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 내가 좋아하는 것들 3
이희선 지음 / 스토리닷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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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3.12.

인문책시렁 170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

 이희선

 스토리닷

 2021.2.5.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이희선, 스토리닷, 2021)를 읽었습니다. 읽는 동안에도, 덮고 나서도, 이웃님이 저마다 이렇게 이야기를 엮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잘난 글’이 아니라 ‘살아가는 글’을 쓰면 됩니다. ‘내세울 글’이 아닌 ‘살림하는 글’을 쓰고, ‘자랑하는 글’이 아닌 ‘사랑하는 글’을 쓰면 됩니다.


  꽁꽁 감춘 이야기를 써도 좋고, 오래 묵힌 이야기를 써도 좋습니다. 남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아닌, 스스로 살아내면서 마음에 새긴 이야기를 쓰면 됩니다. 웃음이나 기쁨만 쓸 글은 아닙니다. 눈물이며 멍울도 얼마든지 쓸 만합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를 살펴봐요. 기쁨노래 곁에 슬픔노래가 있어요. 웃음노래 옆에 눈물노래가 있어요. 태어나기에 죽고, 오르기에 내려옵니다. 죽기에 새로 태어나고, 내려오기에 새로 올라갑니다.


  우리 몸은 거의 물로 이룹니다. 사람뿐 아니라 풀꽃나무도 거의 물입니다. 돌이나 바위에는 물이 거의 없다고 여기지만, 막상 바위나 돌도 바탕은 물이에요. ‘물이 굳어’서 바위나 돌이란 모습일 뿐입니다. ‘광석’이 뭔가 하고 생각해 보면 모두 어렵잖이 알 만합니다.


  우리가 물이란 몸을 입었다고 한다면, 냇물이나 바닷물처럼 늘 찰랑이는 숨결이라는 뜻입니다. 냇물이나 바닷물에 풍덩 안겨서 가만히 몸을 내려놓으면 어느새 물낯에 떠서 하늘바라기를 누릴 수 있듯, 몸을 옭매거나 누르지 말고 홀가분히 다스리는 길로 간다면 늘 즐겁게 하루를 맞이할 만해요.


  제주라는 터에 뿌리를 조금씩 내리면서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바라볼 수 있는가 하고 생각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예요. 이웃님이 살아가는 고장을 놓고서 이처럼 수수하게 이야기를 엮는다면, 이웃님이 좋아하는 하나를 살피면서 이렇게 조촐히 이야기를 여민다면, 오늘 하루가 얼마나 빛나는 삶인지 마음으로 새삼스레 맞아들일 만하겠지요. 대단한 척하니까 대수롭지 않고, 대단하게 꾸미지 않으니까 대수롭습니다.


ㅅㄴㄹ


등산도 싫어하고 자연도 멀리했던 이에게 문득문득 보이는 한라산의 자태는 저절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게 한다. (10쪽)


하얗고 야리야리한 두 살배기 딸이 밥도 영 신통치 않게 먹는 것을 보고 골골거리게 생겼다며 걱정하셨다. 그러고는 “겨울에 감기에 안 걸리려면 여름에 신나게 바다에 넣었다 뺐다 해야 한다”며 소금의 중요성을 이야기해 주었다. (30쪽)


제주의 산과 바다도 물론 아름답지만 무심코 올려다보다 만나는 밤하늘 광경이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55쪽)


지금은 나도 같이 싸운다. 아니, 같이 토론한다. 요즘엔 내가 이길 때도 있다. (101쪽)


회사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 제주토박이 분이 넌지시 알려주셨다. 제주에서는 무언가를 받으면 그냥 보내지 않고 꼭 손에 뭔가를 들려 보낸다고 말이다.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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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파뉴 1
나가토모 켄지 그림, 아라키 조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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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한 모금에 담는 손길


《샹파뉴 1》

 아라키 조 글

 나가토모 켄지 그림

 나민형 옮김

 학산문화사

 2020.3.25.



