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사이언스 -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 과학과 대중문화의 매혹적 만남 서가명강 시리즈 2
홍성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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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스타 작가라 할 수 있는 과학자 정재승과 미학자 진중권이 함께 쓴 '크로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딱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내용이 담겨 있을 거라 짐작이 되었다.

서가명강이라고 해서 뭔지 했더니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서울대생이 아니어도 교양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 책은 그 두 번째

책으로 아마 여러 분야의 서울대 교수 강의들을 담은 책이 계속 시리즈로 나올 것 같다. 이 책에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홍성욱 교수가 과학과 대중문화의 '크로스'를 볼 수 있는 여러 흥미로운

사례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대중문화와 과학의 크로스', '세상과 과학의 크로스', '인간과 과학의 크로스', '인문학과 과학의

크로스'까지 총 4번의 크로스를 시도하는데, 첫 번째 얘기는 미쳤거나 괴짜인 과학자의 이미지에 관한

것으로 마침 직전에 봤던 영화 '메리 셸리 : 프랑켄슈타인의 탄생'를 봐서 훨씬 이해하기가 쉬웠다.

흔히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괴물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데 괴물을 만든 

사람이 프랑켄슈타인 박사다. 사실 작가가 여성인 줄은 영화를 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그녀의 삶과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영화로 봐서 그런지 작품의 의미를 훨씬 공감할 수 있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도 과학자는 희화하되곤 하는데,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서 과학자들에게 이런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재 과학기술이 방기하는 책임을

성찰하는 일이 중요함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려는 것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한편 여성 과학자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인 노벨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퀴리부인과 관련해선 마냥 그녀의 업적만

찬양하는 글들만 익숙하지만 전에 읽었던 '세계사를 움직인 위대한 여인들'에서 이미 알게 되었던

퀴리부인의 불륜 스캔들이 이 책에서도 등장한다. 한 마디로 퀴리부인도 남자들이 판치던 과학계에서

고군분투하던 여성 과학자로 다른 사람과 똑같은 욕망을 가진 인간이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2부에선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예측하는 작품들을 다루면서 얘기를 전개하는데 

이 주제에 빠질 수 없는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등을 보면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가 기대하는 장밋빛 세상을 만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염려가 강하게 담겨

있지만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면서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해야 하는 가치가 뭔지를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 3부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핵심기술로 떠오르게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얘기를 하는데, 인간보다 더 인간미를 가진 사이보그를 등장시킨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비롯한 여러 대중문화 속 인공지능과 로봇들이 과연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존재들인지

아니면 인간을 대체시키고 멸종시킬 것인지에 관한 익숙한 논의를 다루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엔

근거가 없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지막 4부에선 서양의 신문물을 받아들이던 개화기와

일제시대의 소설들에 나타난 신문명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과 함께 과학과 예술이 창의성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공통 분모를 가졌음을 갈릴레오 등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흔히 갈릴레오가

피사의 사탑에서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가 동시에 떨어진다는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실에선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오직 저항이 없는 진공상태에서만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결국 갈릴레오가 자유낙하의 법칙을 자연 속에서 발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법칙이 만족되는 상황을

창조해낸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기술이 우리 삶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과학기술은 멀게만 느껴지는데 이 책은 대중문화 속의 여러 콘텐츠들을 활용해 쉽고 재밌게 과학

기술의 여러 측면을 잘 보여주었다. 실제 강의내용을 담은 오디오클립이 인터넷상에 공개되어 있어

언제 시간이 나면 책에서 본 내용을 강의로 복습해야겠다.

46 전쟁억제력이란 적에게 공포심을 안겨주는 예술이다. 핵전쟁 전략이 매우 복잡하고 전문적인 것 같지만 결국 그 본질은 치킨게임의 전략이었던 것이다.

82 과학자는 이성과 감정, 그리고 욕망을 가진 인간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그래서 과학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결과물이다.

345 과학과 인문학의 결합은 나를 둘러싼 조건들을 이해하고, 그런 조건들 속에서, 또 그런 조건들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적극적인 삶을 위해서 필수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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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영어회화 패턴 - 매일 10분으로 끝장내는
더 콜링 지음 / 베이직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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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서 한동안 관두었던 영어회화 공부를 벼락치기로 한 적이 있었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여행영어회화 위주로 된 책들을 주로 봤는데 '여행영어 척척척', '영어회화 척척척',

'여행영어 가이드북', '영어회화 10분의 기적 해커스톡 : 패턴으로 말하기' 등 짧은 기간 안에 여러 권을

독파했다. 이런 책들에 나오는 표현들은 사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영어만 제대로 소화했으면 당연히

