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6.6.

사진책시렁 144


《Black Genesis : African Roots》

 Jurgen Vollmer 사진

 John Devere 글

 St Martins Pr

 1980.



  모든 글과 그림과 빛꽃은 ‘누’가 담거나 나누거나 펴려고 하느냐에 따라서 ‘감’이 다릅니다. ‘보러(취재)’ 가서 담는 글·그림·빛꽃은 ‘구경’이라는 울타리를 못 넘기 일쑤입니다. ‘삶(일상·생활)’으로 누리는 하루를 스스로 담을 적에는 ‘살림’이라는 길을 바라보면서 ‘사랑’으로 그려내는 발걸음으로 잇게 마련입니다. 섣불리 붓부터 쥐지 말라는 뜻을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글부터 담으려 하지 말고, 그림이나 빛꽃부터 옮기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먼저 만나고, 사귀면서 맞아들인 다음에 글·그림·빛꽃으로 나타내려고 해야, 조금쯤 ‘맛보기’처럼 녹아들어서 속빛을 살짝 볼 수 있습니다. 《Black Genesis : African Roots》를 읽으면서 “누구 눈”인지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아프리카에서 나고자란 사람이 아프리카에서 익힌 눈길로 아프리카롤 담아내려고 한다면, 이 꾸러미에 나오는 모습을 굳이 안 찍었으리라 봅니다. ‘사회·역사·문화’라는 이름을 섣불리 앞세우려 하기에 그만 틀에 박힌 그림만 흘러요. 오늘날로 치자면 “아파트를 처음 본 사람이 아파트를 찍듯”이 아프리카 이웃을 찍으려 했달까요? 속으로 깊고 넓게 다가서면서 스미기 어렵거나 못 하겠다면, 붓도 찰칵이도 안 쥐어야 맞습니다.


- A Voyage from Juffure, the Gambia, Through Mandingo Country to the Slave Port of Dakar, Senegal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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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라의 앨리스를 만나다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7
이자와 고타로.최원석 지음, 조영경 옮김, 하야카와 시즈노.김진화 그림, 가와시마 도시오. / 웅진주니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6.6.

사진책시렁 147


《사진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다》

 이자와 고타로·최원석 글

 하야카와 시즈노·김진화 그림

 조영경 옮김

 웅진주니어

 2007.9.10.



  길잡이책이 있어야 배울 수 있지 않습니다. 길잡이가 없으면 스스로 이슬받이처럼 나서면 됩니다. 누가 짚어 주기에 배우지 않습니다. 아무도 안 알려준다지만, 손수 해보고 부딪히고 살아가는 동안 온몸으로 맞아들입니다. 모르는 분이 많은데, 두바퀴(자전거)를 새것으로 장만하면 길잡이책(설명서)이 딸립니다. 다만 두바퀴를 장만할 적에 딸리는 길잡이책을 찬찬히 읽고서 매무새를 다스리거나 두바퀴를 손질하는 사람을 아직 거의 못 봤습니다. 찰칵이를 새것으로 장만할 적에도 길잡이책이 딸려요. 그리고 이 길잡이책을 꼼꼼히 읽으면서 찰칵이를 다루는 사람도 뜻밖에 매우 적더군요. 《사진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다》는 꽤 잘 나왔구나 싶으나, 어린이한테 퍽 어렵습니다. 빛꽃누리가 어떻게 놀랍거나 재미있나 하는 대목을 여러모로 짚습니다만, 먼저 “빛이란 무엇인가?”랑 “빛을 담는 삶이란 무엇인가?”랑 “빛으로 나누는 이야기와 내 마음은 어떻게 맞닿는가?” 같은 줄거리가 옅습니다. 무엇을 어떤 눈길과 몸짓으로 담을 적에 “찍는 이와 찍히는 이가 서로 아름답게 만나는가” 같은 줄거리도 좀 옅어요. 책 한 자락이 모두 알려줄 수는 없습니다만, 길잡이로 삼을 책을 엮을 적에는 ‘마음결·손길·눈길·매무새’를 다스리는 얼거리부터 들려줄 노릇이어야 어울린다고 봅니다.


ㅅㄴㄹ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습니다

→ 둘레를 보았습니다

→ 두리번두리번합니다

→ 둘러보았습니다

《사진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다》(이자와 고타로·최원석/조영경 옮김, 웅진주니어, 2007) 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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ことばはいらない ~Maru in Michigan~ (單行本)
ジョンソン 祥子 지음 / 新潮社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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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5.18.

사진책시렁 146


《ことばはいらない, Maru in Michigan》

 ジョンソン祥子

 新潮社

 2013.5.30.