  《샹파뉴 1》(아라키 조· 나가토모 켄지/나민형 옮김, 학산문화사, 2020)를 읽으면서 손길에 담는 숨결을 생각합니다. 아름답기를 바라기에 아름다운 손길이 되도록 스스로 가다듬는 길을 가요. 아름답기를 바라지 않기에 아름다운 손길하고는 동떨어진 길로 스스로 가요.


  마음을 보려 한다면 마음을 봅니다. 마음을 보려는 뜻이 없기에 마음이 아닌 겉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닌 옷차림을 보고, 마음이 아닌 돈을 보고 말아요. 사랑을 보려는 사람만 사랑을 봅니다. 사랑을 보려는 뜻이 없기에 사랑이 아닌 손길이 되고 눈길이 되며 몸짓이 되어요.


  값진 포도술 한 모금은 해랑 비바람이랑 흙을 고이 머금습니다. 값지지 않은 포도술 한 모금도 해랑 비바람이랑 흙을 곱게 머금어요. 모든 포도술을 해랑 비바람이랑 흙을 머금습니다. 술뿐 아니라 모든 밥도 바로 이 별에 드리우는 해랑 비바람이랑 흙을 바탕으로 기운을 머금습니다.


  겉보기로는 고기요 밥이요 술이요 떡이요 빵입니다만, 속살로는 해요 비바람이요 흙이기 마련이에요. 바탕은 모두 같으나 값이 갈려요. 왜 그럴까요? 같은 바탕을 다루는 손길이 다르거든요. 아무리 빛나는 바탕이어도 사랑을 담아서 매만지거나 돌보지 않기에 값이 없어요. 수수하거나 투박한 바탕이어도 사랑을 담아서 어루만지거나 보살피기에 값이 나가요.


  어느 밥이나 술이든 해입니다. 해를 어떻게 누리려나요? 해를 어떻게 맞이하려나요? 어느 밥이나 술이든 비바람이자 흙입니다. 우리를 둘러싸는 비바람하고 흙을 어떻게 바라보려나요? 어떻게 가꾸려나요? 《샹파뉴》는 썩 대단하지 않다 싶은, 그냥그냥 마주할 만한 줄거리를 다룰는지 모릅니다. 작은 빛을, 작은 길을, 작은 노래를, 작은 삶을, 작은 오늘을 다룬다고 할 만해요. 우리 함께 작은이가 되어 작은 자리를 들여다보지 않겠어요?



“아뇨, 단지 그 시대 인간에게 고호의 재능을 알아보는 눈이 없었을 뿐.” (29쪽)


“수도사 동 페리뇽이 이런 말을 남겼답니다. ‘샹파뉴를 마시는 것은, 별을 마시는 것이다.’” (38쪽)


“좋은 연도의 포도만으로 맛있는 와인을 만드는 건 쉬워. 그건 자연의 기술이지. 하지만 좋은 연도에도 나쁜 연도에도 변함없이 같은 맛을 유지하는 건 사람의 기술, 그거야말로 만드는 사람의 애정과 긍지.” (65쪽)


“특상 갈비는 어느 가게든 최상급 고기를 준비하니까 맛있는 게 당연해. 하지만 진짜 가게의 얼굴=개성과 가게의 레벨은 평소에 먹는 일반 갈비로 알 수 있어.” (69쪽)


“여기 선생님이 부탁하셔서요.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고, 억지를 부리셔서,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는 살 수 없죠. 손님은 좋은 친구를 두셨군요.” (90쪽)


“남자는 몰라요! 여자는 샴페인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게 자신만의 특별한 한 병이기 때문에 기쁜 거라고요!” (128쪽)


“처음 잔에 닿은 순간.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다 마신 후의 여운. 모든 때가 더 멋진 거야. 샹파뉴도 연애도.” (164쪽)


“애정이라는 건 진짜처럼 보여도 가짜인 게 있고, 가짜이기 때문에 오히려 진짜일 때도 있는지 모릅니다.” (182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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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 치유 - 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
켈리 누넌 고어스 지음, 황근하 옮김 / 샨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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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66


《치유, 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

 켈리 누넌 고어스

 황근하 옮김

 샨티

 2020.10.26.