말하고 들을 줄 알아야 하는 평이한 것임에도 막상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말하기는

실제 입으로 계속 사용해서 저절로 나와야 하는데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말할 일이 없다 보니 눈으로 익힌 회화는 입을 움직일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어쨌든 해외출장을

무사히(?) 다녀오고 나서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지만 다시 영어를 쓸 일이 없게 된

관계로 동기부여가 안 되는 상황에서 매일 10분을 투자하면 영어회화가 가능하다는 설정의 이 책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책에선 총 85가지 영어회화 패턴을 소개하고 있는데, 사람 중심 패턴, 물건 중심 패턴, 조동사 활용

패턴, 명령형 패턴, 의문사 활용 패턴의 5가지 유형으로 크게 구분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표현들도 학창시절 영어시간에 제대로 공부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표현들인데 말로 하는

습관이 안 되어 있다 보니 말하기나 쓰기에선 결코 쉬운 표현들이 아니었다. 각 패턴마다 한 장에 걸쳐

패턴 드릴 1, 2와 간단한 실전 회화를 싣고 있는데 하루에 약 10분 정도만 투자해도 1~2 패턴을 익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책 앞 부분에 학습진도표를 넣어 꾸준히 진도를 체크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다섯 패턴이 끝날 때마다 스피킹 트레이닝과 라이팅 트레이닝을 통해 앞에서 나왔던 문장들을 다시

반복 연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영어 교재답게 당연히 무료 MP3을 웹하드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데 하루에 많은 시간도 아닌 10분 정도만 꾸준히 공부를 해나간다면 정말 왕초보

영어회화는 술술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역시 문제는 꾸준히 반복 학습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인데 이번에는 꼭 이 책에 나오는 표현들이라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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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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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베라는 남자'로 명성을 얻은 프레드릭 베크만의 책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읽어봐서 솔직히 그의 진가를 제대로 안다고 말하기엔 아직 사이가 서먹서먹한 상태인데 이번에 만난

이 책은 '베어타운'이란 작품의 후속편이라 전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이 책을 읽어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프레드릭 베크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놓칠 수가 없었다.

 

얘기는 이웃이지만 앙숙인 베어타운과 헤드 두 마을 사이에 벌어지는 아이스하키 경기를 두고 마치

전쟁을 치르는 듯한 살벌한 경쟁을 다루고 있다. 스포츠에서 라이벌인 팀들과 해당 도시간의 치열한

경쟁은 현실에서도 종종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제공하며 스포츠의 재미를 배가시키지만 이 책에 나오는

베어타운과 헤드는 서로 붙어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면서도 너무 경쟁심이 지나쳐 살얼음판을 걸어가는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연출하곤 했다. 사실 전작인 '베어타운'에서 벌어졌던 충격적인 사건들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어 베어타운 아이스하키팀이 해체 위기에 처한 상태였는데 베어타운 지역구 의원인

리샤르드 테오는 베어타운 하키단 단장인 페테르에게 외부 투자를 유치해주는 대신 경기장의 스탠딩

좌석을 없애라고 요구한다. 하키팀과 자신을 하나라고 생각하는 페테르는 마지못해 이를 수락하지만 스탠딩 좌석을 애용하는 훌리건(?)들과의 마칠을 빚는다. 해체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베어타운

하키팀은 성인대표팀에 청소년팀 출신인 벤이와 아맛, 사고를 치고 시설에 수감되었다가 나온

비다르를 충원하고 코치로 여자인 엘리사베트 사켈을 선임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물론 

이들이 하키팀으로 받아들여지기엔 우여곡절을 겪는데 특히 상남자로 여겨졌던 벤이가 게이라는

폭로가 터지면서 본인뿐만 아니라 하키팀 자체가 큰 전력손실을 빚을 위기에 처하고 결국 헤드와의

첫 대결은 벤이와 비다르가 없는 가운데 시작되는데...  

