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파뉴 1
나가토모 켄지 그림, 아라키 조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한 모금에 담는 손길


《샹파뉴 1》

 아라키 조 글

 나가토모 켄지 그림

 나민형 옮김

 학산문화사

 2020.3.25.



  《샹파뉴 1》(아라키 조· 나가토모 켄지/나민형 옮김, 학산문화사, 2020)를 읽으면서 손길에 담는 숨결을 생각합니다. 아름답기를 바라기에 아름다운 손길이 되도록 스스로 가다듬는 길을 가요. 아름답기를 바라지 않기에 아름다운 손길하고는 동떨어진 길로 스스로 가요.


  마음을 보려 한다면 마음을 봅니다. 마음을 보려는 뜻이 없기에 마음이 아닌 겉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닌 옷차림을 보고, 마음이 아닌 돈을 보고 말아요. 사랑을 보려는 사람만 사랑을 봅니다. 사랑을 보려는 뜻이 없기에 사랑이 아닌 손길이 되고 눈길이 되며 몸짓이 되어요.


  값진 포도술 한 모금은 해랑 비바람이랑 흙을 고이 머금습니다. 값지지 않은 포도술 한 모금도 해랑 비바람이랑 흙을 곱게 머금어요. 모든 포도술을 해랑 비바람이랑 흙을 머금습니다. 술뿐 아니라 모든 밥도 바로 이 별에 드리우는 해랑 비바람이랑 흙을 바탕으로 기운을 머금습니다.


  겉보기로는 고기요 밥이요 술이요 떡이요 빵입니다만, 속살로는 해요 비바람이요 흙이기 마련이에요. 바탕은 모두 같으나 값이 갈려요. 왜 그럴까요? 같은 바탕을 다루는 손길이 다르거든요. 아무리 빛나는 바탕이어도 사랑을 담아서 매만지거나 돌보지 않기에 값이 없어요. 수수하거나 투박한 바탕이어도 사랑을 담아서 어루만지거나 보살피기에 값이 나가요.


  어느 밥이나 술이든 해입니다. 해를 어떻게 누리려나요? 해를 어떻게 맞이하려나요? 어느 밥이나 술이든 비바람이자 흙입니다. 우리를 둘러싸는 비바람하고 흙을 어떻게 바라보려나요? 어떻게 가꾸려나요? 《샹파뉴》는 썩 대단하지 않다 싶은, 그냥그냥 마주할 만한 줄거리를 다룰는지 모릅니다. 작은 빛을, 작은 길을, 작은 노래를, 작은 삶을, 작은 오늘을 다룬다고 할 만해요. 우리 함께 작은이가 되어 작은 자리를 들여다보지 않겠어요?



“아뇨, 단지 그 시대 인간에게 고호의 재능을 알아보는 눈이 없었을 뿐.” (29쪽)


“수도사 동 페리뇽이 이런 말을 남겼답니다. ‘샹파뉴를 마시는 것은, 별을 마시는 것이다.’” (38쪽)


“좋은 연도의 포도만으로 맛있는 와인을 만드는 건 쉬워. 그건 자연의 기술이지. 하지만 좋은 연도에도 나쁜 연도에도 변함없이 같은 맛을 유지하는 건 사람의 기술, 그거야말로 만드는 사람의 애정과 긍지.” (65쪽)


“특상 갈비는 어느 가게든 최상급 고기를 준비하니까 맛있는 게 당연해. 하지만 진짜 가게의 얼굴=개성과 가게의 레벨은 평소에 먹는 일반 갈비로 알 수 있어.” (69쪽)


“여기 선생님이 부탁하셔서요.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고, 억지를 부리셔서,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는 살 수 없죠. 손님은 좋은 친구를 두셨군요.” (90쪽)


“남자는 몰라요! 여자는 샴페인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게 자신만의 특별한 한 병이기 때문에 기쁜 거라고요!” (128쪽)


“처음 잔에 닿은 순간.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다 마신 후의 여운. 모든 때가 더 멋진 거야. 샹파뉴도 연애도.” (164쪽)


“애정이라는 건 진짜처럼 보여도 가짜인 게 있고, 가짜이기 때문에 오히려 진짜일 때도 있는지 모릅니다.” (182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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