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클래식 잡학사전 1
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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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일부러 찾아 듣지 않으면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서 사실 클래식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지 클래식 2' 등 책으로나마 클래식과 친해지기 위해 시도했지만 아무래도

그림과는 달리 책으로 음악과 친해지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은데 클래식에 대한 지식들을 쌓다 보면 

언젠가는 클래식도 미술 수준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총 세 개 악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1악장에선 서양 음악사를 빛낸 음악가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생 독신이었던 헨델은 유언장에 가난한 음악가들을 위해 상당한 돈을 기부한다고 넣었고,

잘츠부르크에 갔을 때 모차르트가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할 수 있었는데 정작 모차르트는 자신의 

고향을 저주했다고 한다. 악성 베토벤은 세 번이나 부검을 했다고 하는데 난청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였지만 결국 밝히지 못했고 오히려 부검을 위해 보관하던 청력 기관 조직이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오페라로 유명한 로시니는 자신의 요리법을 만들 정도로 미식가였고, 쇼팽은 조르주 상드와 마요르카에

갔다가 폐결핵으로 인해 자가격리를 당했다고 한다. 한때 호형호제 했던 쇼팽과 리스트가 갈라선 과정, 

불륜의 단골 손님이던 리스트가 결국 종교에 귀의한 얘기, 음악가와 시인 사이의 우정을 보여준 드뷔시와

말라르메까지 그동안 잘 몰랐던 유명 음악가들의 적나라한 사생활들이 소개되었다. 특히 독일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 내부 관람 때 루트비히 2세가 바그너를 총애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성이 바로

바그너를 위한 선물이었다고 한다. 고양이를 유난히 사랑한 낭집사 라벨, 죽을 때까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들과 열애를 즐긴 스트라빈스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라흐마니노프까지 서양 음악사에

내로라하는 스타들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제2악장 잡학사전에는 클래식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려주었는데, 슈바이처나 아인슈타인이 

각기 오르간과 바이올린에 있어 전문 음악가로 불릴 만큼 권위자였다거나 괴짜 피아니스트였던 글렌

굴드는 손가락을 다칠까봐 악수 금지를 공식선언 했다는 사실, 클래식 음악회 박수 에티켓까지 유용한

정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제3악장 영화 같은 음악 이야기에선 관련 음악가와 저자와의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영화를 방불케하는 음악가들의 얘기와 실제 영화화된 얘기를 들려준다. 특히 9번

교향곡의 저주나 전에 봤던 데이비드 헬프갓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샤인' 등이 기억에 남았다.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여러 스캔들을 비롯한 잡다한(?) 얘기들을 소개하고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음악을 직접 감상하면서 봐야 더 확실히 와닿지 않을까 싶었다. 

암튼 멀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여러 흥미로운 지식들을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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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 한권으로 인간 심리세계를 통찰하는 심리학 여행서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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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지적교양 지적대화 걸작 문학작품속 명언 600'라는 책을 통해 주옥같은 문학작품 속 촌철살인

같은 문구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을 만나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역시 같은 저자의 책이라 비슷한 컨셉의 책이라 할 수 있었는데 총 다섯 파트에 걸쳐 여러 심리학자들

책 속의 인상적인 문구들을 소개한다. 한 명 당 20개씩 소개하고 있으니 총 35명의 심리학자(?)들이

이 책에 등장하고 있다.


먼저 파트1은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라는 제목으로 마음속에 숨겨둔 무의식과 잠재력을 다루었던

심리학자들이 등장한다. 당연히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인류 문화에 큰 영향력을 끼친 프로이트가 

포문을 연다. 먼저 10개의 문구를 소개하고 저자의 간략한 정리와 평가를 소개한 후 다시 10개의 문구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각 명언들을 영어로도 소개하고 있어 영어 공부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음 주자는 프로이트의 제자이면서 프로이트와는 좀 다른 견해를 보인 융이

