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너대니얼 호손 지음, 박계연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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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명한 고전이라 그런지 전혀 낯설지가 않은 책이다.

책으로 제대로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요약본을 통해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이고

영화로도 봤기 때문에 새삼스레 책으로 다시 본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역시 고전은 원작을 봐야 그 맛과 깊이를 알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을 들게 되었다.

가슴 언저리에 주홍색으로 A를 수놓은 옷을 입은 헤스터 프린이 딸 펄과 함께 감옥문을 나서

처형대에 올라 공개적으로 마을 사람들 앞에서 치욕을 당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전체적으로 헤스터 프린과 그녀의 두 남자 딤스데일 목사와 로저 칠링워스 사이의

복잡하게 얼킨 애증관계와 주홍 글자가 그들에게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유부녀인 헤스터 프린이 남편의 부재 중에 딸을 낳자 청교도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당시 뉴잉글랜드의 보스턴마을이 발칵 뒤집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는데,

상대가 누구냐는 추궁에 헤스터 프린은 끝까지 입을 다문다.

헤스터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를 양심의 가책에서 자유롭게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의 남편이었던 로저 칠링워스가 목사에게 달라붙어 그를 점점 나락으로 빠뜨리니

대놓고 주홍 글자의 멍에를 진 헤스터보다 가슴 속에 주홍 글자를 새긴

딤스데일 목사에게 더 가혹한 형벌이 주어진 것과 다름 없었다.

물론 자신의 명예와 체면을 지키기 위해 연인과 딸을 외면한 딤스데일 목사가 그런 고통을 받는 건

어쩌면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왜 고해성사라는 걸 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였다.

물론 죄를 짓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못 느끼는 인간들도 있지만 왠만한 사람이라면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데 망가지는 딤스데일 목사를 보면서 좀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한편 복수의 화신(?)이 된 로저 칠링워스의 경우 아내를 뺏긴 남자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목사를 말려죽이려는 방법으로 복수를 하려 한 건 그다지 적절하지 않았던 건 같다.

결국 딤스데일 목사와 함께 파멸의 길로 걸어가게 된 건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헤스터 프린은 주홍 글자라는 치명적인 낙인을 찍혔음에도

오히려 그걸 계기로 봉사와 헌신의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7년 후의 그녀의 주홍 글자는 처음의 간통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물론 책에선 한 번도 'A'가

간통을 의미한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분명 다른 의미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낙인이론이란 게 있을 정도로 보통은 낙인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쉬운데

딸 펄을 위해서라도 훌륭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한 헤스터는 인간 승리의 표본이라 할 수 있었다.

요즘 같으면 별 일 아닐 수도 있는 일로 끔찍한 치욕을 당하고도

이를 이겨낸 그녀의 정신력은 그 무엇보다 돋보인 점이었다.

너새니얼 호손의 작품은 교과서에도 실린 '큰바위 얼굴'과 동화 '깃털모자'를 봤었는데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선 위선적인 세상에 홀로 맞서야 했던 한 여자의 고군분투를

통해 과연 뭐가 옳은 삶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가슴 속에 주홍 글자를 새긴 채 살아간다고 할 수 있는데

주홍 글자라는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주홍 글자가 낙인이 아닌 찬사와 영광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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