  《치유, 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켈리 누넌 고어스/황근하 옮김, 샨티, 2020)를 읽으며 어린 날을 떠올립니다. 이리 보고 저리 살펴도 ‘남이 나를 달래’ 주는 일이란 없습니다. 어느 누가 아무리 따스히 안거나 포근히 품더라도 ‘내가 스스로 나를 사랑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도루묵입니다.


  꽤 어릴 적부터 이 대목을 느꼈는데, 느끼기는 하더라도 무엇인지 제대로 종잡지는 못했어요. 어렴풋했어요. 아슴푸레하지요. 흐릿흐릿한 느낌인데, 그렇지만 ‘남한테서 생채기를 받는 일보다 스스로 생채기를 내는 일이야말로 크’구나 싶어, ‘남한테서 받는 손길’이 아닌 ‘스스로 내 마음을 살살 쓰다듬는 길’을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돌봄터(병원)에 가서 다스리면 몸이 나아질 수 있어요. 돌봄터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 보금자리를 돌봄자리로 삼아서 스스로 몸을 다스려서 나을 수 있어요. 어느 쪽이든 돌봄길입니다. 바깥에서 돌보는 길을 찾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돌보는 길을 가꾸는 사람이 있어요.


  배움터도 이와 같아요. 남이 가르쳐 주기에 배우는 길이 있다면, 남이 가르치건 말건 스스로 찾아나서며 배우는 길이 있어요. 어느 쪽이 더 낫거나 나쁘다고 가를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두 갈래로 길이 있을 뿐입니다.


  살림터도 매한가지예요. 남이 해주는 대로 살아갈 수 있고, 언제나 스스로 짓고 차리고 일구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돈을 써서 살림을 갖추며 살아갈 수 있고, 돈을 안 벌고 안 쓰는, 이러면서 모든 살림을 늘 손수 지어서 살아가는 길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어느 길로 가든 좋습니다. 어느 길에 서든 늘 ‘나’를 생각하고 ‘사랑’을 헤아리면 됩니다. 《치유》는 이 대목을 조금 더 짚어 보려는 책입니다. 남이 나를 돌봐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나를 돌보는 눈길이며 마음길이며 살림길이며 사랑길을 천천히 내자고 이야기합니다.


  가볍게 살피면 좋겠어요. 옆에서 밥술을 떠서 먹이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삼키고 몸으로 받아들여서 똥오줌으로 누어야 합니다. 둘레에서 숨을 불어넣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숨을 쉬고 몸에서 바람을 돌린 다음 숨을 내뱉어야 합니다. 기쁨을 받아들이려 한다면 기쁩니다. 슬픔을 받아들이려 하면 슬픕니다. 튼튼을 받아들이려 한다면 튼튼하고, 아픔을 받아들이려 하면 아파요.


ㅅㄴㄹ


나는 의사가 아니다. 과학자도 아니다. 그저 내 삶의 경험에 관한 전문가일 뿐이다. (23쪽)


정보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중압감 때문에 끊임없이 나쁜 뉴스들에 빠져 지내는 한편 자연의 리듬 및 우주의 순환과 연결되는 경험은 점점 잃어가고 있다. (31쪽)


생명 활동의 본성은 단순하다. 생물 유기체는 환경에 맞추어 스스로의 몸을 적응시킨다 … 삶에 대한 내 해석이 내 배양기, 내 혈액의 화학적 구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75쪽)


관리와 즉각적 만족이 중요해진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쉽사리 ‘빠른 회복’이라는 마케팅의 먹이가 된다. (125쪽)


즉 성공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힘이 있다고 느껴야 하고, 인생의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과 삶에 대해 사랑을 느껴야 하며, 치유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온전하다고 느껴야 한다는 말이다.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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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좋아 시리즈
정경희 지음 / 포북(for boo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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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2.26.