등장했는데 얼마 전에 봤던 '데인저러스 메소드'라는 영화에서 융과 프로이트, 슈필라인의 얘기를

접해서 그런지 느낌이 남달랐다. 이렇게 정신분석학의 거두들이 등장해 다음으론 아들러가 아닐까

예상해봤지만 난데없이 말콤 글래드웰이 등장했다. 나름 그의 책들을 여러 권 읽어서 본 듯한 문장이

여럿 있었는데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은 각 문장의 출처인 책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장이 수록된

책까지 알려줬다면 그 책을 읽을 때 좀 더 유심히 읽어볼 수 있고 이미 읽은 책이면 다시 한 번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인데 출처가 없다 보니 어떤 책을 봐야 그 문장을 만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파트2

에선 '불쑥 튀어나오는 우리의 본능'이란 제목으로 인간 행동 심리학에 대한 모든 것을, 파트 3에선

'그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라는 제목으로 개인과 집단은 다름을 알려주는 사회심리학을, 파트 4에선

'무거운 마음에서 벗어나는 법'이란 제목으로 심리치유와 마음챙김의 비법을, 마지막 파트 5에선 '함께

사는 세상, 나만의 관계망 만들기'란 제목으로 관계와 대화법에 대한 심리학 비밀을 다룬 사람들의 

명언들을 소개한다. 대니얼 카너먼, 이반 파블로프, 에이브러햄 매슬로우 등 친숙한 이름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특히 스탠리 밀그램, 레온 페스팅거, 해릴 할로까지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 나왔던 

사람들과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까지 심리학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는 유명

인사들은 총출동해서 그들이 어떤 얘기들을 했는지 대략이나마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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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4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5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문학의 거짓말 두 번째 이야기 인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2
박홍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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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관련 책들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이 책은 제목부터 대놓고 인문학의 거짓말이라고 붙여 

상당히 도발적이라 눈길을 끌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흔히 암흑시대라고 불리는 중세를 다루면서 

서양의 중세와 달리 인도, 이슬람, 중국 등의 비서양의 중세는 개명시대라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는다.

사실 중세라고 얘기할 때 보통 서양만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다 보니 비서양의 중세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이 책에선 서양보다 비서양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중세시대가 어떠했는지를

저자 나름의 시각으로 살펴본다.


흔히 서양에서는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476년부터 스페인에서 무어인이 추방된 1492년까지를 중세라고

보는데 이 시기에는 기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다 보니 '암흑'이라는 오명이 붙은 반면, 비서양에서는

동시대에 중동에서는 이슬람 문명이 탄생했고, 중국에서는 수·당·송의 불교문화 등이 다양하게 꽃을

피웠으며,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도 그 못지 않은 찬란한 문명이 개화된 시대여서 그야말로 개방과

관용의 문화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도부터 시작해 이슬람, 서양, 중국, 한반도의 중세를 차례대로

살펴본다. 서양 중심의 세계사를 배우다 보니 인도, 이슬람 지역의 중세는 그다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데 인도의 경우 흔히 훈족에 의해 굽타왕조가 붕괴된 550년 이후부터 무굴제국의 등장(1526년)

까지 약 천년을 중세로 보지만 저자는 굽타왕조부터 중세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기의 

인도의 사상, 문학, 예술을 살펴보는데,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예찬했다며 회자되는 타고르가

인도의 친일파이고, '동방의 등불'이라고 한 것도 타고르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국을 위한 글을 부탁해

얻은 메모 한 귀퉁이의 글에 불과하다니 이게 사실이라면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최근에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인도의 유물도 관람하긴 했지만 인도 중세의 사상, 문학, 예술은 여전히 낯선 편이어서 

저자가 이 책에서 정리하고 비판한 내용들은 그동안 몰랐던 부분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이슬람의 중세에 대해서도 그리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동시대의 서양에 비해 과학이나 문화가 훨씬

발달했다는 사실만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로마제국의 붕괴로 끊어진 그리스 로마의 위대한 유산들이

이슬람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전승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슬람의 중세는 지금 우리가 가진

이슬람에 대한 선입견과는 달리 상당히 민주적이고 관용과 포용이 넘치는 시대라 할 수 있었다. 오히려

현재가 근본주의자들이 활개를 치는 등 무지몽매에 빠져 암흑기라는 게 저자의 생각인데 이슬람을

대표하는 문학 작품이라고 알려진 '아라비안나이트'도 아랍적 이야기가 아닌 번안된 이야기로 보는

게 옳다는 생각도 든다고 얘기한다. 중세 이슬람 사회에선 수천 개의 도서관이 세워질 정도로 문화가

발달한 반면 미술이나 음악쪽으로는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 같았다.   


