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로봇', '배심원 #2', '캐리온'까지 세 편으로 2024년을 마무리했다.

작년 총 28편을 기록했는데 2023년보다도 줄어 이젠 30편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올해는 과연 반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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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4 - 중세 문명과 미술 : 지상에 천국을 훔쳐오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4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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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무 교수의 '난처한(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는 플랑드르, 북유럽, 베네치아의 

르네상스를 다룬 '6권'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집중 분석한 '5권'까지 읽었다. 현재 8권까지

출간되었는데 회사 도서실에는 1권에서 6권까지만 구비하고 있고 4권인 이 책이 중세 미술을 다루고

있어 사실 그다지 손이 가진 않았다. 그래도 서양미술사를 쉽고 재밌게 정리하기엔 이 시리즈만한 게

없는 것 같아 4권을 빌려 왔다.


흔히 암흑기로 불려지는 중세는 종교 미술밖에 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양정무 교수는 중세가

오히려 빛의 시대라고 말한다. 중세인들이 암흑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설적으로 빛에 더 민감했고 미술이

여기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란 것인데, 이 책에선 중세를 순례와 모험이라는 크게 두 가지 여행에

맞춰 얘기를 풀어나간다. 먼저 순례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순례길과

관련된 것인데, 첫 밀레니엄을 무사히 넘긴 중세 유럽인들은 최고의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기에는 너무

멀고 위험해 그 대안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순례가 활발히 이뤄진다. 순례길에는 자연스레

도시가 발달하고 성당이 세워지는데 이때의 건축 양식이 바로 고대 로마풍의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이 무렵 교황과 황제간의 권력 다툼이 심해지는데 '카노사의 굴욕'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론 바이킹에

주목하여 조금은 생소한 '노르만 미술'이란 이름으로 설명을 하는데 노르만족이 정복한 잉글랜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어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면서 동방의 선진 문화를 접하게 되어 십자군 이동

경로에 있던 피사나 베네치아에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중세 미술의 꽃은 어떻게 보면

고딕 미술이라 할 수 있는데 1144년에 완공된 생드니 대성당을 필두로 노트르담 대성당 등 천상의 

공간을 지상에 재현하기 위한 화려한 건축물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고딕 건축의 삼요소인 첨두아치, 

플라잉 버트레스, 늑골 궁륭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예전에 읽은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이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고딕 성당으로 대표하는 중세 미술이 그 

이후는 물론 오늘날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동안 무시했던 중세 

미술의 진가를 제대로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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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화의 비밀 - 건축과 예술의 만남, 그 안에 숨겨진 세계의 걸작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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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화라고 하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걸작이 떠오른다. 이 작품을 직접 봤던

때가 무려 20년이 지나서 이젠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경이로웠던 그 공간의 인상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그나마 작년 봄에 리움에서 열렸던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에서 천장화를 재현해

놓은 공간에서 조금이나마 미켈란젤로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지만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좁은 공간이어서 오래 감상할 수가 없어 아쉬웠다. 이 책은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건물들의 천장화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데 천장화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다.


천장화라고 하면 주로 성당을 연상시키지만 이 책에선 종교뿐만 아니라 문화, 권력, 정치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 천장화는 그 위치상 하늘과 가장 가까운 미술작품이다 보니 자연스레

종교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여러 종교가 자신들의 전파하고자 하는 핵심 사상을 천장화로 표현했다.

이탈리아 라벤나의 네오니아노 세례당을 필두로 주로 성당들의 천장화가 등장하는데 가까이서 제대로

보기가 어려운 천장화들을 대형 도판을 통해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 정말 만족스러웠다. 아직 가보지

못한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독특한 구조, 이란 이스파한 이맘 모스크의 신비로운

기하학적 문양들의 향연은 도쿄 센소지의 천장화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문화편은 파리 팔레 가르니에로

시작하는데 이 책 표지로도 사용된 샤갈의 작품이 등장한다. 빈의 부르크 극장은 마침 국립중앙박물관

비엔나 분리파 전시에서 봤던 클림트의 '디오니소스 제단'이 실제 그려진 곳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루브르 박물관, 우피치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의 명소들도 등장하는데 그런 당연한 곳들보다는 오히려

스톡홀름 지하철역, 멕스코 톨루카 코스모비트랄식물원,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앤 카지노 

등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특별한 천장화가 더욱 신비로웠다. 권력편에선 알함브라를 비롯한 여러

궁전에 그려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정치편에선 시청사 등의 천장화를 선보이는데 특히 유엔

제네바 사무국의 미켈 바르셀로의 종유석 천장이 다른 천장화들과는 확실한 차별화가 되었다. 그동안

미켈란젤로의 작품 외엔 천장화에 대해서 거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다채로운 천장화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제대로 보기 힘든 천장화를 책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천장화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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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 : 규슈 - 빛은 한반도로부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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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일본편은 10년 전에 3권인 '교토의 역사'편을 먼저 읽었다.

