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나누는 글쓰기

 


  지난해에 들딸기 많이 먹던 밭자락 찾아 마을 뒷동산 오른다. 마늘밭에서 마늘 뽑느라 바쁘신 할매와 할배 옆을 지나 뒷동산 맨 꼭대기에 닿는다. 그런데 올해에는 지난해처럼 들딸기가 없다. 밭둑 풀을 베느라 들딸기 한창 맺혀야 할 즈음에 모두 잘린 듯하다. 마을 할매와 할배는 들딸기 굳이 따서 자시지 않으니, 딸기꽃 피고 지는 언저리에 그냥 베어내신 듯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들마실 했다고 여기며 저 먼 마을 바라본다. 확 트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여섯 살 큰아이가 문득 “저기 우리 집이야. 우리 집 보여.” 하고 외치며 손을 뻗어 가리킨다. “응, 그래 우리 집이야. 우리 집 보이지.” 그래, 어떠니. 우리 집 예쁘니? 우리 집을 둘러싼 마을 예쁘니?


  이야기를 나누기에 글을 쓸 수 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글을 쓸 기운 얻는다. 살가운 이야기 한 자락 흐르면서 살가운 글 하나 태어난다. 따사로운 사랑 감돌며 이야기마다 따사로운 사랑 스민다. 신문글 쓰는 사람도 잡지글 쓰는 사람도 책글 쓰는 사람도, 모두 이웃과 동무하고 더 넓게 마음을 열면서 더 깊이 생각을 나누면, 온누리 밝히는 글로 신문과 잡지와 책을 빛낼 수 있으리라.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지 않은 채 쓰는 글에는 빛이나 사랑이나 웃음이 깃들지 못한다. 4346.5.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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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2 10:00   좋아요 0 | URL
정말 참 좋네요.~~
확 티인 산의 모습과 어린이가 하나 되는 사진,

숲노래 2013-05-22 10:42   좋아요 0 | URL
이 나라 아이들 모두
가까이에서 푸른 산 누리면서
날마다 좋은 마음 품을 수 있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