 

이 책에선 아이스하키팀을 중심으로 베어타운과 헤드 두 마을 사람들의 갈등과 베어타운 내부의

갈등 등 다양한 갈등들을 다루고 있다. 사실 지역감정으로 대표되는 갈등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이 책에서 그려지는 두 마을의 갈등은 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다. 아이스하키뿐만 아니라 스포츠로

인해 격한 갈등을 겪는 건 스포츠가 낳는 부정적인 측면 중 하나라 하겠지만 특정 팀과 도시(마을)에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이는 게 스포츠가 가진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스포츠팀의 경기 결과에 울고 웃는 때가 많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이성을

상실한 행동을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책에선 도를 넘는 행동을 주저없이 하는 인간들이 다수

등장한다. 게다가 동성애 등의 민감한 문제까지 터지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럼에도 순수한 스포츠에 대한 열정으로 하나로 뭉치는 베어타운 하키팀이나 어리석은 자들의

무모한 짓들로 어이없이 목숨을 잃은 상대 마을 사람에 대한 추모를 할 줄 아는 모습 등 가슴 뭉클한

장면들도 연출되어 흔히 하는 상투적인 표현인 한 편의 각본 없는(아니 있는) 드라마를 선보였다.

사람들이 얼마나 편 가르기와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고 공격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면서도

이런 갈등과 문제들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희망도 보여준 작품이었다. 무려 6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상당한 분량임에도 프레드릭 베크만의 필력은 여러 사람들의 얘기들을 잘 엮어내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만들었다. 전작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 '베어타운'을 읽고 나서 읽었다면

좀 더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프리퀄로 '베어타운'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31 이곳에서 아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저지르는 끔찍한 잘못은 대부분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날수록 실수는 더 커지고 결과는 더 끔찍해지며 자존심에 더 엄청난 금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96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벌어진 일만큼이나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것이 벌어지지 않은 일이다. 골대를 맞힌 슛, 심판의 오심, 연결되지 않은 패스, 스포츠를 둘러싼 논의는 결국 천 개의 ‘그랬더라면‘과 만 개의 ‘그러지 않았더라면‘으로 귀결된다. 어떤 사람들의 인생도, 점점 더 인적이 사라져가는 바 카운터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반복 재생되는 똑같은 이야기를 통해 그런 식으로 박제가 된다. 파경에 이른 관계, 사기를 친 사업 파트너, 부당 해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아이들, 사고 아니면 이혼. 모든 게 나락으로 떨어진 단 한 가지 이유.
기본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지금의 삶이 아니라 누렸어야 하는 다른 삶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 도시와 마을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그들의 엄청난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으면 소소한 이야기부터 귀담아들어야 한다.

127 모든 스포츠는 한심하다. 모든 경기는 황당하다. 두 개의 팀, 한 개의 공, 그 많은 땀과 끙끙거림은 무얼 위한 걸까? 얼마 안 되는 어이없는 순간 동안 세상에 중요한 일이 그것밖에 없는 척하기 위함이다.

130 사랑은 측정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측정할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해낸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공간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현재의 나에게 어느 정도의 공간을 허락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199 정치인들은 갈등이 있어야 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지만 동맹도 있어야 한다. 리샤르드 테오가 아는 한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공동의 적을 만들거나 공동의 친구를 만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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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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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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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친구인 시에나가 온 몸에 피범벅이 된 채 조 올로클린의 집 문을 두드리고 정신을 잃는다.

시에나의 집에선 전직 경찰이었던 그녀의 아버지가 처참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뭔가 알고 있을

시에나는 제대로 얘기하기를 거부하여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자 조 올로클린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힘겨운 여정을 시작하는데...

 

설 연휴를 맞아 고히 모셔두었던 조 올로클린 시리즈를 꺼내들었는데 3편인 '산산이 부서진 남자'

이어 시리즈 4편인 이 책에선 3편에서 2년 정도가 지난 시점의 얘기가 펼쳐진다. 3편에서 악랄한

범인에게 아내와 딸이 납치당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은 조 올로클린은 아내 줄리안에게 별거를 당하고

불쌍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언제나 사건을 몰고다니는 그에게 이번에도 저절로 사건이 찾아온다.

딸의 친구인 시에나가 아버지를 죽인 혐의를 받는 가운데 시에나가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고

현재도 누군가와 부적절한 관계에 있음을 알게 되지만 시에나는 그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듯 입을 제대로

열지 않는다. 14살인 시에나와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학교 연극 교사인 고든 앨리스는

현재 아내도 교사와 학생 관계일 때 만났고 전처도 의문의 행방불명 상태로 상당히 악취가 풍기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어 어떻게 하지 못한다. 전편에서도 오지랖이 넓어 경찰보다 더 열정적으로 사건에

개입했다가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했던 조 올로클린은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자기하곤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될 것을(물론 딸 찰리 주변 인물이라 방관할 수만은 없겠지만) 기어이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가 결국에는 대형사고(?)를 치고 체포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한편

망명신청자들이 있는 하숙집을 폭파해 일가족 5명을 살해한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줄리안은

홀로 살아남은 피해자의 통역을 맡게 되고 이 사건은 엉뚱하게도 시에나의 사건과도 연결되는데...

