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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읽는 세계사 - 역사를 뒤흔든 25가지 경제사건들
강영운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돈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이다 보니 인류의 역사도 자연스레 돈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예전에 돈 자체에 관심을 집중한 '세계사를 바꾼 돈',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란 책도
본 적이 있고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을 다룬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란 책도 있는데, 이 책은 매일경제
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히코노미'를 단행본화하여 경제와 관련된 흥미로운 세계사적 얘기들을
들려준다.
이 책은 '생존', '역설', '거물', '거품', '음식'의 다섯 가지 주제로 총 25개의 경제사 관련한 얘기들을
소개한다. 성지 순례와 십자군 전쟁 등으로 등장한 성전 기사단이 최초로 입출금 시스템을 만든 것이
오늘날의 은행의 태동이었고 공채를 처음 발행한 곳이 도시국가였던 베네치아임을 잘 보여준다. 한때
대제국을 이뤘던 스페인으로부터 약소국 네덜란드가 독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 회계적 지식이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생존'과 관련해서 가장 흥미로웠던 얘기는 중세 유럽의 장자상속제가 무일푼으로
자기 살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했던 나머지 자식들의 모험심을 부추켜 신대륙 발견 등을 야기했고 심지어
토크빌은 귀족제의 몰락과 민주주의의 도입을 앞당겼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영국은 플랑드르에 양모
수출을 하면서 큰 돈을 벌었는데 백년 전쟁으로 무역이 힘들어지자 직접 섬유 산업을 육성하게 되면서
오히려 산업혁명의 산실이 되었다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었다. 앞서 본 장자상속제의
반대 버전으로 신대륙의 달러 공주 얘기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신대륙 부호의 딸들이 영국의 몰락한
귀족 아들과 결혼해 신분상승을 이룬 것으로 그 결과물(?) 중 대표적 인물이 윈스턴 처칠이었다.
영국에 존 왕이라는 역사적 폭군이 등장하면서 오히려 마그나 카르타라는 시대를 앞선 권리보장
문서가 나오게 되는 반전도 소개한다. 이혼을 위해 종교마저 바꾼 헨리 8세 얘기는 너무 유명하지만
이러한 종교개혁이 가톨릭 재산의 몰수와 자본주의의 싹이 돋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도 낳았다.
1666년 런던 대화재도 석조 건물로 다시 세우고 보험 산업을 태동시키는 등 나름의 긍정적인 역할을
했고, 우리가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지만 소수의 지배계급만 인쇄술을 독점해 큰 반향이 없었던
반면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에 투자했던 상인 푸스트는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해 유럽에 지식
혁명을 일으키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주장한 거시경제학의 아버지 케인스와 자유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하이에크
서로 대척점에 섰던 두 거물이 차례로 소개되고 유리지갑을 털어가는 소득세의 시작이 19세기 영국
윌리엄 피트 총리임을 알려준다. 당시 나폴레옹 전쟁의 재원 마련을 위해 도입된 소득세는 애국세로
자발적으로 낼 정도였다고 한다. 태양왕 루이14세 치세의 영광 뒤에 콜베르라는 명재상이 있었다면
스페인 무적함대를 무찌른 영국의 전성기엔 어머니가 다른 세 명의 왕이 모두 총애했던 그레셤이
있었다. 거품 회사로 인한 몰락은 미시시피 회사와 남해 회사 두 건이 소개되는데 특히 남해 회사
사건의 피해자엔 뉴턴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수습에는 프랑스와 영국이 다른 대처를 하면서 이후
영국이 금융 중심지가 되었다. 여러 책에서 빼놓지 않는 튤립 파동과 청어 얘기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었고, 그리스나 라틴 아메리카 독립 채권, 유제품 금식을 어기고 버터를 먹은 알프스 이북
유럽인들에게 교황청이 면죄부 구매를 강요한 것이 종교개혁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고, 부당한
소금세가 프랑스대혁명의 단초가 된 사실,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으로 인한 미국 대이주 등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복습한 얘기들이 여럿 섞여 있었다. 전반적으로 경제와 관련한 흥미진진한 얘기들로
가득했는데 특히 관련된 명화들이 적절히 소개되었고 각 장마다 마지막에 네줄요약을 수록해놓아
깔끔한 정리도 돋보이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