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소리 17
라가와 마리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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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62


《순백의 소리 17》

 라가와 마리모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8.12.25.



  소리는 으레 귀로 듣는다고 여기는데, 눈으로도 듣습니다. 눈을 뜨고 바라보면 소리가 춤을 추면서 흐르는 결을 헤아릴 수 있어요. 참말 그래요. 아지랑이가 춤을 추면서 하늘로 오르고, 사람들이 뚜벅뚜벅 또각또각 걷는 걸음걸이에서도 소리결이 춤사위로 피어올라요. 눈을 감고 소리를 들으면 마음으로만 볼 수 있도록 숨은 결을 마주할 수 있고요. 저는 노래를 들을 적에 여러 가지로 다 들으려 합니다. 귀로, 눈으로, 마음으로, 살갗으로, 몸으로 고루 들으면서, 이러한 노래를 지어서 펴는 이웃님이 어떤 뜻인가를 읽으려 해요. 《순백의 소리》 열일곱걸음을 읽으면서 이러한 갖은 소리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우리는 노래를 그야말로 온몸으로 듣지요. 더구나 온마음으로 들어요. 그도 그럴 까닭이, 노래를 지어 부르거나 켜는 분들은 온몸으로 노래하고, 온마음으로 악기를 다루거든요. 이 노랫소리는 어느 때에는 새하얗습니다. 때로는 눈부십니다. 해맑다가 해밝다가 해곱습니다. 빗방울처럼 똑똑 듣다가 함박눈처럼 펑펑 쏟아지다가 잔물결처럼 보드랍다가 너을처럼 무시무시하다가 산들바람처럼 간지러워요. 어쩜 노래란 이렇게 재미날까요? 이런 노래를 지어서 들려주는 사람은 얼마나 너른 사랑을 가슴에 품는 나날일까요? ㅅㄴㄹ



‘나는 히로사키 대회에서 느낀 그 감각을 원한다. 자기 안에 들어온 것을, 단숨에 밖으로 해방하는 감각.’ (149쪽)


“나는 그노마 소리를 곁에서 들어 보고 싶다.” (156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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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 2
이리에 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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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15


《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 2》

 이리에 아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11.30.



“폭포를 생각해 보렴. 위험한 곳에 설치된 울타리도 최소한의 형식적인 것이었지?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것은 울타리가 아니다, 사람의 판단력이다, 그 사실을 이 엄혹한 땅에 사는 이들은 알고 있는 게야. 그들은 이 땅에서 자라는 식물이 얼마나 극한에 이르는 환경에서 인간의 삶을 지탱해 주는지 어릴 적부터 배우며 자라기 때문에 자연을 훼손하는 것을 싫어하지.” (212∼213쪽)



《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 2》(이리에 아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을 읽으면 아이슬란드 이야기가 잔뜩 나온다. 그린이가 참말로 아이슬란드란 터에 흠뻑 빠졌구나 싶다. 이 만화책을 읽는 이들도 그린이처럼 아이슬란드로 날아가서 한동안 머물다 보면 이 아름다움에 사로잡히리라 여기는구나 싶고, 그대로 그곳에 눌러앉아도 다시 제 터전으로 돌아와도, 이제부터 눈을 뜨며 살아가는 길은 새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려 하는구나 싶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무엇을 배울까? 한국이란 나라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무엇을 볼까? 무엇을 겪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누리면서 무엇을 배울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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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린네 29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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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14


《경계의 린네 29》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8.12.25.



“아직 안 한 이야기가 있지 않나요?” “아니면 기억이 날아간 부분이라거나! 생각해 보세요! 후회하는 일은 없습니까?” (91쪽)


‘늘 병약해서 남자애와 변변히 이야기한 적도 없으니. 너무 꿈만 꾼 걸까. 사신은 왕자님 같은 게 아니었나 봐.’ (162쪽)



《경계의 린네 29》(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8)을 읽고서 생각한다. 이 땅에서 살며 하지 못한 이야기나 일이 있으면 이 땅을 못 떠나겠네 하고. 몸은 죽어서 사라져도 넋은 그대로 남아서 이리저리 떠돌거나 헤매겠다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는 동안 아쉽거나 서운하다 싶은 일을 남겨야 할까. 사는 동안 하고픈 말을 입 꾹 다물면 될까. 거짓을 숨기든 참을 밝히지 않든 매한가지이다. 밝히거나 털어놓을 이야기를 밝히지도 털어놓지도 않는다면 이 땅을 못 떠날 테지. 숨긴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말끔히 털어내어 우리 스스로 우리를 봐줄 적에 둘레에서도 너그럽게 어루만지거나 감쌀 수 있다. 낱낱이 밝히거나 털어놓아야 둘레에서도 도울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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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서툴렀다 2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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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58


