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화된 신
레자 아슬란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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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신과 종교가 인간의 역사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에 비하면 신과 종교가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었지만 여전히 광신도들이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고 있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신과 종교를 믿으며

살고 있어 과연 신과 종교의 실체는 무엇이기에 인간을 이토록 좌지우지하는지는 항상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왠지 답이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가 되었다. 

 

이 주제는 나름 관심이 있는 문제라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나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지식은 얻었지만 이 책은 인간이 신이란 존재를 인간화시켰다는 약간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먼저 신을 인간화하려는 충동이 우리 뇌에 생득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세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종교적 전통의 주된 특징이 되었고, 신이라는 개념이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나 우리가 의식적이든 의식적이지 않든 간에 신을 우리의 형상대로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사실

어느 종교나 신화에서도 신적 존재를 인간의 형상을 한 초인적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인데 이 책의 저자는 신의 존재 여부는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 책의

논의 대상이 아니고 신을 어떻게 인간화해왔는지에 관한 역사를 살펴보면서 신에 대한 범신론적 견해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란 출신이면서 이란 혁명때 미국으로 이민 갔던 저자는 기독교를 믿다가

가족의 종교인 이슬람교로 개종한 이력도 흥미로웠는데, 먼저 아담과 하와 시절(물론 고고학적으론

훨씬 더 이전) 동굴에서 발견된 벽화들이 흔히 알려진 일종의 '사냥 주술'이 아닌 영적인 존재의

표현(동물들의 신)으로 보고 있다. 이런 종교적 감정은 대답하기 어려운 의문의 답을 구하고,

위협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세계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얻으려는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종교가 일종의 사회적 결속 수단으로 생겨났다는 뒤르켐의 이론이 현재도 종교적 충동의

기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지만 문제는 종교가 통합하는 힘과 분열시키는 힘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암튼 영혼의 존재에 대한 인류의 믿음이 신에 대한 믿음으로 발전했다고

보는데, 이 책에선 종교적 충동이 뇌의 복잡한 작용이 우연히 빚어낸 결과물이 아닌 육체화한

영혼이라는 순전히 경험에 근거한 직관적, 생득적 믿음의 산물이라고 얘기한다. 성경 속 에덴동산의

얘기도 특별한 세계관을 전달하려는 신화로 읽혀야 마땅하며 최초의 종교적 신전이라 할 수 있는

쾨베클리 테페도 신적인 존재를 인간화하려는 무의식적 욕구의 발현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신적인

존재를 인간화하려는 충동이 빚어낸 중대한 결과 중 하나로 농업이 탄생했다고 주장하는데, 기존에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등에서 농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이론과는 정반대로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농업이 생겨났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 되었다고 얘기해

혼란스러웠다. 그 선후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신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이 종교로 승화하면서

정착생활을 이끌어냈고 신화를 기록하기 위해 문자가 발명되었다는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는

사뭇 다른, 내가 생각하기엔 신과 종교의 영향에 대한 다소 과대평가된 부분들도 적지 않았다.

초기 종교들은 대부분 다신교였고 일신교가 쉽게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가 유일신이라는 개념이

신적인 존재를 인간화하려는 인간의 보편적 충동과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거나 지상 정치가 전제

왕권화되면서 일신론화 되었다는 점, 이스라엘도 다신교에서 일신교로 변화했다는 점 등 이 책에선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거나 다르게 알고 있던 부분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신이 우리를 자신의 형상대로 만들지 않았고 우리도 신을 우리 형상대로 짓지 않은,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신의 형상, 즉 형태나 외향에서 닮은 형상이 아니라 본질에서 닮은 형상이며

당신이 곧 신이라는 범신론적 관점으로 자신의 주장을 마무리한다. 사실 녹록하지 않은 책이었지만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새로운 시선들을 제공해줘서 신이나 종교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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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알면 보이는 것들 : 서울편
박혜진 지음 / 프로방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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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이라고 하면 보통 박물관이나 고궁, 사찰 등에 있는 문화재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최근에 운동

삼아 동네 산보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있는 소소한(?) 문화재들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어도 관심이 없으면 모르기 마련인데 서울 시내에 소재한 여러 문화유산들을 시대별로 소개한

이 책을 보면 왠지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모르고 지낸 문화유산들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에선 서울 시내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산들을 선사시대부터 현대사까지 총 10개의 시대로 구분하여

여행 수기 형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조선시대 이후에는 서울이 수도였으니 당연히 서울에 문화유산이

많겠지만 그 이전에도 서울이 한반도의 핵심 요충지이다 보니 여러 국가들의 흔적이 많이 있었는데

암사동 선사유적지부터 얘기가 시작된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이미 발견되었지만 방치되고 있다가

1960년대부터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졌다고 하는데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발굴 유물들을 국사 시간에 무조건 암기만 했는데 이 책을 통해 보니 각각의 용도와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고구려 시대 문화유산으로는 아차산 보루가 소개되는데 아차산에 고구려의

