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4 나으면 돼
배움터에 안 다니는 아이는 아마 100 가운데 1도 안 될 테고, 1000 가운데 1도 안 될 수 있습니다. 10000 가운데 1일 수도 있어요. 어린배움터부터 안 가는 이 아이는 열린배움터(대학교)에 갈 마음도 없습니다. 늘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살림을 지을 길을 걷습니다. 배움터에 안 다니는 아이는 미리맞기(예방주사)를 거의 다 안 합니다. ‘미리맞기 = 나쁜조각을 몸에 미리 넣어서 앓기’인 줄 아니까 안 하지요. 어떤 몸앓이에 걸리든 스스로 이기거나 씻으면 될 뿐 아니라, 그 몸앓이에 걸릴 까닭이 없도록 하루를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해맑게 살아가면 넉넉합니다. 고뿔이나 돌림앓이에 걸린대서 ‘나쁘’지 않습니다. 걸릴 뿐입니다. 여느때에는 즐겁고 튼튼하게 삶을 돌보되, 앓거나 아플 적에는 어떻게 왜 얼마나 앓거나 아픈가를 들여다보면서 나으면 돼요. 앓거나 아파 보았기에 이웃을 더 헤아립니다. 앓거나 아파 보았기에 돌봄풀(약초)을 익히고, 돌봄손(간호)을 배워요. 걱정은 걱정을 낳지만, 돌봄빛은 돌봄빛을 낳지요. 삶터가 어수선하며 말이 어수선할 적에는 ‘어수선’이 아닌 ‘새길’을 바라본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새말’을 마주하고 지으며 가다듬습니다. 아플 적에는 나으면 되고, 없을 적에는 지으면 됩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