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정의 소설 문득 시리즈 4
김유정 지음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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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본인의 이름을 딴 기차역을 가진 김유정의 작품은 학교 다닐 때 '봄·봄', '동백꽃'을

읽은 기억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토속적인 분위기의 작품들을 선보였던 그의 작품들의 모아

만든 이 책에는 이미 아는 위 두 작품 외에도 책 제목으로 사용된 '떡'을 비롯해 총 여덟 작품이 수록

되어 있다. 사실 '봄·봄', '동백꽃'은 좀 코믹한 분위기도 없지 않아 김유정의 작품은 좀 유머스럽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이 읽어 보니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김유정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먼저 '떡'은 떡에 먹힌(?) 일곱 살 딸 얘기였다. 지독한 가난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던 딸 옥이가 부잣집에

갔다가 주는 음식을 주는 대로 정신 없이 받아 먹다가 결국 용량 초과(?)로 죽을 지경이 된 슬픈 얘기

였다. 다음 작품인 '만무방'에서도 당시의 가난한 소작농들의 삶의 애환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데 농사를

지어도 자신에겐 돌아오는 게 하나 없으니 아예 수확을 포기해버리고 몰래 자신이 농사 지은 벼를

훔쳐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지금도 별반 다름없지만 생고생하는 사람 따로 있고 자본

으로 놀고 먹는 사람 따로 있으니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은 불가능한 것 같다. '봄·봄'은

어수룩한 남자가 딸과 결혼시켜준다는 얘기에 3년 동안 무료 봉사하며 사실상 머슴살이를 하다 반항

하는 얘기인데 다시 봐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앞의 작품들이 그 당시 답답한 현실을 그려 마음이 좀

무거웠는데 확실히 분위기 전환이 되었다. '아내'는 박색인 아내를 노래 연습을 시켜 가난을 탈출해

보려고 하는 남자의 웃픈 얘기가 그려지고, '동백꽃'은 닭싸움을 통해 티격태격하는 남녀의 풋풋한

얘기가 펼쳐진다. '생의 반려'는 누나에게 얹혀 사는 친구로부터 기생에게 편지를 전달해주고 답장을 

받아오라는 부탁을 받은 남자의 얘기인데 아무 반응 없는 기생 대신 답장을 가짜로 쓰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따라지'는 방세를 내지 못하고 버티는 셋방살이 사는 사람들과 집주인과의 갈등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마지막 '땡볕'은 아픈 아내를 지게에 지고 대학병원에 가서 연구용(?)으로 돈을 받을 걸 기대

했다가 아내가 유산한 채 죽은 아이가 뱃속에 있어 빨리 안 꺼내면 죽는다는 날벼락을 맞은 남자의

서글픈 사연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김유정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의 작품들은 당시의 서민들의 처참한 현실들을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통해 처절하게

그려내는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봄·봄', '동백꽃'처럼 비교적 밝은 분위기의 해학적인 작품보다는

헤어나올 수 없는 비참한 상황에 처한 서민들의 애환을 잘 녹여낸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랜만에

국내 작가의 소설을 읽었는데 한 두 작품만 가지고 작가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배웠다. 그동안 막연히 가졌던 작가들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작가들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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