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이래저래 마음에 부침이 많았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더니,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조금 덜 지옥이다. 


그간 책도 거의 안 사고 도서관에 가서 신간 코너를 기웃거리다 눈에 들어오는 것들만 가져와서 읽으며 지냈다. 중고책 팔러 왔다가 이웃 서재들을 둘러본다. 알라디너들의 깊고 넓은 독서의 바다를 흘러다니다 메모장을 켜서 적게 된다. 혹 하는 책들에 간만에 신이 난다. 신간 코너에서 맘에 드는 책이 없어서. 검색대 앞에 섰지만 적어둔 책도 없고 떠오르는 책도 없어서 당황스러웠던 몇 달이었다.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적어두고 나니 먹을거리를 잔뜩 쟁여둔 것처럼 든든하다. 


그래, 조금씩, 더딘 독서를 하자. 후루룩 대충 삼키는 것들만 읽었더니 어쩐지 갈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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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북극곰이 살아요!
에밀리 크리츨리 지음, 이은숙 옮김 / 한림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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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가슴 뭉클한 성장 이야기. 주인공이 나처럼 걱정이 많아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낌. 낙천적이고 유머러스한 몬티 덕분에 나도 위로 받았다. 집으로 잘 돌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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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5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극곰님 책!!! ^^

2022-07-08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9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7-10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극곰님, 제 서재에 댓글 남겨주셔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주말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북극곰 2022-07-11 11:14   좋아요 1 | URL
언제나 변함없이 글을 올리시는 서니데이 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
습도가 높아서 힘든 날들이네요,
오늘도 기분좋게 보내시길요~!
 

















<레 미제라블>를 읽고 있다. 축약본과 영화로만 봤었던지라 완역본으로 읽으면서 이 작품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 영화에서 생략되었던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빼어난 비유, 시대에 대한 웅변적이고도 열정적인 서술에 빨려들고 있는 중이다. 

















짧은 책이지만 빅토르 위고를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가난 때문에 빵을 훔친 죄로 감옥살이한 노인 얘기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이유 없이 거리에서 구타 당하는 매춘부를 보고 빅토르 위고가 나서서 목격자 진술을 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현실의 경험이 <레 미제라블>에서 장 발장과 팡틴의 이야기로 살아난 것이다. 왕당파에서 공화파로 전향한 마리우스에게는 빅토르 위고 자신의 모습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는 사형제도를 반대했고,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을 옹호했고, 의무/무상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유럽이 연합해야 한다고 말했고, 흑인 노예를 반대했다고 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서 서서 목소리를 높인, 파란만장하고 열정적인 이 작가를 조금 더 잘 알게 된 기분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왜 그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다시 손에 든 <레 미제라블>의 3권이 조금 더 흥미로워졌다. 


* 뒷날개를 보니 ...와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의 하나인 것 같은데'함께하는 여름'은 어떤 의미에    서 붙여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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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로 긴 회사생활을 마감했다. 희망퇴직. 근속연수를 보니 24.7개월. 꺅! @..@ 

생각할 시간을 길게 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갑작스럽게 덜컥 사직서를 내버렸다. 며칠 머리 터지게 고민한다고 한 것 같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좀 어이없다. '나갈래'라는 맘을 한번 먹고 나니 다른 쪽으로 설득하는 사람들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 같고 오히려 그들의 말에 반박할 이유들을 찾아내면서 내 결정을 합리화했던 것 같다. 


사실 우리집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그만두면 안 됐는데, 어쩐지 그런 결정을 내려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의 결정이라는 게 참 우습다.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건 이성적으로 하는 행위 같지만 지극히 감정적이고 찰나적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도 나름 퇴사할 경우의 장점 단점 리스트를 쭉 써 봤었단 말이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그것조차 한쪽으로 쏠려서 해석한 것 같다는. ㅋ


'그만 둘까?'라고 물었다가 남편이 '그래도 다니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답하면 '대체 나는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하는 거야? 회사 사정이 지금 별로라니깐? 3년 후에 위로금도 없이 그만둬야 하면 어쩔 거야?'라고 따져놓고는 남편이 '그만 둬.'라고 하면 '그럼 앞으로 어쩔건데. 대책이 있어?'라고 신경질을 내면서 미친 x처럼 남편을 몰아붙였음. 어쩌라고. ㅋㅋㅋ


이제서야 말렸던 사람들의 말이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회사가 몇년 전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데 그 때 심란하다고 글을 썼더니 다정한 서재친구님이 '아이들 뒷바라지 하는 거 재미없다'며 버티라고 해주셨는데, 그 말도 다시 생각난다. 

