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부서진 남자 스토리콜렉터 36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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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몸으로 현수교 위에서 투신자살하려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받은 조 올로클린은 그녀와

대화를 시도하지만 누군가와 휴대폰으로 통화하던 여자는 '당신은 이해 못 해'라는 말을 남기고 강물에

뛰어내린다.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하지만 죽은 여자의 딸은 엄마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절대 그런 식으로 자살할 리가 없다고 얘기하고 여자를 구하지 못한 자책감이 있던 조 올로클린은

자신도 모르게 사이에 사건에 깊숙이 빠져들게 되는데...

 

마이클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미안하다고 말해', '널 지켜보고 있어', '나를 쳐다보지마'

세 작품을 읽어봤는데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스릴러라 이미 출간된 작품들도 찾아볼 기회를 엿보고

있던 중 연휴를 맞이해 두툼한 분량의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 사실 시리즈의 순서로는 이미 읽었던

작품들이 최근작들이라 본의 아니게 프리퀄처럼 되고 말았는데 종종 과거 사건들이 언급되곤 해서

조 올로클린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던지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을 읽으니 조금이나마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자살(?)사건이 발생한 후 피해자의 딸 다아시를 얼떨결에 집에 데리고 있게 된 조

올로클린은 그녀가 자살한 게 아니라는 중요한 증거를 찾아내고 경찰이 그녀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던

남자를 체포까지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서 결국 수사는 난관에 부딪힌다. 곧 이어 첫 번째 사건

피해자와 친구이자 동업자인 여자가 자살인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알몸으로 목을

맨 채 발견되자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다. 한편 사건 피해자의 딸인

다아시가 집에 와 있고 조 올로클린이 계속 사건수사에 참여하자 아내인 줄리안과 갈등이 시작되고

줄리안이 해외출장을 다니면서 직장상사와 바람을 피는 게 아닌가 조 올로클린이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불화의 싹이 돋아나는데...

 

이 책의 범인은 딱 보이스피싱 전문가라 할 수 있었다. 자식을 납치해 붙잡아두고 있다면서 엄마를

협박해 스스로 자살하게 만드는 범인의 교활함이 치를 떨게 만들었는데 돈을 노리고 보이스피싱을

하는 인간들 중에 사이코패스가 있으면 딱 이 책의 범인이 될 것 같았다. 아무리 엄마한테 자식의

생명을 가지고 협박한다지만 제대로 통하려면 엄마나 자식에 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역시나 군대에서 배운(?) 기술로 천연덕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악마적인

만행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고 전에 봤던 조 올로클린 시리즈에 등장했던 범인들과도 사뭇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범인의 정체는 금방 드러나 반전의 묘미는 별로 없었지만 아내와 딸이

범인에게 당하게 놔둘 수밖에 없었던 조 올로클린의 신세가 딱하면서도 좀 한심스런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이 작품 이후에 나온 책들에서 아내와의 관계와 딸 찰리의 상태가 왜 그랬는지 제대로 이해가

되었다.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경찰도 아니면서 형사사건에 관여할 생각은 전혀 못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사적인 행복보다 공적인 사건 해결에 더 신경을 쓰는 조 올로클린이 대단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조 올로클린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미래(?)의 일을 알고 있는

상태이다 보니 파킨슨병만이 그의 불행이 아니라 범죄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 결국 

스스로 불행을 자초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런 그의 희생이 있어서 악랄한 범인들을 잡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가 치뤄야 하는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 이 책이 시리즈의 3편이라고 하니 1, 2편은 도대체

언제 국내에 번역되어 나올 것인지 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최근작들 위주로 번역되고 있은 걸 보면

쉽지 않아 보이긴 하는데 언젠가 조 올로클린의 데뷔작을 만나러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55 사랑을 못 받아서가 아니다. 잊혀서다. 사람은 타인에게 기억됨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

266-267 한 번 벌어진 일은 사고이고, 두 번은 우연이며, 세 번째부터는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308 인간의 마음이란 너무나 복잡하고, 너무나 예측 불가능하고, 너무나 불확실한 바다와도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헤엄치는 것뿐이다. 언젠가는 건너편 해안에 닿기를 기대하면서.

611 빛보다 더 빠르게 이동하는 것은 없다는 것. 만약 우리가 광속으로 장거리를 이동한다면 시간이 느려지거나 아예 정지하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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