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14.
숨은책 1061
《오늘의 책 9》
김언호 엮음
한길사
1986.4.20.
이곳은 ‘대통령 나라’도 ‘군수 나라’도 ‘국회의원 나라’도 아닙니다. 그러나 ‘나라’라는 이름을 붙이면 꼭 임자가 따로 있어야 하는 듯 여깁니다. 여러모로 보면, 서로 그립고 반가운 사이라면 ‘임·님’이되, 힘으로 억누르며 돈으로 휘어잡고 이름으로 휘두르는 무리는 ‘임금·놈’입니다. 사라진 책인 《오늘의 책 9》을 되읽다가 새삼스레 떠올립니다. ‘한길사’에서 나온 책은 아주 오래도록 책자취에 ‘펴낸이 김언호’ 이름만 있었습니다. 요사이는 달라졌을까요? 《오늘의 책》은 ‘한길사 책’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헤아릴 책”을 다룬다고 밝히지만, 정작 누가 이 꾸러미를 엮는지 하나도 알 길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김언호’ 이름만 있고, ‘편집부·영업부·제작부·꾸밈이·알림이’ 이름은 아예 없는 책입니다. 함께 품을 들여서 일구고는, 함께 마음을 기울여 나눌 책이라면, 손길을 들인 일꾼이 누구인지 차근차근 밝히면서 “몫을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먹물바치 뒷자국이 모여서 2025년에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같은 말썽거리가 불거진다고 느낍니다. 우두머리뿐 아니라 벼슬자리에 앉은 이들이 하나같이 떡과 고물을 몽땅 혼자 차지하려고 들듯, 책마을에서도 적잖은 이들은 나눔길이 아닌 담벼락을 세워요. 그렇다면 우리는 “난 이런 서울국제도서전은 안 갈 테야!” 하고 끊을 수 있을까요? ‘서울국제도서전’ 아닌 ‘작은책집·마을책집’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을까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