 

하필이면 퇴사하자마자 맞은 아이들의 방학 때문에 이렇게 힘든 거겠지 싶었는데 개학을 하고도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도 나는 어쩐지 후회하고 있는 것 같다. 일을 좋아한 건지, 나만의 책상이 필요한 건지, 아이들의 문제(공부공부! 내신내신! 어휴)를 싹 잊고 싶은 건지, 어디론가 매일 단장하고 나가는 루틴이 필요한 건지 조금 헷갈리긴 하지만.  


일주일 정도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간식도 챙겨주고 좋더니만, 한 달이 지나고서는  돌아서면 밥, 간식, 청소 등등이 몰아치는 집에서의 일에 그만 질려버렸다. ㅠ.ㅠ 회사 다니면서도 안 한건 아닌데 왜 이런 일들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손가락 관절염은 설마 석 달 동안 집안일을 하느라 생긴건 아니겠지? 무릎 관절보다도 먼저, 그리고 더 흔히 발생하는 노화현상이라고는 하더라만 그렇다고 내가 매일 쓸고닦고 반질반질한 집을 유지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말이다. 왜 하필이면 이런 시점에 나를 찾아와서 더 우울하게 만드는지. 


오래 일했으니 당분간은 좀 편히 쉬라고 하는데도 나도 참 나를 가만히 못 두는 스타일인가보다. 그렇다고 또 막 의지력을 갖고 뭘 실천하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오락가락 양가적인 감정으로 보내고 있는 2022년의 봄날들이다. 이런 봄날 평일에 바깥 산책하는 게 회사 다니던 시절에 부러워하던 거 아니었나? 여기저기 도서관도 다녀보며 여유롭게 책 읽고 싶다던 것도 회사 다니던 시절에 부러워하던 거 아니었나? 사람 참 간사하다. 

(물론 이런 일들을 하고 다니지만 왜 행복감은 다르게 느껴질까. 대부분은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는 일상이라 그런 걸까? 뒤늦게 '슈츠'를 달리는 중인데 시즌 9.... @@.)


이러다 실업급여 받는 기간 끝나고 나면 뭐든 하겠다고 나설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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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4-1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습니다. 24년 7개월 근무하신거에요??

북극곰 2022-04-11 19:56   좋아요 0 | URL
엄청나죠? 저도 제가 그렇게 오래 다닐 줄 몰랐다는....
때 맞춰 아이가 고등학교를 들어가는 바람에 고딩부모. 정말 극한 직업이네요. 아호...

유부만두 2022-04-11 20:17   좋아요 0 | URL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어요! 전 직장 다니시는 분들, 그 규칙적인 생활을 존경합니다. (꾸벅 인사) 근데 고등 아이 때문에 늦잠은 못 즐기시겠군요. ㅎㅎ

북극곰 2022-04-11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보내고 또 꿀잠을 잡니다 .. 이렇게 늦게 일어나면 하루가 슝 지나가서 저녁나절이 되면 막 마음이 바빠지고 그러더라고요. 정신 좀 차려야겟어요 ㅎㅎ
 
꽃이 핀다 - 자연에서 찾은 우리 색 보림 창작 그림책
백지혜 글.그림 / 보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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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도 꽃이 피는 계절이다. 

초록잎과 반짝이는 햇살 속에서 빛나는 바깥의 꽃들만큼이나 예쁜 꽃들이 책으로 피었다. 


전통 채색 기법으로 채색을 했기 때문인지 그림이 은은하고 따뜻하다. 노랑, 민들레와 분홍, 진달래의 전형적인 봄꽃이 먼저 등장한다. 연파랑 꽃마리의 이름은 처음 알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연두빛 버들잎을 보면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고, 파랑 달개비꽃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사시 사철 그 계절에 피는 꽃들이 담겨 있어 어느 계절에 펼쳐보아도 좋다. 한 장 한장 넘길 때마다 얼굴은 꽃처럼 웃고 있다. 


아주 오래 전 아이들과 같이 넘겨보던 책이었는데, 모두 정리하고 아끼는 것으로만 열 권 남짓 남겨둔 그림책 중에서 살아남은 책이다. 그것으로 책에 대한 평가는 족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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