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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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주로 전쟁을 필두로 나라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도가 유용하게 활용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전에 '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사 명장면' 등 지도를 바탕으로 세계사를

잘 정리한 책들을 종종 만나곤 했는데 이 책도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의 서양편이었다. 

서양편이라는 부제가 붙긴 했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럽과 북미 중심의 서양만이 아닌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까지 다루고 있어 과연 서양편이라고 한정지을 수 있는지는 좀 의문이 들긴 했다.

아마도 다음에 나올 동양편이 아시아 지역을 집중적으로 다루다 보니 그 반대말처럼 사용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 책에선 총 5개 챕터에 걸쳐 중동, 유럽, 미국, 중남미, 아프리카를 차례로 다룬다. 먼저 중동편에선

과연 중동의 의미가 어디까지인를 좁은 의미, 넓은 의미, 대중동 권역으로 나눠 지도에 색깔로 표시한다.

중동 지역을 하나로 묶는 가장 큰 공통점인 이슬람교와 중동 지역의 역사를 깔끔하게 정리하는데 

아랍인과 이란인, 터키인은 엄연히 다른 민족임에도 중동이란 하나의 틀에 포함되다 보니 이런저런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서양편의 진정한 주인공인 유럽편에선 작은 대륙인 유럽이 여러 나라로

나뉜 까닭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간다. 유럽은 알프스산맥을 중심으로 여러 산맥과 강들이 곳곳에

있다 보니 만성적 분열(?) 상태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게 오히려 자유와 경쟁으로 신대륙 발견, 산업혁명

등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아직은 유지한

미국은 동서로 대서양과 태평양이, 북쪽으로 얼음 땅, 남쪽으로 사막으로 이뤄진 '천연 요새'에 둘러싸여

외침을 받을 걱정이 없었다. 늘 전쟁 중이었던 유럽과 비교가 되는 상황인데 결국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잿더미가 된 유럽을 밀어내고 세계 최강국의 반열에 이른다. 현재의 미국 영토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지도로 보여줘 미국의 성장사를 더 이해하기 쉬웠고 북동부, 중서부, 남부, 서부의 네 개 권역으로 나눠

미국을 잘 설명했다. 특히 1992년부터 지난 대선까지 선거인단 확보 결과를 토대로 주별 정치성향을  

지도로 보여주니 흥미로웠다. 중남미는 여러 나라들이 있지만 축구 잘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인데 그 지역의 지리와 역사 등을 잘 정리해

알려준다. 특히 중남미가 미국과 다른 길을 걷게 된 이유와 관련해 이민자의 성격, 독립 이후의 분위기,

독립 시기, 자원의 저주라는 네 가지 점에 주목하여 설명해준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는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대륙으로 아시아의 2/3,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1/5을 차지한다고 한다. 아프리카도 

중남미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낯선 지역이라 할 수 있는데 유럽의 식민지 역사의 아픔이 아직도 

이 지역 분쟁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각 지역의 역사와 지리를 지도를 통해 정리하니

훨씬 이해가 잘 되었는데, 어디에 사는지가 한 사람의 삶에 중요한 것처럼 지리를 바탕으로 역사를

설명하니 각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몇 단계는 높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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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미술관 - 그림에 삶을 묻다
김건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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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각자의 인생에 자신만의 얘기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 예술가들의 삶에는 파란만장한 얘기들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책들을 통해 나름 예술가들의 흥미진진한 인생 여정을 만나봤지만

이 책에서는 서양 미술을 대표하는 22명의 예술가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자세히 살펴

본다.


이 책에선 '삶을 짓누르는 중력에 맞서', '내 컨버스의 뮤즈는 '나'', '어둠이 빛을 정의한다', '달의 

뒷모습'의 총 4개 챕터에 걸쳐 각 챕터별 5~6명씩을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 유명 화가들이지만 오노레

도미에처럼 약간 생소한 화가도 있었다. 각 화가마다 저자가 작성된 두 페이지 분량의 부고로 시작

하는데 화가의 인생을 압축하여 담아냈다. 영광의 첫 주자는 우리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명인 빈센트 반 고흐였다. 사실 고흐는 워낙 인기 많고 삶 자체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보니 수많은 책과 영화 등이 그를 즐겨 다루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을 담기가 쉽지 않은데 조금

덜 알려진 '술 마시는 사람들' 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여성혐오주의자로 알려진 드가가 '무희의

화가'로 불리게 된 사연이나 예술가의 낙원을 찾아 떠돌았던 나쁜 남자(?) 고갱, 귀농화가로 명성을 

높인 밀레 등 친숙한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들과 거기에 얽힌 사연들이 펼쳐졌다. 화가마다 자화상들을

빼놓지 않고 수록해 유명 예술가들의 미모(?) 심사를 하는 재미도 나름 솔솔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사실은 다빈치의 자화상이라는 