그 당시 일본편 1, 2권도 미니북으로 줘서 따로 1, 2권을 읽을 생각을 안 하다가 작년에 일본 오사카

일대를 여행하면서 2권에서 다루는 '나라' 부분은 읽어봤다. 사실 미니북은 한 손에 들어올 정도의

사이즈라 가독성이 극히 떨어져 제대로 보기 힘들었는데 회사 도서실에 있는 4권 '교토의 명소'편을(나중에 4, 5권으로 분권되었다) 발견해서 올 봄에 읽게 되었다. 언제 다시 일본여행을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1, 2권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 회사 도서실에서 먼저 1권을 빌려왔다.


1권은 규슈 지역을 다루는데 한국인이 많이 가는 후쿠오카가 있는 지역으로 한국에서 그만큼 가깝기

때문에 우리와 문화적 교류가 가장 먼저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서문에서 일본 답사기를

시작하는 작가의 소회를 밝히고 있는데 일본은 고대사 컴플렉스로 역사 왜국을 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로 일본 문화를 무시해서 한일간의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지금은 우리와 일본이

엄연히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삼국시대는 가야와 일본까지 포함해 사실상 오국시대였다는 신선한

시각을 보여준다. 북부 규슈부터 시작해 남부 규슈까지 한국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들을 답사하는데

2300년 전 한반도에서 벼농사와 청동기문화가 일본 열도로 들어오면서 문명의 서광이 비추었다.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일본에 여러 영향을 미쳤다는 건 기정사실이지만 오늘날의 일본인이 일본 

원주민과 한반도 도래인의 반복적인 혼혈 과정의 산물임이 DNA 데이터 분석 결과 확인되었고 이젠

일본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부록에서도 다뤄졌던

내용인데, 한국어와 일본어가 지금 정도 차이가 나려면 4천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제러드

다아이몬드는 현재 한국어는 신라어가 이어진 것이고 일본어는 (고조선 계통의) 고구려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했다. 암튼 초반부터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은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현해탄'이 일본에는

없는 말로 '현계탄'이란 말만 있다고 한다. 백제 무령왕이 일본에서 태어났고 일본 천황이 무령왕의

혈통(간무 천황의 생모가 무령왕의 자손)이라는 점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한자를 잘못 읽은 것으로 '현산어보'가 맞고, 임진왜란대 잡혀갔던 도공들이 일본에선 나름 대접받으며

도자기를 발달시켜 일본 도자기를 세계적인 수준에 올려놓은 것에 비해 조선은 도공들을 천대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던 점은 우리에게 뼈아픈 사실이었다. 결국 일본에 우리로부터 비롯된 것들이 적지

않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소중한 가치로 발전시켜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고 우리가

이를 비하하는 건 속 좁은 태도에 불과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탐 크루주가 주연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실제 주인공 사이고 다카모리가 정한론을 주장한 일본이었다는 등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았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부록으로 일본의 풍토과 고대사

이야기, 답사 일정표와 안내지도까지 수록하고 있어 이해를 돕고 있는데 언젠가 이 책에 소개된 곳들을

직접 답사할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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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Shakespeare, Memory of Sentences (양장) - 한 권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심리학 Memory of Sentences Series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예진 편역 / 센텐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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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호로 여러 사람들이 거론될 수 있지만 꼭 빠지지 않을 사람이 바로 셰익스피어다.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 많다 보니 나름 대표작 위주로 여러 권을 읽었지만 여전히 읽어볼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최근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었는데 제목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문장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는데 '멋진 신세계'에서 등장하는 야민인(?)에게 반항의 자양분을 제공하는 것도 바로

셰익스피어의 책이었다. 이렇게 셰익스피어의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이 책에선 그의

대표 작품들 속의 문장들을 통해 인간과 삶에 대해 음미할 시간을 제공한다.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열네 편의 작품들의 줄거리와 함께 작품 속 주요 문장들을 영어와

한글을 번갈아 소개한다. 내가 읽은 '십이야'로 시작하는데 작품 내용을 흐름대로 간략하게 먼저 알려

준 후 그 부분 문장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각 작품의 의미를 후반부에 정리하면서 이해를

높이고 마지막으로 '내 문장 속 셰익스피어'라는 부분을 두어 작품의 주제를 대표하는 핵심 문장을

수록했다. 파트 1, 2에선 주로 로맨스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서양 대표 로맨스물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해 5대 희극이라 불리는 '한 여름 밤의 꿈',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이 포함되었다. 상대적으로

생소한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베로나의 두 신사'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아무래도 셰익스피어는 4대 비극이 더 유명한데 파트 3, 4에서는 4대 비극을 포함해

정의, 욕망, 권력 등에 대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읽어보진 않았지만 역사적

인물에 대한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낯설지 않았고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도 등장한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심벨린'이 이 책에 소개된 작품 중 가장 생소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이어 '햄릿'을

필두로 '리어 왕', '오셀로', '맥베스'로 이어지는 4대 비극으로 절정으로 치닫는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 부록으로 '소네트'를 수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시조와 비슷한 위치라는 소네트를 무려

100편 넘게 남겼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진짜 마지막으로 작품 연대표까지 수록하고 있어 

셰익스피어에 대해 간략하게 나마 한 권으로 입문하기에 좋은 책이라 할 수 있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셰익스피어, 인생의 문장들'이란 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다만 '햄릿'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인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등은 등장하지 않아 좀 의외였는데 너무 유명해서 식상한

감이 있어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암튼 총 300개의 주옥같은 문장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원문도

함께 익히면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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