 

이 책에서도 전작과 비슷하게 피해자들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파렴치한이 등장한다. 그런

범인에게 넘어가는 피해자들도 미성년자만 아니면 한심하달까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은데

암튼 그런 교활한 범인의 농간에 휘둘리는 피해자들 때문에 제대로 된 증거를 찾을 수 없어 사건

수사는 난항에 빠지고 경찰이 해야 할 일을 조 올로클린이 하고 다니면서 또다시 위험을 자초한다. 

정말 못 말리는 조 올로클린의 투지는 여러 문제를 만들지만 결국에는 묻혀질 뻔한 사건의 진실을

수면 위에 드러나게 만들고 막판에는 예상 외의 진실로 나름의 반전의 묘미를 보여줬다. 그동안

국내에 출간된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드디어 다 정복했는데 아쉬운 점은 시리즈 첫 편을 시작으로

중간중간 출간 안 된 작품들이 적지 않아 제대로 연결이 안 된다는 점이다. 이제 파란만장했던 조

올로클린의 역사를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어떤 작품들로 찾아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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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
백종옥 지음 / 반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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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독일 여행을 갔을 때 본의 아니게 쾰른에 오래 머무면서 나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여행 계획을 짤 때 베를린도 넣고 싶었지만 교통편이 좀 불편해서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는데

독일의 수도이자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베를린을 안 가보고 독일을 제대로 안다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은 베를린에 소재하는 10곳의 기념조형물을 소개하면서 그곳에 담겨져 있는

의미와 함께 역사를 어떻게 공공미술로 승화시켜 국민들이 잊지 않도록 만드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념조형물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에 설치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예술적으로 형상화되었을 때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며, 그것은 이른바

'장소 특정적 미술'로서의 기념조형물이라고 말하면서 베를린이 바로 장소의 맥락과 의미에 적합하게

설치된 기념조형물들의 좋은 사례들을 만날 수 있는 도시라고 얘기한다. 일상적인 풍경과 단절되지

않도록 제작, 설치된 방식을 저자는 '도시의 피부에 스며드는 방식'이라고 정의하면서 이런 형식이야말로

기념조형물이라는 '예술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적절하고, 도시의 피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고 겉도는 기념조형물은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과 무관한 장식품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베를린 시내에 산재한 10곳의 기념조형물들을 자세히 소개하는데, 전쟁의 비극을 묵상하는

신위병소인 노이에바헤, 분서의 흔적으로 베벨 광장의 지하의 텅 빈 도서관, 홀로코스트를 추모하는

코라베를리너 거리,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죽음으로 가는 역이었던 그루네발트역의 17번 선로,

베를린 시내 곳곳에 있는 나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석을 만든 슈톨퍼슈타이네 프로젝트, 

탐 크루즈 주연의 영화 '작전명 발키리'로도 유명한 히틀러 암살미수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슈타우펜베르크 거리, 유대인 강제이송을 담당했던 아이히만의 반인륜적 범죄를 상기시키는

실슈트라세 정류장, 냉전으로 인한 분단의 상징이었넌 체크포인트 찰리와 추모공원이 된 베를린

장벽 지역, 유명 관광지로 변모한 이스트사이드 갤러리까지 베를린 시내에 있는 독일 현대사의

적나라한 사건들을 기념하는 조형물들의 의미와 가치를 잘 보여주었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잘못을 잊지 않으려는 독일의 역사의식이 잘 드러났는데 이웃에 있는

나라와는 참 다른 성숙한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천편일률적으로 우뚝 솟은 

탑을 기념물로 만들곤 하는데 이런 기념물들에 과연 제대로 된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기념조형물에는 도시의 역사가 녹아 있어야 하고, 그 역사에 대한 기억이

설명적인 수준을 넘어 특유의 예술적 감성과 형식으로 승화되어 있어야 함에도 우리나라의 기념

조형물들에는 제대로 된 철학과 역사의식, 미적 감각이 부족해보이는 건 애초에 기념조형물을 만드는

단계에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사실 체크포인트 찰리부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까지 마지막에 등장하는 삼총사는 나름 유명 관광지라 베를린 갈 기회가 있으면 들를 수도

있겠지만 나머지 장소들은 일부러 마음 먹지 않으면 가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베를린

시민들의 일상 속에 역사적인 기념조형물들이 함께 존재하면서 과거를 잊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과거는 반복된다'는 조지 산타야나의 말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는데 우리도 기념조형물들을 만들 때 이 책에서 소개된 베를린의 사례들을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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