  누구나 다 다르게 말을 합니다. 우리는 우리말을 쓰고, 이웃나라 사람은 이웃말을 씁니다. 어른은 어른말을 쓸 테고, 아이는 아이말을 써요. 서울에서는 서울말이 흐르고, 시골에서는 시골말이 감돕니다. 팔랑이는 나비는 나비말을 합니다. 윙윙대는 벌은 벌말을 합니다. 볼볼 기는 개미는 개미말을 하지요. 나뭇잎은 잎말을 하고, 꽃은 꽃말을 하는데, 나무로서는 나무말을 하고, 풀로서는 풀말을 합니다. 서로 마음을 열면 어떤 마음인지 알아차립니다. ‘말 = 마음소리’인 터라, 마음을 바로 마음으로 받아들일 적에는 환하게 웃음지으면서 이웃이며 동무로 어울려요. 《ことばはいらない, Maru in Michigan》은 아이하고 개가 어떻게 동무로 어우러지는가를 곧잘 찰칵 옮겨서 보여줍니다. 빛님은 둘이 어우러지는 나날을 2013∼2015년 사이에 넉 자락으로 선보입니다. 아이는 스스럼없이 놀고, 개도 곁에서 기쁘게 놀아요. 다만, 둘은 아이일 적뿐 아니라 푸름이를 지나 어른으로 피어날 적에도 스스럼없이 놀 만해요. 그리고, ‘그냥 놀이’를 넘어서 ‘소꿉놀이’를 맞아들일 만하고, ‘소꿉살림’을 거쳐서 ‘보금살림’으로 나아가겠지요. 이러한 길을 하나하나 오래도록 들여다보는 눈길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만 찍고 끝날 일은 없거든요.


#존슨사치코 #말은없어도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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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이야, 우리 가족
오인숙 지음 / 컬처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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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5.18.

사진책시렁 118


《별일이야, 우리 가족》

 오인숙

 컬처북스

 2020.4.28.



  누구나 무럭무럭 자랍니다. 어린이는 어린 몸과 마음을 차곡차곡 가꾸면서 자랍니다. 어른은 어린 나날을 거친 몸과 마음에 새롭게 담는 꿈과 길을 하나씩 일구면서 자랍니다. 어린이하고 어른은 서로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하루를 지내면서 새삼스레 자랍니다. 함께 자라나는 보금자리라는 얼거리를 바라볼 적에는 누구나 환하게 놀고 노래하면서 이야기합니다. 이 얼거리를 미처 못 보거나 잊을 적에는 그만 늙으면서 몸과 마음이 졸아들어요. 《별일이야, 우리 가족》은 천천히 자라고 싶은 마음과 새롭게 자라고 싶은 마음을 나란히 바라보려는 여러 눈길과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예쁘게 태어나야 하지 않고, 어버이는 멋지게 일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사랑받으면서 즐거이 자라고, 어버이는 사랑하면서 기쁘게 자랍니다. 오늘을 찰칵 담는 한 자락은 “오늘까지 자란 발자취”입니다. 이튿날 담을 한 자락은 “오늘부터 자랄 발걸음”입니다. 살림길이란, 한집안을 이룬 사람이 두런두런 나누는 말이 씨앗처럼 자라면서 깨어납니다. 빛길이란, 이런 틀이나 저런 틀이 아닌, “살림하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새롭게 짓는 하루”입니다. 눈과 손에서 ‘멋’을 뺄 적에 빛꽃 한 자락이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살림’으로 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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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4.17.

사진책시렁 116


《예술로서의 사진》

 카나마루 시게루

 한정식 옮김

 해뜸

 1988.6.20.첫/1995.1.1.4벌



  우리는 얼핏 ‘우리말’을 쓴다고 말을 하는데, 정작 ‘우리말다운 우리말’인지 들여다보는 사람은 대단히 드뭅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말을 모른다”고 해야 맞고, “우리말을 들여다보고 익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만합니다. 처음 찰칵이가 이 나라에 들어온 뒤부터 우리가 쓰는 웬만한 찰칵이는 일본것입니다. 독일것을 쓰는 분이 제법 있지만, 주머니를 헤아려 일본것을 쓰는 분이 많고, 일본것이 독일것보다 우리 터전 빛결하고 어울리는 대목이 있기도 합니다. 1990년 언저리까지 적잖은 책은 일본책을 훔쳤습니다. 2000년에 이르도록 이 물결은 이었고, 2020년쯤에는 거의 사그라들지만, “예전에 일본에서 일군 열매”를 마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듯 꾸미거나 내세우는 꾼이 제법 있습니다. 《예술로서의 사진》은 잘 여민 길잡이책입니다. 다만, 일본사람이 지었고, 이 책은 “일본사람이 여민 이야기”를 드물게도 스스럼없이 밝혔어요. 일본것을 꼭 내쳐야 하지는 않으나, 스스로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말을 잊거나 모르는 채 일본말씨에 길들기만 한다면 어떤 삶일는지요? 우리빛을 갈고닦지 않는 채 일본빛만 받아들이면 어떤 길일까요? “내 눈”으로 보자면, ‘나’를 알아야 하고, 나를 알려면 “나를 이루는 말”을 익혀야 하고, 나를 이루는 말이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살림을 지으면서 사랑할 일입니다. 아직까지 이 나라 글밭·그림밭·빛꽃밭은 일본흉내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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