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 말은 살짝 적어야겠다 싶어 살짝 적는다. 좀 '센' 말을 적어 보았지만, 알라딘서재에는 올리고 싶지 않다. '내 자유'가 있기에 '다른 사람 자유'를 건드린다든지, '내 권리'가 있대서 '다른 사람 권리'를 밟는 일은 무엇이 될까. 알라딘책방이 도서정가제를 이야기하는 일은 자유요 권리일 테지. 그래, 자유이면서 권리이다.

 

..

 

책값, 글밥

 


  책값 만 원 붙은 책이 있으면, 이 책을 쓴 사람은 으레 글삯으로 10퍼센트인 천 원을 받습니다. 그런데, 책을 쓴 사람이 글삯으로 10퍼센트를 받으려면, 이 책은 ‘책에 붙은 값’인 만 원 그대로 팔려야 합니다. 인터넷책방에서 10퍼센트 에누리를 하는데다가 10퍼센트 적립금까지 준다면, 책을 쓴 사람은 글삯 10퍼센트 받기 만만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책이 처음 나온 지 한 해 지났대서 인터넷책방에서 20퍼센트 에누리를 한다든지, 책이 처음 나온 지 여러 해 지났대서 인터넷책방에서 30퍼센트 에누리를 하거나, 때로는 50% 에누리까지 한다면, 책을 쓴 사람은 무슨 글밥을 먹을 수 있을까 아리송합니다.


  매장책방이든 인터넷책방이든, 글밥 먹는 글꾼을 애틋하게 사랑한다고 밝히려 한다면, 갓 나온 책이든 열 해나 스무 해쯤 지난 책이든, 출판사에서 책에 붙인 값 그대로 사람들이 사서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올바르고 아름답습니다. 나온 지 여러 해 지났다고 책값을 마구 후려치는 일을 버젓이 하면서 ‘글밥 먹는 글꾼’ 권리를 지켜 준다는 말을 함부로 읊어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지요.

 .. (......) ..

 

  도서정가제 이야기에 앞서, 아니 도서정가제 이야기를 하자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 스스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으려 하는가 하는, 몸가짐과 마음가짐 이야기부터 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책을 책 그대로 마주하면서 삶을 살찌우는 사랑스러운 마음밥으로 아로새기지 못한다면,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못합니다. 글밥 먹는 사람들 삶을 헤아리지 않고 책값 이야기를 나눌 수 없습니다. 곧, 흙밥 먹는 사람들 삶을 헤아리지 않고 쌀값 이야기를 나눌 수 없습니다. 기름밥 먹는 사람들 삶을 헤아리지 않고 사회·정치·경제·노동·환경 이야기를 나눌 수 없습니다. 4346.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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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1-21 10:53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하지만 만원도 부담스러운 저 같은 학생으로서는....

도서관을 애용하면 될 텐데요.
아무래도 도서관에 책이 없다는 건 변명이겠지요.

숲노래 2013-01-21 10:59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책 없어요 ㅋㅋㅋ
그래서 도서관에 없는 책을 종이에 적어 신청해야지요.
언제 그 책이 들어올는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옛날과 견줘 많이 나아졌어요.

도서관에 책이 없기에,
저는 스스로 '서재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

oren 2013-01-21 11:34   좋아요 0 | URL
이번 일을 계기로 책값의 본질을 건드리는 얘기들이 좀 더 많이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어요. 함께살기님의 글들을 읽으면서 저도 그런 면에서 공감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숲노래 2013-01-21 14:18   좋아요 0 | URL
무엇이 옳으느니 그르느니 하고 말다툼 하는 일은 누구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책을 읽는 삶, 책을 마주하는 사랑, 책을 나누는 즐거움, 이런저런 샘물 같은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어야지 싶어요.

책은 즐겁게 '선물'할 수 있고, 책은 고맙게 '선물받을' 수 있어요. 책값이란 참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러나, 이를 어떤 정략이나 책략으로 삼아 무언가 꿍꿍이를 벌인다면... 참 딱한 노릇이지요.

양철나무꾼 2013-01-21 12:46   좋아요 0 | URL
저도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도서정가제 라는 것이, 책을 사 읽는 독자들을 위한 정가제가 아니지요.

책 표지에 적정가격을 정하여 기록하지 않게 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그 책에 합당한 가격을 자기네들 마음대로 정한다는 의미의 '도서 정가제 프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책값이 얼마, 책에 들어가는 종이값이 얼마, 작가나 역자에게 얼마...가 들어가고 그 남은 금액에서 몇 퍼센트의 이익을 인터넷서점과 출판사가 나눠 먹는다는 의미의 정가제 프리가 아니지요.

'정가제 프리'가 그냥 인터넷에서 책값 10%를 싸게 받는 그것만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사읽는 독자나, 책을 사읽을 수도 있는 잠재의 독자들이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지,
그냥 사실은 두루뭉술, 수박겉핥기식으로 호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숲노래 2013-01-21 14:22   좋아요 0 | URL
값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붙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이번에 9만 원 넘는 번역책 나왔어요.
이러한 책은 굳이 '시장경제 원리'를 따지지 않아요.

<윤길수 책>이라고 있고, '포노'라는 출판사에서
어느 음악가 전집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들 책값은 시장원리하고는 살짝 떨어져요.
저도 1인잡지를 내는데,
이런 책에 붙이는 값은
읽을 사람, 글을 쓴 사람, 책을 엮는 사람,
모든 품을 살피면서, 나중에는 책을 파는 일꾼한테까지
즐거운 땀을 베풀어 주어요.

아무튼, 하늘 무서운 줄 모르면서
어떤 권력을 내세우려 하면
다들 스스로 무너지는 줄 참말 모르는구나 싶어요...

북극곰 2013-01-22 09:47   좋아요 0 | URL
저도 상황 파악이 잘 안되어서 관련 서재글들을 읽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얼핏 구간에까지 정가를 왜 적용해야 할까 생각했는데,
내가 읽고 싶은 책이라면 구간이라도 제 값을 주고 살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구간이라는 이유로 또 다른 이유로 가격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독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가 힘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숲노래 2013-01-22 09:51   좋아요 0 | URL
신간이든 구간이든 '똑같은 책'이니까요.

<태백산맥>이나 <난 쏘 공>처럼 이름난 작품뿐 아니라,
모든 책들이 '구간'이 되어도 언제나 똑같은 '책'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제도가 도서정가제예요.

책은 책이어야 할 뿐이니까요.
구간이라 하면서 할인율을 왕창 적용하면
작가도 출판사도...
말 그대로 손가락만 빨면서 굶어야 해요...
구간 할인율을 왕창 적용하도록 하자는
인터넷책방 주장은
작가와 출판사를 다 굶겨죽이자는 소리일 뿐이에요.

사실, 구간은 '새로 찍지' 않으면
처음 붙인 책값이라서,
오래도록 천천히 팔리는 책은
몇 해 뒤에는 물건값 오름세와 견주면
퍽 싼값이 된답니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인터넷책방이 구간 책값을 마구 후려치기 하는 바람에,
출판사에서는 '구간 절판'을 시키고
'개정 신판'으로 다시 내놓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