문화유산이 있는 줄은 몰랐다. 고구려의 최전성기인 장수왕 시절에 한성을 함락하고 아차산 일대에

보루를 축조했다고 하는데 1989년에 아차산 부근 사찰에서 불이 나면서 화재진압작업에 참여했던

향토사학자가 발견했다고 한다. 백제시대 문화유산으로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을 소개하는데 흔히

백제하면 공주와 부여만 생각하지만 공주와 부여가 백제의 수도였던 기간은 185년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 500여 년의 기간은 서울이 수도였으니 그동안 역사교육 등에 서울과 백제의 연관성을 너무

소홀히 대한 게 아닌가 싶다. '북성'인 풍납토성을 왕을 비롯한 귀족관료 등이 거주했고 '남성'인

몽촌토성은 왕과 귀족관료들이 피신할 수 있는 성으로 저자는 추측하는데 조선의 수도로만 생각했던

서울이 백제의 대부분 기간의 수도였단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신라와 관련해선 예상대로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가 등장했는데 가장 멀게만 느껴지는 발해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발해관을

통해 소개한다. 특히 동북공정으로 고조선, 고구려는 물론 발해역사까지 중국 지방정권으로 포함시키려

하는 역사왜곡이 진행되지만 발해 관련한 부분은 남북분단으로 제대로 연구도 되지 않고 있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통일신라시대도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고려시대는 집에서

가까운 낙성대를 언급하고 있어서 더 주의 깊게 봤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낙성대공원 안에 있는

안국사 등을 둘러봤는데 전시관 등에 많지 않은 강감찬 장군 관련한 자료들을 나름 잘 모아놓은 것

같았다. 조선시대는 역시나 경복궁을, 일제강점기는 서대문형무소, 마지막으로 현대사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으로 마무리했다. 이 책을 보다 보니 경주나, 공주, 부여 등 지방에 있는 곳들만 문화재가

있는 게 아니라 서울만 제대로 둘러봐도 대한민국 반만년의 역사를 전부 훑어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저자가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과 직접 소개한 곳들을 방문한 알콩달콩한 사연을 곁들여

우리 역사의 큰 줄기를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어 큰 부담없이 역사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낙성대는 직접 가봤는데 다른 곳들도 기회가 닿으면 역사여행을 떠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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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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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책을 안 읽는 세상에 책 제목이 '책이나 읽을 걸'이어서 좀 시대에 안 맞는 느낌도 들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과연 무슨 책 얘기를 할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게다가 주로 여자들이

주연으로 활약하는 소설들을 일본 여성 작가가 소개하는 설정이었는데 잘 모르는 작가라 과연 어떤

책들을 얘기할 지 궁금했다.

 

이 책에선 '그래도 꿈꾸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혼자서도 걸어갈 수 있도록', '세상에 아부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 '우리를 빛나게 해주는 것'의 부제를 단 네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각각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작품마다 4~5페이지 정도를 할애하면서 간략한 줄거리와

저자의 감상을 담고 있는데 아무래도 여성 작가다 보니 여성의 관점에서 작품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나 이런 책들을 보면 내가 본 책들이 몇 권이나 실려 있는지, 내가 본 느낌과 과연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확인하는데 아무래도 여성들이 활약하는 작품들이 많다 보니 제대로 읽어본

책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조지 오웰의 '1984',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까지 총 네 편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제목은 익히 들어본 작품들이

적지 않아 저자 나름 세계적인 고전들을 망라해서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았다. 먼저 프랑스

소설들을 다룬 부분에선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필두로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영화로도 친숙한

'위험한 관계'와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나나' 등의 작품이 등장한다. 프랑스 소설 중에서 한 권도

읽은 책이 없다니 좀 충격적이었는데, 주로 여자들을 억압하던 당시의 관습에 도전해 자유분방한

연애를 꿈꾸던 여자들이 파멸하는 얘기들이 많아서 역시나 여성 작가로서 감정이입이 많이 된 것

같았다. 두 번째 파트에선 일본 소설들이라 '빙점' 외에는 제목조차 모르는 작품들이었는데 자국의

작품들이라 작가의 신변잡기적인 얘기와 공감이 훨씬 짙어졌다. 영국편에선 여성적인 작품들에

대한 편중이 조금은 약해졌는데 요즘 영어공부용으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찰스 디킨스의 명작 '위대한 유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봄에 나는 없었다'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실려 있었다. 마지막

미국편에선 영화로도 유명한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등이 등장해서 낯설지는 않았는데 이런 책들을 보면 내가 아직 안 본 책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고전이라 불리는 소설들은 솔직히 손이 쉽게 가진 않는데 유명인들이 읽은

감상을 소개한 이런 책들을 보면 왠지 모를 도전 욕구가 불끈 솟아오른다. 이 책에서 다룬 책들을

금방 볼 수는 없겠지만 틈틈이 한 권씩 찾아보며 작가의 느낌과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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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람을 죽여라
페데리코 아사트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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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권총 자살을 하려던 테드 매케이는 누군가 초인종을 집요하게 눌러대자 마지못해 밖을 내다보니

낯선 남자가 자기 이름까지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자신의 글씨로 '문을 열어. 그게 네

유일한 탈출구야.'라는 메모가 적혀 있는데 본인은 정작 쓴 기억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자

