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7만 원 서울 여관
서울에서 볼일 보고 나서 서울에 있는 여관에 아이들과 묵으며 바로 씻기고 재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찾아가는 여관마다 ‘주말’이라 하면서 하루 묵는 삯 7만 원을 달라고 말한다. 올봄에 묵을 적에는 3만5천 원을 받기에, 이만 한 값이면 애써 택시를 타고 일산까지 가서 할머니 댁이나 이모 집에서 묵지 않아도 되겠다고 여겼는데, 여관삯이 꽤 많이 세다.
갑자기 비가 들이붓는다. 작은아이는 잠들었다. 큰아이도 아주 고단하지만, 씩씩하게 아버지 손을 잡고 졸음과 힘겨움을 참는다. 퍼붓는 빗길을 큰아이 손을 잡고 작은아이를 품에 안는다. 작은아이 안은 팔에 천가방을 둘 꿰었다. 빗물 옴팡 뒤집어쓴 채 이 여관 저 여관 들어가서 값을 묻는데, 어느 집이나 똑같이 7만 원을 부를 뿐 아니라 “주말에는 가족을 안 받는다.”고 말한다. “어디 가든지 다 똑같을 거예요. 일부러 고생하지 마세요.” 하고 ‘자못 친절하게(?)’ 말씀하는 분도 있다. 그러고 보니, 여관골목 이곳을 드나드는 젊은이가 몹시 많다. 그래, 이들이 한두 시간 놀고 나가면서 주말에 이삼만 원 쓰도록 하면 여관골목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겠지. 시골에서 평일이나 주말을 모른 채 살던 우리 식구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판이 된다.
마지막으로 알아본 여관 처마 밑에 쪼그려앉는다. 작은아이 안고 일산 부름택시로 전화를 건다. 마침 신촌 언저리에 택시 한 대 있단다. 잘 되었구나. 우리 택시 타고 일산 이모 집으로 가자. 퍼붓는 비를 다시 맞으며 택시 있는 곳으로 간다. 아이들은 택시에 타서 자리에 앉자 이내 곯아떨어진다. 비오는 저녁 서울서 일산 가는 택시삯은 19500원. 작은아이는 옷만 갈아입혀 눕힌다. 작은아이는 옷을 갈아입혀도 잠을 안 깬다. 큰아이는 몸을 씻기고 머리까지 감기고 잠옷으로 입히니 스스로 누워 곧바로 잠든다. 4346.7.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