 적에 비로소 주고받습니다. ㅅㄴㄹ



“엄마한테 이래저래 혼이 난다 해도, 유즈나 쇼코가 너희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직접 정하고 있잖니. 할머니는 그런 너희가 좋단다.” (117쪽)


“이시다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상관있어.” “뭔 상관이 있는데?” “상관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14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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