서양의 중세와 관련해서도 중세 제국주의라 칭하며 유럽의 민족차별, 인종차별, 식민지주의와 이것을

초래한 정신적 기질과 관습이 중세에 생겨난 것이라고 말한다. 아나키스트이자 무종교인 저자의 

시각에 당연히 서양의 중세가 곱게 보일리가 없는데 모든 종교가 사라지는 세상이 조만간 온다고 

하면서 털의 자유를 허락하라는 등 좀 개인적인 얘기도 늘어놓는다. 중국에서는 서양의 중세에 해당

하는 시기를 3~9세기로 보는 반면 저자는 3세기부터 원왕조까지를 중세라고 본다. 중국의 중세는 

불교와 유교, 도교가 공존하면서 개방적이고 세계적인 문화를 흡수하는 사회였다고 진단한다. 특히

본인과 취향이 통하는 죽립칠현을 높게 평가하는데 흔히 말하는 중국의 4대 기서 중에서도 삼국지나

수호지보다는 서유기와 홍루몽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중국에 이어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중세까지 

다루는데 고려시대를 중세로 보면서 개방성과 다양성의 국가로 평가한다. 그러다가 폐쇄적인 유교

국가인 조선이 되면서 결국 패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면서 리얼리스트이자 아나키스트, 코스모폴리탄

이었던 최치원을 높게 평가한다. 이렇게 저자 자신의 관점이 인간을 구속하는 모든 종교나 사상에 

비판적이다 보니 기존에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역사 속 평가들과는 사뭇 다른 견해들이 적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너무 자신의 주관에서만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좀 파격적인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서양 중심의 중세가 아닌 비서양의 중세를 바라보면 중세가 마냥 

암흑시대가 아니었음을 확실히 가르쳐주었다. 역시 인문학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내용이 될 수도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책이었는데 중세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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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가와카미 가즈토.미카미 가쓰라.가와시마 다카요시 지음, 서수지 옮김, 마쓰다 유카 만화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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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다니면 겁도 없이 돌아다니는 비둘기들을 가끔씩 보지만 그 외엔 새들을 제대로 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저 멀리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어쩌다 개천이나 한강을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류의 

새들을 보긴 하지만 생각 외로 새들이 인간과 가까이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새들에 대해서는 관심이나 아는 게 없는 상황인데 이 책은 83가지나 되는 새들에 대한 재미

있는 얘기를 들려준다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총 83가지 주제를 각 한 장씩 할애하며 총 6장에 걸쳐 새들의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 쪽은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참새를 비롯한 주연급 새들은 별도로 책 도입부에

소개하는 코너를 두어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한다. 비교적 자주 접하는 비둘기가 목을 까닥거리듯 걷는 

것은 눈이 옆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고 까마귀는 시체처리반 역할을 하며 자연계를 깨끗하게 유지해주는

청소부라고 볼 수 있었다. 참새가 위험천만한 변압기를 둥지로 즐겨 삼는 이유는 깊이감이 있고 입구가

좁은 장소여서 참새 입장에서는 안전한 공간이기 때문이며 모래 목욕을 즐기는 이유는 깃털과 피부의 

오염 물질을 떨어뜨리고 기생충을 제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새 가운데 특히 머리가 좋고 영리하다는

까마귀는 인간처럼 놀이를 개발하고 즐기며 떼를 지어 참매 등 맹금류를 둘러싸고 울부짖으며 쫓는 

행동인 '모빙'을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1~5장의 끝에는 '새로 배우는 새 이야기'라는 코너를

별도로 두어 새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주는데 그동안 몰랐던 새들의 신기한 얘기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모기처럼 흡혈을 하는 '조류계의 드라큘라' 큰부리까마귀나 이빨이 없다 보니