인문책시렁 169


《엄마가 좋아》

 정경희

 for book

 2012.12.4.



  《엄마가 좋아》(정경희, for book, 2012)는 ‘엄마라는 삶길’을 어떻게 누리거나 즐겼는가 하는 이야기를 넉넉히 들려줍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어머니나 이웃 아주머니를 떠올렸습니다. 글님은 곁에서 빛꽃을 담아 준 사람이 있고, 책으로 엮어 준 사람이 있어서 ‘엄마살림’을 듬뿍 보여주는데, 숱한 어머니는 ‘엄마실림을 빛꽃으로 담거나 엮어 주는 손길’을 얼마 못 받곤 합니다. 으레 그렇지 않나요? 날마다 차려 주는 밥 한 그릇을 고마이 여기면서 마음뿐 아니라 두 눈 가득 아로새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날마다 입는 옷을 보송보송 건사하는 손길을 눈여겨보면서 몸뿐 아니라 온마음으로 되새기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요?


  온누리 모든 딸아들이 어버이 살림살이를 차곡차곡 여미어 책 한 자락으로 꾸리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투박한 바느질도 좋고, 꼼꼼한 뜨개질도 좋습니다. 밥자리가 넘치도록 올린 모습도 좋고, 곁밥 한 가지나 김치 한 접시를 가볍게 올린 모습도 좋아요. 어버이는 아이를 낳아 돌본 삶을 차곡차곡 갈무리해서 책으로 꾸며 내리사랑으로 베풀고, 아이는 어버이랑 함께 보낸 나날을 차근차근 짚어 책으로 꾸려 치사랑으로 건넬 만합니다.


  기저귀를 빨던 손으로 글을 씁니다. 밥을 짓던 손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옷깃을 여미고 이부자리를 다독이던 손으로 춤을 춥니다. 목말을 태우거나 처네로 업고 저자마실을 다니던 다리로 함께 나들이를 다닙니다.


  그리고 《엄마가 좋아》 곁에 《아빠가 좋아》를 놓을 수 있기를 바라요. 서로 다르지만 서로 같은 사랑을 수수한 이웃님 스스로 챙기면 어떨까요. 우리가 입는 옷은 대단해야 하지는 않되, 사랑을 담으면 됩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훌륭해야 하지는 않되, 사랑을 얹으면 되어요.


  사랑하려고 낳는 아이입니다. 사랑하려고 어버이한테 찾아온 아이입니다. 사랑을 물려줄 어버이입니다. 사랑을 배울 아이입니다. 이 대목을 헤아린다면 이 별에서 ‘새로 태어날 아이가 줄어들 일’은 없어요. 이 대목을 못 헤아리면 배움수렁(입시지옥)은 사라지지 않아요. 이 대목을 안 헤아리면 시골살이(귀촌)를 꿈꾸며 손수 살림을 지으려는 젊은 발걸음은 늘어나지 않겠지요.


ㅅㄴㄹ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의 주인공을 수놓아 방에 걸어 주기도 하고, 품에 끼고 사는 인형에게 고운 옷 지어 입히며 함께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7쪽)


바느질이 어렵다는 건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아이들이 어릴 때 내게 써 준 손편지나 그림 들은 가장 값진 본이다. 아이가 한 말 중에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도 잘 적어 두었다가 천에다 옮겨 아이들 사진과 함께 앨범도 만들었다. (61쪽)


수를 놓고 싶을 때 쉽게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이 꽃이다. 세밀하게 그려서 수놓아도 좋고, 손그림처럼 어눌하게 그려도 재밌다. (75쪽)


엄마 손때 묻혀가며 키울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깜빡 졸았던 것 같은데 꿈처럼 모든 게 지나가 버린다. (106쪽)


아이들이 입시지옥에 갇혔을 때, 힘든 시간을 같이 나나고 싶어서 조각천 잇기를 했다. 내가 고른 작업은 지겹고 지겨운 1인치짜리 조각 수천 장. (139쪽)


‘사는 재미가 바깥에만 있는 건 아니다’ 내 마음이 기쁘게 집안을 지키고 살필 수 있게 나를 어루만져 주는 주문. 지금 와서 돌아보면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꾸린 평범한 엄마의 역할이 내가 정말 원하던 삶이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아이들이 좋다.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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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길, 역사의 길 - 김삼웅 선생님이 10대에게 들려주는 정의론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9
김삼웅 지음 / 철수와영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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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2.26.

