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 빨래줄, 하얀 기저귀
아이 둘을 낳아 함께 살아가는 나날이 아니었으면, 여느 골목집 사진에 널쩍하게 펼쳐진 하얀 기저귀천이 바람에 흩날리는 사진을 바라보며 ‘어, 여기 아기가 있구나. 참 복닥거리며 바쁘고 재미나겠구나.’ 하고 느끼지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처음 오줌기저귀를 빨아 햇살 머금는 마당에 내다 널며 파란하늘을 올려다볼 때에, ‘이렇게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나오면서 햇살을 느끼고 햇살을 기저귀에 담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첫째 아이가 기저귀를 떼고 나서 둘째 아이를 맞이했습니다. 어느덧 다섯 해째 기저귀 빨래를 잇습니다. 둘째가 기저귀를 떼자면 이태는 있어야 하니, 앞으로 두 해를 더해서 일곱 해 동안 기저귀 빨래를 하며 살아간다 하겠군요. 그즈음 셋째를 낳는다면 아마 열 해 남짓 기저귀 빨래로 한삶을 누리겠구나 싶은데, 셋째를 낳을는지 못 낳을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 넘치는 빨래를 어찌 짊어지느냐 싶으나, 생각해 보면 첫째 때와 견주어 둘째 기저귀 빨래는 한결 수월하게 해요. 셋째가 우리한테 찾아오면 셋째 기저귀 빨래는 두 아이 기저귀 빨래보다 조금 수월하게 하리라 생각해요.
마당에 드리운 후박나무 빨래줄에 대나무 바지랑대를 겁니다. 기저귀가 한결 잘 마르라고 바지랑대를 받치고는 기지개를 켭니다. 기지개를 켜면서, 기저귀 말려 주는 파란하늘 햇살이 참 곱다고 느낍니다. 파란하늘 사이사이 하얗게 붓질하는 구름을 바라보며,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누런 흙땅 사이사이 하얗게 펄럭이는 기저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햇살을 머금고 바람을 마시며 흙내음 맡는 기저귀는 아이가 엉금엉금 기는 나날 곁에서 예쁘게 어루만지는 포근한 손길이 되어 주기를 빕니다. (4345.2.17.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