저스틴 린치라고 자기를 소개한 남자는 테드가 자살하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여자 친구를

죽였지만 증거가 없이 풀려난 블레인이라는 남자를 죽여주면 자기 조직에서 테드를 죽여주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하는데...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제목만 보고도 확 끌렸던 기억이 난다. 뭔가 흥미진진한 설정의 작품이 아닐까

싶었는데 내가 예상했던 방향과는 사뭇 다른 쪽으로 얘기가 전개되었다. 자살 대신 누군가를 살해하고

자신도 죽여주는 조건의 거래를 하게 된 테드는 마치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기억 자체가 확실하지

않아서 종종 혼돈 상태에 빠졌다. 그래서인지 정신과 의사인 로라 힐과 상담도 하는데 역시나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 살인을 저질렀다는 블레인이라는 남자를 무난하게 처리한다. 주머니쥐에 얽힌 환각에

시달리는 테드는 자신처럼 자살을 계획하고 있다는 미혼인 남자 웬델도 죽이러 가서 처리하고 나자 

그에게 가족이 있고 바로 자신의 아내와 딸이 그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는다. 

내용이 진행되는 걸 보면 테드만 멘붕에 빠지는 게 아니라 독자들도 동시에 카오스상태가 되고 마는데

테드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걸 저절로 직감하게 된다. 의뢰자인 린치는

웬델과 테드의 아내 홀리가 불륜 관계라고 하고 죽은 줄만 알았던 웬델은 살아 있고 자신이 상담한

로라 힐은 절차를 어기고 테드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킨다. 이건 뭐 정말 혼이 빠질 정도로 정신이

없는데 그러더니 난데없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제목을 보면서 내가 예상했던 스토리와는 전혀 딴판으로 전개가 되어서 조금 당황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과연 테드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사건의 진실은 뭔지 안개 아니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를 뚫고 힘겹게 진실을 향해 나아갔다. 결국 드러난 얘기는 끔찍하면서도 충격적이었는데

테드가 맛이 간(?)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제목에 낚인 느낌도 없진 않지만 소개 글에서 영화

'메멘토' 등을 언급할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알아보지 못한 내 불찰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어디로

갈 지 모르는 얘기들을 따라가면서 마치 테드처럼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조금씩 놀라운

진실에 다가가는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는데 소개글처럼 정신착란 스릴러란 별명이 제격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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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최혜진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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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유럽여행을 하며 나름 여러 미술관들을 관람했다. 뮌헨에서는 알테, 노이에, 모데르네 피나코테크

삼총사를, 쾰른에서는 루드비히 미술관을, 벨기에에서는 왕립 미술관을,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슈태델

미술관을 방문해서 본의 아니게 미술 여행이 컨셉이 되고 말았다. 여러 미술관들을 둘러보게 보니 

서양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면서 다음에 유럽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어느 미술관을 가볼까 하는

행복한 상상도 해보곤 하는데 이 책에선 우리에겐 조금은 낯선 북유럽 그림들과 이에 얽힌 작가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총 20챕터에 걸쳐 20명(단체도 있으니 실제 20명 이상)의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좀 아는 화가는

마지막을 장식한 에드바르 뭉크밖에 없어서(그나마 챕터2의 17세기 네덜란드 장르화에 나오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를 추가할 수 있겠다) 역시나 북유럽과 그곳의 화가들과는 여전히 친분이 없음을 새삼

실감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릴러와 미스터리에선 거의 북유럽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술에선 거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는데(물론 나만의 상황은 아니고 대다수 한국 사람들의

상황이 그럴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어떻게 낯선 북유럽의 화가들의 작품들을 찾아 북유럽을 누비고

다녔는지 대단했다. 저자가 미술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 책에 나오는 북유럽 화가들은 아니고

빈센트 반 고흐였는데 남들과는 달리 고흐의 무덤을 찾아갔다니 역시나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저자를 북유럽 미술세계로 이끈 화가는 덴마크 출신의 빌헬름 하메르스회이였다. 당당하게 챕터1에

등장하는 그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화가였는데 저자는 이 화가의 무덤도 찾아갔지만 결국

찾지 못해 쓸쓸하게 발길을 돌리는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저자의 묘지 사랑(?)은 이것이 끝이 아니고

다른 화가들의 무덤들도 찾아갔는데 대미를 장식한 뭉크의 무덤에서 얘기가 마무리된다. 북유럽과

관련해선 전에 읽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대략이나마 그곳 사람들의 삶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북유럽 화가들의 미술 스타일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룬 화가들이 근대 미술화가들이라 그런지 서양미술의 양대 산맥인 성경과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은 거의 없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과 풍경을 다룬 그림들이 대부분이어서

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저자의 그림에 얽힌 사연들과 인생이 곳곳에 묻어 있는데, 특히

그림을 좋아하는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애환이 잘 담겨져 있었다. 생소했던 북유럽 미술과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저자처럼 북유럽의 여러 미술관을 누빌 기회가 생기기는 어렵겠지만 혹시

북유럽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이 책에 소개된 화가와 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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