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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ㅣ 좋아 시리즈
정경희 지음 / 포북(for book)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책읽기 2021.2.26.
인문책시렁 169
《엄마가 좋아》
정경희
for book
2012.12.4.
《엄마가 좋아》(정경희, for book, 2012)는 ‘엄마라는 삶길’을 어떻게 누리거나 즐겼는가 하는 이야기를 넉넉히 들려줍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어머니나 이웃 아주머니를 떠올렸습니다. 글님은 곁에서 빛꽃을 담아 준 사람이 있고, 책으로 엮어 준 사람이 있어서 ‘엄마살림’을 듬뿍 보여주는데, 숱한 어머니는 ‘엄마실림을 빛꽃으로 담거나 엮어 주는 손길’을 얼마 못 받곤 합니다. 으레 그렇지 않나요? 날마다 차려 주는 밥 한 그릇을 고마이 여기면서 마음뿐 아니라 두 눈 가득 아로새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날마다 입는 옷을 보송보송 건사하는 손길을 눈여겨보면서 몸뿐 아니라 온마음으로 되새기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요?
온누리 모든 딸아들이 어버이 살림살이를 차곡차곡 여미어 책 한 자락으로 꾸리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투박한 바느질도 좋고, 꼼꼼한 뜨개질도 좋습니다. 밥자리가 넘치도록 올린 모습도 좋고, 곁밥 한 가지나 김치 한 접시를 가볍게 올린 모습도 좋아요. 어버이는 아이를 낳아 돌본 삶을 차곡차곡 갈무리해서 책으로 꾸며 내리사랑으로 베풀고, 아이는 어버이랑 함께 보낸 나날을 차근차근 짚어 책으로 꾸려 치사랑으로 건넬 만합니다.
기저귀를 빨던 손으로 글을 씁니다. 밥을 짓던 손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옷깃을 여미고 이부자리를 다독이던 손으로 춤을 춥니다. 목말을 태우거나 처네로 업고 저자마실을 다니던 다리로 함께 나들이를 다닙니다.
그리고 《엄마가 좋아》 곁에 《아빠가 좋아》를 놓을 수 있기를 바라요. 서로 다르지만 서로 같은 사랑을 수수한 이웃님 스스로 챙기면 어떨까요. 우리가 입는 옷은 대단해야 하지는 않되, 사랑을 담으면 됩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훌륭해야 하지는 않되, 사랑을 얹으면 되어요.
사랑하려고 낳는 아이입니다. 사랑하려고 어버이한테 찾아온 아이입니다. 사랑을 물려줄 어버이입니다. 사랑을 배울 아이입니다. 이 대목을 헤아린다면 이 별에서 ‘새로 태어날 아이가 줄어들 일’은 없어요. 이 대목을 못 헤아리면 배움수렁(입시지옥)은 사라지지 않아요. 이 대목을 안 헤아리면 시골살이(귀촌)를 꿈꾸며 손수 살림을 지으려는 젊은 발걸음은 늘어나지 않겠지요.
ㅅㄴㄹ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의 주인공을 수놓아 방에 걸어 주기도 하고, 품에 끼고 사는 인형에게 고운 옷 지어 입히며 함께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7쪽)
바느질이 어렵다는 건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아이들이 어릴 때 내게 써 준 손편지나 그림 들은 가장 값진 본이다. 아이가 한 말 중에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도 잘 적어 두었다가 천에다 옮겨 아이들 사진과 함께 앨범도 만들었다. (61쪽)
수를 놓고 싶을 때 쉽게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이 꽃이다. 세밀하게 그려서 수놓아도 좋고, 손그림처럼 어눌하게 그려도 재밌다. (75쪽)
엄마 손때 묻혀가며 키울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깜빡 졸았던 것 같은데 꿈처럼 모든 게 지나가 버린다. (106쪽)
아이들이 입시지옥에 갇혔을 때, 힘든 시간을 같이 나나고 싶어서 조각천 잇기를 했다. 내가 고른 작업은 지겹고 지겨운 1인치짜리 조각 수천 장. (139쪽)
‘사는 재미가 바깥에만 있는 건 아니다’ 내 마음이 기쁘게 집안을 지키고 살필 수 있게 나를 어루만져 주는 주문. 지금 와서 돌아보면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꾸린 평범한 엄마의 역할이 내가 정말 원하던 삶이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아이들이 좋다. (1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