《날 때부터 서툴렀다 2》

 아베 야로

 장지연 옮김

 미우

 2018.6.30.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을 하느냐고 누가 물으면 이렇게 말해요. “네, 저는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춤부터 춰요. 이야, 오늘 하루도 새롭게 목숨을 얻어서 살아가네!” 참말로 아침부터 춤바람에 노래바람입니다. 밤에 잠들고서 아침에 눈을 떠서 깨어날 수 있다니 얼마나 놀랍고도 멋진 일인가 하고 여겨요. 어릴 적부터 이렇게 하루하루 맞이했습니다. 《날 때부터 서툴렀다》 두걸음을 읽으며 그린이 스스로 어린 날이 참 엉성하거나 어설펐네 하고 느낍니다. 그린이 스스로 밝히는 엉성하고 어설픈 어린 날이란 엉성하고 어설퍼서 재미났구나 하고도 느껴요. 못하는 것투성이에 늦거나 몸도 여린 아이란, 얼마나 대단한 숨결인가 하고도 느껴요. 왜 이렇게 느끼는가 하면, 저도 어릴 적에 참으로 엉성하고 어설펐거든요. 딱히 잘할 줄 아는 일도 없는데다가 다리도 느리고 힘도 여렸어요. 그림도 글도 보잘것없는데다가 그저 수수해서 티가 나지 않는 나날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런 어린 나날을 보내어 어른이란 몸으로 달라지다 보니, 삶이란 대수롭지 않다고 느끼면서, 이 대수롭지 않은 삶은 바로 대수롭지 않아서 오히려 대수로울 만하고, 이 대수롭지 않은 대수로운 삶이기에 하루하루 새로 눈을 떠서 맞이할 만큼 즐겁구나 싶어요. ㅅㄴㄹ



사람이 죽은 날은 어딘가 공기가 차갑고 맑은 것 같다. 아침에 본 부엌의 참상은 몸 상태가 악화된 사악 할머니를 위해, 아버지가 필사적으로 정신 드는 약 같은 것을 만들려 했던 잔해였다고 한다. (49쪽)


그때, 선생님이 꺼내서 보여주신 것은 내가 초6 때부터 중2 때까지 보낸 편지와 졸렬한 만화였다. 선생님은 내가 보낸 팬레터를 줄곧 보관해 두신 것이다. 이렇게 착한 사람이 또 있을까? (15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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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쇼팽 1
나가에 토모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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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57


《너를 위한 쇼팽 1》

 나가에 토모미

 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3.4.15.



  빼어난 목소리를 선보여도 노래가 듣기 좋을 테지만, 우리 결대로 목소리를 펴기에 노래가 듣기 좋구나 싶어요. 빼어나거나 훌륭하지 않아도, 대단하거나 놀랍지 않아도, 우리 마음을 담아서 노래를 들려주기에 포근하거나 즐겁거나 반갑다고 느껴요. 눈부신 솜씨를 펼쳐도 노래가 듣기 좋을 텐데, 우리 손놀림대로 악기를 켜거나 뜯거나 치거나 퉁기니 노래가 듣기 좋다고 느껴요. 꼭 눈부셔야 하지 않아요. 따스해도 좋고 사랑스러워도 좋습니다. 잔잔해도 좋고 차분해도 좋아요. 《너를 위한 쇼팽》 첫걸음은 ‘쇼팽깨비’가 불현듯 나타나서 어느 아가씨 앞길에 ‘피아노를 어떻게 쳐야 즐거웁거나 아름다운가’를 차근차근 짚습니다. 쇼팽처럼 피아노를 쳐야 대단하지 않다고 이야기해요. 쇼팽이 지은 가락을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치면 되고, 쇼팽이 나누려는 가락을 이웃하고 즐거이 나누려는 웃음으로 치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피아노일 뿐일까요. 글쓰기나 책읽기도 매한가지요, 밥짓기나 흙짓기도 똑같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길도, 어버이로 살림을 가꾸는 길도, 어린이로 무럭무럭 자라는 길도 모두 마찬가지예요. 남들처럼 해야 하지 않아요. 남들만큼 해내야 하지 않아요. 나답게 하면 되고, 나처럼 활짝 웃으면 되어요. ㅅㄴㄹ



“그것 봐요, 카즈네. 당신이 치는 게 정답이었죠? 본인은 깨닫지 못한 모양이지만.” (83쪽)


“잘 안 맞는 선생님한테 배우다가 자신의 소리를 잃어버리는 사람도 많아요. 카즈네한테 도움을 주신 신부님은 당신의 소리가 부서지지 않고 그대로 성장하게 해주셨어요. 정말 좋은 분께 배웠다고 생각해요.” “그래. 만약 신부님이 그런 식으로 다정하게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난 이렇게 피아노를 좋아하지 못했을 거야.” (12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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