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최혜진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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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유럽여행을 하며 나름 여러 미술관들을 관람했다. 뮌헨에서는 알테, 노이에, 모데르네 피나코테크

삼총사를, 쾰른에서는 루드비히 미술관을, 벨기에에서는 왕립 미술관을,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슈태델

미술관을 방문해서 본의 아니게 미술 여행이 컨셉이 되고 말았다. 여러 미술관들을 둘러보게 보니 

서양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면서 다음에 유럽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어느 미술관을 가볼까 하는

행복한 상상도 해보곤 하는데 이 책에선 우리에겐 조금은 낯선 북유럽 그림들과 이에 얽힌 작가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총 20챕터에 걸쳐 20명(단체도 있으니 실제 20명 이상)의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좀 아는 화가는

마지막을 장식한 에드바르 뭉크밖에 없어서(그나마 챕터2의 17세기 네덜란드 장르화에 나오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를 추가할 수 있겠다) 역시나 북유럽과 그곳의 화가들과는 여전히 친분이 없음을 새삼

실감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릴러와 미스터리에선 거의 북유럽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술에선 거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는데(물론 나만의 상황은 아니고 대다수 한국 사람들의

상황이 그럴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어떻게 낯선 북유럽의 화가들의 작품들을 찾아 북유럽을 누비고

다녔는지 대단했다. 저자가 미술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 책에 나오는 북유럽 화가들은 아니고

빈센트 반 고흐였는데 남들과는 달리 고흐의 무덤을 찾아갔다니 역시나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저자를 북유럽 미술세계로 이끈 화가는 덴마크 출신의 빌헬름 하메르스회이였다. 당당하게 챕터1에

등장하는 그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화가였는데 저자는 이 화가의 무덤도 찾아갔지만 결국

찾지 못해 쓸쓸하게 발길을 돌리는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저자의 묘지 사랑(?)은 이것이 끝이 아니고

다른 화가들의 무덤들도 찾아갔는데 대미를 장식한 뭉크의 무덤에서 얘기가 마무리된다. 북유럽과

관련해선 전에 읽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대략이나마 그곳 사람들의 삶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북유럽 화가들의 미술 스타일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룬 화가들이 근대 미술화가들이라 그런지 서양미술의 양대 산맥인 성경과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은 거의 없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과 풍경을 다룬 그림들이 대부분이어서

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저자의 그림에 얽힌 사연들과 인생이 곳곳에 묻어 있는데, 특히

그림을 좋아하는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애환이 잘 담겨져 있었다. 생소했던 북유럽 미술과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저자처럼 북유럽의 여러 미술관을 누빌 기회가 생기기는 어렵겠지만 혹시

북유럽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이 책에 소개된 화가와 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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