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10.
《초롱초롱 별나라》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남주현 옮김, 두산동아, 1996.11.13.
꽃비를 맞는다. 우리 집 나무를 누린 지 열한 해에 이르니, 지난 열한 해 동안 해마다 봄이면 꽃비를 맞이한다. 내가 어릴 적에는 은행나무 곁에 서서 잎비를 맞곤 했다. 봄에는 꽃비, 가을에는 잎비인데, 여름에는 소낙비요, 겨울에는 함박눈이다. 철마다 다르게 구름이 베푸는 숨빛이 아름답고 반갑다. 꽃비는 손끝을 스쳐 땅바닥에 내려앉는다. 땅바닥은 꽃잎으로 하얗게 물든다. 며칠이 지나면 이 잎은 흙 품으로 안겨 새흙이 될 테지. 나무 곁이 온통 흙밭이요 풀밭이기를 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나무를 심은 둘레 5미터나 10미터쯤은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몽땅 걷어내고서 흙바닥이나 풀밭으로 가꾸면 좋겠다. 이러면서 철마다 다른 풀꽃내음을 누구나 누리기를 빈다. 《초롱초롱 별나라》란 그림책은 꽃비를 누릴 줄 알던 분이 어른이 되어 어린이한테 베푼 별비 이야기로구나 싶다. 요즈막에 그림책이 꽤 많이 나오는데, 아직까지는 ‘그림책을 짓는 길’에 머물 뿐 ‘그림책에 담을 꿈하고 사랑이라는 길’에 닿지는 못한다고 느낀다. 그림책에 어둠을 안 담을 까닭은 없되, 어둠을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어떤 손빛으로 가다듬을 적에 별이 되고 꽃이 되는가를 더 헤아리는 슬기롭고 상냥하면서 이슬받이 같은 어른이 늘기를 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