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 1
이리에 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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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71


《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 1》

 이리에 아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8.31.



  문득 귀를 기울이면 셈틀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셈틀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마음을 들려줄 수 있어요. 손전화나 사진기하고도, 자전거나 자동차하고도, 안경이나 연필하고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할 만합니다. 어느 눈으로는 한낱 기계나 물건입니다만, 어느 눈으로는 똑같이 사랑스러운 숨결이에요. 어느 눈으로는 아무것 아닌 돌덩이일 테지만, 어느 눈으로는 상냥한 벗입니다. 《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 첫걸음을 살피면, 두 갈래 사람이 나옵니다. 첫째 갈래는 자동차를 비롯한 온갖 기계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는 아이예요. 둘째 갈래는 새를 비롯한 갖은 목숨붙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섞는 할아버지이지요. 두 사람은 갈래가 다르지만 마음읽기라는 테두리에서는 매한가지입니다. 두 사람은 바라보는 곳이 다르지만, 마음을 열어 누구하고라도 생각을 주고받는다는 대목에서는 똑같아요. 그리고 우리도 저마다 다른 갈래로 마음을 열면서 이야기하겠지요. 누구는 사람하고만 이야기를 합니다. 누구는 개나 고양이하고 이야기를 합니다. 누구는 풀벌레나 풀꽃하고 이야기를 하고, 누구는 돈값이나 이름값하고 이야기를 해요. 무엇이나 누구하고 이야기를 하든, 이야기가 되려면 마음을 열 노릇입니다. ㅅㄴㄹ



‘차와 이야기를 나눈다니 이상한가? 목소리가 들리는데 난들 어쩌라고. 남한테 말한 적은 별로 없다. 일본에 있는 친구 정도.’ (31쪽)


“난 어렸을 적 새 안에 들어간 적이 있지. 꿈이라고 생각하며 지중해 연안을 돌아다녔어. 그러다 정신을 차려 봤더니만 몸은 의식불명으로 입원해 있더군. 우리한테는 무슨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아.” (10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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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구두
시노미야 시노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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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30


《은구두》

 시노미야 시노

 나민형 옮김

 현대지능개발사

 2018.11.10.



‘손끝까지 채워지는 듯한 좋은 것과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그무렵의 자신에게 주고 싶다. 지금을, 보여주고 싶다.’ (46쪽)


“닮지 않았다고 가족이 아닌 것도, 닮았다고 가족인 것도 아니라는 거야.” (181쪽)



《은구두》(시노미야 시노/나민형 옮김, 현대지능개발사, 2018)를 읽는데 줄거리가 엉성하다. 들쑥날쑥하게 나오는 이야기와 사람에, 무언가 말하려 하다가 흐릿하게 끝맺는다. 두 사내가 한집을 이루어 살아가는데, 한쪽은 제 겉모습을 감추고 싶어서 닭인형을 뒤집어쓴다. 아이한테 ‘아버지하고 어머니가 모두 사내’인 모습을 안 드러내려고 닭인형을 뒤집어쓴다고 한다. 그리 열린 터전이 아닌 곳이니, 다른 사람하고 다르다는 겉모습 때문에 탈을 써야 한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데 아이도 그런 겉모습을 바랄까? 아이는 그런 겉모습을 못 받아들일까? 아이는 무엇이든 새롭게 받아들이려고 이 땅에 태어나는 숨결이라고 느낀다. 아이로서는 아버지랑 어머니가 모두 사내이건 가시내이건 대수롭지 않다. 사랑을 나누는 사이라면 겉모습이 어떻든 주머니에 얼마가 있든 쳐다볼 일이 없다. 멋진 신을 발에 꿴 도로시는 왜 집으로 돌아갔을까? 그냥 집이 아닌 사랑어린 보금자리가 바로 쉴 곳일 테니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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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조님과 나 6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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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66


《문조님과 나 6》

 이마 아치코

 이은주 옮김

 시공사

 2005.2.28.