혀끝이 갈라져 있는 동박새와 직박구리는 물론 흔히 금슬 좋은 동물로 알려진 원앙이 사실은 매년 

반려자를 갈아치우는 바람둥이라는 사실은 놀라운 반전이었다.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 습관

으로 유명한 뻐꾸기의 경우 다른 새를 속이기 위해 매 울음소리를 내거나 입속이 샛노래서 양부모(?)의

육아 본능을 자극한다는 데 이러한 뻐꾸기의 습성은 둥지를 짓고 관리하는 습성을 잃어버렸기 때문

이라고 한다. 뻐꾸기가 다른 종에게 알을 맡기는 '종간 탁란'을 하는 반면 찌르레기와 원앙은 같은

종의 다른 짝의 둥자에 알을 맡기는 '종내 탁란'을 한다는 등 기상천외한 새들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만화를 통해 더 재미있게 새들의 신기한 습성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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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정의 소설 문득 시리즈 4
김유정 지음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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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본인의 이름을 딴 기차역을 가진 김유정의 작품은 학교 다닐 때 '봄·봄', '동백꽃'을

읽은 기억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토속적인 분위기의 작품들을 선보였던 그의 작품들의 모아

만든 이 책에는 이미 아는 위 두 작품 외에도 책 제목으로 사용된 '떡'을 비롯해 총 여덟 작품이 수록

되어 있다. 사실 '봄·봄', '동백꽃'은 좀 코믹한 분위기도 없지 않아 김유정의 작품은 좀 유머스럽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이 읽어 보니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김유정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먼저 '떡'은 떡에 먹힌(?) 일곱 살 딸 얘기였다. 지독한 가난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던 딸 옥이가 부잣집에

갔다가 주는 음식을 주는 대로 정신 없이 받아 먹다가 결국 용량 초과(?)로 죽을 지경이 된 슬픈 얘기

였다. 다음 작품인 '만무방'에서도 당시의 가난한 소작농들의 삶의 애환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데 농사를

지어도 자신에겐 돌아오는 게 하나 없으니 아예 수확을 포기해버리고 몰래 자신이 농사 지은 벼를

훔쳐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지금도 별반 다름없지만 생고생하는 사람 따로 있고 자본

으로 놀고 먹는 사람 따로 있으니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은 불가능한 것 같다. '봄·봄'은

어수룩한 남자가 딸과 결혼시켜준다는 얘기에 3년 동안 무료 봉사하며 사실상 머슴살이를 하다 반항

하는 얘기인데 다시 봐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앞의 작품들이 그 당시 답답한 현실을 그려 마음이 좀

무거웠는데 확실히 분위기 전환이 되었다. '아내'는 박색인 아내를 노래 연습을 시켜 가난을 탈출해

보려고 하는 남자의 웃픈 얘기가 그려지고, '동백꽃'은 닭싸움을 통해 티격태격하는 남녀의 풋풋한

얘기가 펼쳐진다. '생의 반려'는 누나에게 얹혀 사는 친구로부터 기생에게 편지를 전달해주고 답장을 

받아오라는 부탁을 받은 남자의 얘기인데 아무 반응 없는 기생 대신 답장을 가짜로 쓰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따라지'는 방세를 내지 못하고 버티는 셋방살이 사는 사람들과 집주인과의 갈등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마지막 '땡볕'은 아픈 아내를 지게에 지고 대학병원에 가서 연구용(?)으로 돈을 받을 걸 기대

했다가 아내가 유산한 채 죽은 아이가 뱃속에 있어 빨리 안 꺼내면 죽는다는 날벼락을 맞은 남자의

서글픈 사연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김유정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의 작품들은 당시의 서민들의 처참한 현실들을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통해 처절하게

그려내는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봄·봄', '동백꽃'처럼 비교적 밝은 분위기의 해학적인 작품보다는

헤어나올 수 없는 비참한 상황에 처한 서민들의 애환을 잘 녹여낸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랜만에

국내 작가의 소설을 읽었는데 한 두 작품만 가지고 작가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배웠다. 그동안 막연히 가졌던 작가들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작가들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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