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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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과 더불어 조지 오웰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를 통해

당시 스탈린이 지배하던 소련을 비롯해 전체주의 국가들을 풍자했다고 하는데

대강의 스토리를 알고 있어 원작을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고전이 그러하듯 이 책도 읽지 않았음에도 읽은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그다지 찾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아 책장에서 조용히 발효(?) 중이었는데

마침 읽을 신간이 떨어지는 바람에 고히 모셔 두었던 책을 꺼내 읽게 되었다.ㅎ

 

'빅 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포스터로 대변되는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은

텔레스크린으로 모든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과거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작하는

그야말로 전체주의 독재 국가였다. 구소련이 붕괴된 지금 우리의 북쪽에 있는 나라가

바로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주인공인 윈스턴은 진리부 기록국에서 일하는 직원인데

해서는 안 되는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빅 브라더의 체제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는 황당한 슬로건을 내건 오세아니아가(세상은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로 천하삼분지계가 된 상태임) 항상 전쟁 중이고

철저한 계급사회에 모든 언론을 통제하면서 국민들을 철저히 세뇌시키고 있는 와중에

일탈을 꿈꾸는 윈스턴은 자신처럼 일탈을 꿈꾸던 줄리아의 사랑 고백을 받고

두 사람은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밀회를 즐기기 시작한다.

섹스도 오로지 임신을 목적으로 한 경우 이외에는 죄악으로 규정한 체제 아래서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쾌락을 누리던 윈스턴은 레지스탕스인 형제단의 활동에 참여하며

금서인 '그 책'도 읽게 되지만 결국 사상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제3부에서는 윈스턴이 사상경찰에 체포되어 고문당하면서 빅 브라더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인간의 정신을 어떻게 황폐화시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자신들이 주입하는 애기들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절대복종하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인간기계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절대권력을 누리는 빅 브라더의 진정한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이런 세상에서 사는 건 전혀 인간다운 삶이 아닌 그야말로 그냥 살아만 있는 거라 할 수 있었다.

빅 브라더를 증오하던 윈스턴을 고문을 통해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돋고 전율이 이는 충격을 맛볼 수 있었다.

 

1948년에 이 책을 썼던 조지 오웰은 그 당시 미래였던 1984년에 이 책에 묘사된

빅 브라더의 세상이 오지 않을까 경고하는 의미에서 이 작품을 쓰지 않았나 싶다.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1984년에 다행히 이 책에서 그려진 것 같은 끔찍한 세상이 되진 않았지만

언제든지 빅 브라더의 세상은 올 수 있다. 1차 대전 후 독일 국민들이 스스로 히틀러를 선택한 것처럼

우리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고 빅 브라더의 독재를 받아들일지도 모르는데

언론의 통제나 온 세상이 CCTV로 도배되고 모든 개인들의 정보가 노출되는 현실을 보면

결코 우리와 무관한 책 속의 현실은 아닌 것 같다.

전쟁의 일상화를 통해 권력의 안정을 추구하고 단어를 최대한 없애면서 정신마저 황폐화시키려는

빅 브라더의 교묘한 전략은 오늘날에도 결코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권력자들이 추구하는 전략으로

조지 오웰은 이 책 속의 빅 브라더의 세상이 언제든지 올 수 있음을 후세들에게 경고한 것 같다.

윈스턴처럼 둘 더하기 둘을 다섯이라고 천연덕스럽게 얘기하지 않으려면

정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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