  2003년에 고이 눈을 감은 이오덕 어른이 있습니다. 이녁은 죽어서 새가 되어 숲에서 노래하며 살고 싶다고 꿈꾸었습니다. 아마 자그마한 멧새가 되어 멧골에서 멧노래를 고이 퍼뜨리리라 봅니다. 우리 곁에는 멧새에 철새에 들새에 텃새에 바닷새에 물새에 갖은 새가 있습니다. 이 새는 참으로 홀로 가볍게 태어난 숨결이리라 느껴요. 노래하는 삶이 되겠다고, 작은 열매로 느긋하게 하루를 짓겠다고, 작은 열매를 베푸는 나무 곁에서 나무벌레도 곧잘 쪼고, 파리나 모기를 비롯한 날벌레도 틈틈이 사로잡는 신바람 넋으로 지내겠다는 마음이 새로 태어나지 싶습니다. 《문조님과 나》는 일본에서는 요즈음에도 꾸준히 나옵니다만, 한국에서는 여섯걸음을 마지막으로 더는 나오지 않습니다. 새하고 살아가는 살림이 드문 터라 이 만화책이 나오기 어렵거나, 새를 새로서 마주하는 눈빛이 아직 흐린 탓에 이 이야기가 자라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린이는 곁에 ‘사내라는 짐승’을 두지 않고 ‘새라는 벗’을 두면서 산답니다. 새하고 살며 새한테 들이는 품이며 돈이 엄청나다는데, 노래하는 새를, 포근한 새를, 상냥하면서도 거친 새를, 웃음하고 눈물이 나란히 흐르는 새를, 작은 손길로 보듬으면서 그린이 스스로도 새가 될는지 모르겠어요. ㅅㄴㄹ



“야생의 참새는 이런 일로도 쉽게 죽곤 하거든요. 나무열매가 옆으로 끼기만 해도 음식을 못 먹게 된답니다.” (21쪽)


“목욕 안 한다고 죽지는 않아요. 어떤 잉꼬는 평생 한 번도 목욕을 안 하는걸요.” (3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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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마리코 2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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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29


《80세 마리코 2》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9.1.31.



“있어요!! 조… 좋은 거!! 나, 나는요, 지금 이 순간을 몇 십 년이나 기다렸으니까…!!” (42∼43쪽)


“내 현실적인 충고만 흐려놓은 거잖아!” “하지만 많이 공부가 됐어요. 잘 명심하고 내일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했어요.” (45쪽)


“내가 지금까지 편집자의 그런 눈을 얼마나 견뎌왔는지 알아? 지금 당신은 웃고 있었지만 똑같은 눈을 하고 있었어. 그런 당신이 이걸 받아들였다는 건, 내게 높은 수준의 작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이제 난 필요없다는 거야?” (130쪽)



《80세 마리코 2》(오자와 유키/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9)을 읽으면 여든 나이에 비로소 사랑에 눈뜬 마리코 할머니가 얼마나 씩씩해지는가를 잘 다룬다. 이제껏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나날이었으면, 여든 살이라는 때부터 속내를 당차게 밝힌다. 머물 집이 있든 없든, 누가 나를 이렇게 보거나 저렇게 보든 대수롭지 않다. 이제부터 스스로 꿈꾸는 길을 새롭게 걸으려 하고, 이제부터 스스로 기쁜 사랑을 새로 일구려 한다. 어쩌면 여든 해까지는 눈치를 살핀 걸음이었으면, 이제는 눈치 아닌 마음을 나누는 걸음이 되기를 바라는 모습이라고 할까. 꿈을 노래하고 사랑을 펴는 할머니는 아름답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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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호루스의 눈동자 2 - 픽시하우스
이누도 치에 지음, 이소현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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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28


《푸른 호루스의 눈동자 2》

 이누도 치에

 이소현 옮김

 pixie house

 2019.1.2.



“내게 ‘왕이 되라.’ 그런 말이야? 센무트.” “선택하십시오. 본인의 의지로. 이 나라의 미래를.” (50쪽)

“들어 주십시오, 왕비님.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할멈들도 왕에게 몸을 바치기 위해 온 젊은 여자들이었습니다.” (111쪽)



《푸른 호루스의 눈동자 2》(이누도 치에/이소현 옮김, pixie house, 2019)을 읽는다.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읽히기에는 먼 만화일 텐데, 꼭두머리에 있는 이를 비롯해 꼭두머리를 둘러싼 벼슬아치인 이들이 어떤 넋과 삶이었는가를 엿볼 만하다. 어깨동무를 하지 않는 꼭두머리하고 벼슬아치는 뒤에서 무슨 짓을 벌이는가를 살필 수 있다. 다만 ‘모든 이’가 그와 같다고는 하지 않을 텐데, 주먹하고 돈을 앞세워 하느작거리는 이들은 예나 이제나 주먹하고 돈으로 억누르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여겨 버릇하는구나 싶다. 같이 즐겁기에 ‘놀이’라면, 끼리끼리 히히덕거리기에 ‘노닥질’이다. 즐겁게 어우러지면서 ‘놀잇감’을 짓는다면, 끼리끼리 시시덕거리기에 ‘노리개’로 다룬다. 두 말은 한끗만 다를까? 어쩌면 한끗만 다를 테고, 어쩌면 온넋이나 삶이 통째로 다를 테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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