인문책시렁 168


《정의의 길, 역사의 길》

 김삼웅

 철수와영희

 2021.2.12.



  《정의의 길, 역사의 길》(김삼웅, 철수와영희, 2021)은 두 가지 길을 들려줍니다. 하나는 ‘곧은길·바른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삶길·살림길’이에요. ‘곧다·바르다’를 한자말로는 ‘바르다’로 나타냅니다. 한자말 ‘정의’를 내세운 벼슬아치나 글꾼이 참 많았으나 적잖은 이들은 입발림이나 겉치레나 속임짓을 일삼았어요, 뭇사람 앞에서는 바른 척할 뿐, 속으로는 거짓스럽거나 뒤틀리거나 일그러진 길이었어요.


  왜 겉속이 다를까 하고 돌아보면, 이들은 하나같이 삶길이나 살림길하고 등졌더군요. 삶을 삶답게 다스리지 않기에 곧은길하고 멀어요. 살림을 살림다이 가꾸지 않는다면 바른길하고 동떨어집니다.


  여린이를 두들겨패거나 괴롭히는 짓을 뒤에서 하되, 앞에서는 얌전하게 구는 이들이 수두룩해요. 위아래로 가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주먹질이나 막말이 춤춰요. 이웃나라 총칼을 내세워 쳐들어오던 때에 그들은 어떤 이름을 앞세웠나요? 이 나라 사람 스스로 총칼로 억누르던 무렵 그들은 어떤 이름을 붙였나요?


  앞뒤가 다른 이들은 하나같이 집살림을 안 합니다. 겉속이 어긋난 이들은 하나같이 아이를 안 돌봅니다. 손수 옷을 갈무리하고, 밥을 짓고, 집을 돌보는 사람이 앞뒤가 다를 수 없습니다. 사랑으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사람이 겉속이 다를 까닭이 없습니다.


  가장 수수하게 땀흘리면서 어우러질 줄 알 적에 비로소 삶길이면서 살림길이요, 이러한 나날이 차곡차곡 쌓여 시나브로 곧은길이며 바른길로 나아갑니다. 글이나 말로만 곧을 수 없어요. 오직 삶으로 곧을 뿐입니다. 책이나 이름값으로 바를 수 없어요. 오로지 살림으로 바를 뿐입니다. 《정의의 길, 역사의 길》을 읽으며 이 대목을 헤아려 본다면, 예나 이제나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를 또렷하게 알아채리라 생각해요. 그들이 겉으로 내뱉는 말이 아닌, 그들이 어디에서 누구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살림하는가를 들여다봐요. 말이 아닌 삶을 보아야 참다운지 아닌지를 가눌 만합니다.


ㅅㄴㄹ


국민을 배반하고 진리를 거역하고 정의에 역행하는 자들은 설혹 실정법을 용케 피해 가더라도 최종적으로는 하늘의 그물이 가디라고 있습니다. 그것이 곧 역사의 심판이지요. (21쪽)


전쟁이 일어나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중국 망명까지 시도했던 임금과 관리들은 의병의 공을 인정하면 정부의 무능이 드러날 것을 걱정했던 것입니다. (40쪽)


옛사람이, 눈물로 먹을 갈아 쓴 글이 아니면 읽지를 말고 눈물로 밥을 말아 먹어 보지 못한 사람과는 국사를 논하지 말라고 했듯이 (110쪽)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영웅주의, 출세주의가 지배해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고 돈 벌기 위해 경쟁해 왔지요.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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