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14.
숨은책 1060
《안전운전 (신규자교재)》
경찰청 감수
도로교통안전협회
1994.7.22.
예전에는 서울이며 큰고장에서 골목이나 거님길에 쇠(자가용)를 댄 사람이 잔뜩 있었다면, 요사이는 꽤 줄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바로 알리고 곧장 값(벌금)을 물리기에 확 줄어들 만합니다. 이와 달리 시골에서는 바로 알려도 값을 안 물리고, 어쩌다가 값을 물린다면 “언놈이 날 꼰질렀어?” 하면서 누가 알렸는지 찾아내어 괴롭히려고 합니다. 시골살이를 꾀하며 서울을 떠난 분 가운데에는 “그냥 걷거나 시골버스를 느긋이 타려는” 이웃이 꽤 있지만, 막상 걷거나 “아예 안 오는 시골버스”를 기다리다 못해서 다시 쇠를 모는 분이 많더군요. 가난하거나 나이든 할매할배는 걷거나 시골버스를 타는데, 정작 시골 벼슬꾼(군수·국회의원·군의원·교육감)은 이 대목을 아예 안 쳐다봅니다. 1994년에 나온 《안전운전 (신규자교재)》이라는 꾸러미를 헌책집에서 구경했습니다. 이런 꾸러미가 예전부터 나왔구나 싶어서 놀랍고, 요즘에도 이런 꾸러미를 “쇠를 새로 뽑는 모두”한테 나눠줄는지, 또는 종이(면허증)를 따는 모든 이한테 읽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작고 얇은 꾸러미만 제대로 익혀도 모든 사람이 아늑하고 즐겁게 달리거나 어울릴 테니까요. 그런데 1994년치 꾸러미는 부릉순이(여성 운전자)를 얕보거나 노리개처럼 다루는 그림이 꽤 깃듭니다. 고작 서른 해 앞서만 해도 우리 눈높이는 이렇게 낮았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