흥미로운 견해나 다른 화가들에 비해 좀 낯선 편인 '파리의 풍자꾼' 오노레 도미에의 식을 줄 모르는

사회 비판 의식, 파격적인 그림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마네와 권력자의 최측근에서 살아갔던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자크 루이 다비드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화가들을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생전에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인기와 명성을 누린 루벤스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한다. 대부분 친숙한 화가와 그들의 작품들, 삶의 얘기들을 작품 감상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었는데 

마티스, 샤갈, 피카소 등 현대미술가들은 다루지 않은 점은 약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한 권으로 

서양미술의 대표 화가들을 총정리했다고 하면 좀 과찬이라 할 수도 있지만 중요 화가들을 거의 빼놓지 

않고 주요 작품과 인생의 큰 줄기를 다룬 점으로 볼 때 서양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독서를 하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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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라는 모험 -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한수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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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떻게 보면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만남은 운명이니 인연이니 

포장되기도 하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악연으로 결말을 맺기도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책과 영화 등을

소재로 이런 만남의 의미를 철학적인 관점에서 탐구하고 있는데 그동안 별 생각 없이 수없이 지나갔던

만남들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에선 '만남의 징후들', '만남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진정한 삶은 만남이다'의 총 세 파트로 나눠

만남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여 살펴본다. 먼저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두 사람의

세계를 전복시키고 두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는데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여주인공 안나 카레니나가 기차역에서 브론스키 백작을 만난 장면을 언급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결국 비극의 발단이라 할 수 있었는데 타인을 동요시켰던 만남으로 피카소와 시인 엘뤼아르의

만남,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 팝의 만남을 예로 든다. 이러한 만남의 위력을 보여주는 건 소설이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빼놓을 수 없는데, 어떻게 보면 

한때의 불장난이라 할 수도 있지만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만남과 그들이 쌓은 사랑의 기억은 남은 

평생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만남은 자신의 가진 사회적 방어벽을 깨뜨리고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기도 한다.


만남은 자기가 알던 세계와는 또다른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궁금증을 해결해주기도 하고, 단순히 

두 사람의 결합을 넘어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내 삶과는 다른 삶을 자각하여

타자성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렇게 심리적 동요, 호기심, 하나의

인식, 자신을 던지려는 갈망, 타자성의 경험, 하나의 변화, 책임감, 구원 등 만남의 여러 징후들을

살펴본 후 만남의 세 가지 중요한 조건을 소개한다. 자신의 틀 밖으로 나가기, 개방성을 지니기, 가면을

벗기인데 이러한 태도가 진정한 만남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에 만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인간이 '조산아'로 태어난 것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인간으로서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만남이 우리를 완성하는 조건 그 자체가 되고 우리의 본질적인 가능성들을 현실화시키는 조건 그 자체

라고 했다는데 이 책은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고 가볍게 생각했던 만남의 가치와 중요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서 만남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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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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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들의 책들을 종종 읽곤 하는데 대부분은 추리소설 계열이라 일반 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은 아마도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이 가장 많지 않나 싶다. 최근에 에쿠니 가오리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책들이 재간되면서 예전에 읽지 못했던 작품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는데 이 

책은 제130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사실 장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단편소설들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에쿠리 가오리 소설의 주된 소재로 할 수 있는 관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결혼을 

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남녀 사이의 관계는 원만한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상황에 처한 여자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남자와의 관계가 삐거덕거리는 상태이다.

시어머니 입원으로 시어머니가 키우던 고양이를 남편이 바다에 버렸다고 하자 자신이 알던 남편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야요이(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좋아하지도 않았던 남자아이와 

어설픈 데이트를 하던 17살 시절을 회상하는 부짱이라 불렸던 여자(뒤죽박죽 비스킷), 3년이 지나 뭔가

어긋남을 느끼지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치카(열대야) 등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모두 남자들과 뭔가

문제가 있지만 후련하게 해결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혼을 앞두고 남편과 함께 시댁을 

마지못해 방문한 시호(골)나 남편에게 생쥐 마누라로 불리는 현모양처의 삶에 만족해하면서도 잠시

백화점에서 일탈(?)을 즐기는 미요코(생쥐 마누라), 연례행사로 시어머니와 온천여행을 하면서 헤어진

불륜남을 생각하는 나츠메(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바람 피는 남편을 둔 마리코(주택가),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인 남자를 둔 여자(손), 바람을 피는 남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야노(울

준비는 되어 있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기 말고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자(잃다)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모두 원만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다 보니 살아가는 모습도 사랑하는 모습도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거기서

거기라고도 할 수 있다. 한순간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언젠가 식게 되고 각자의 문제를 안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여자 주인공들이 겪는 여러 문제들을 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나름 위안을 얻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게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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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 - Andersen's Fairy Tales 팡세 클래식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팡세미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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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은 그림 형제와 더불어 고전 동화의 양대 산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의 작품을

어릴 때 안 읽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대부분 어릴 때 어린이용 동화책으로 보고 나선 성인이

되어 다시 그의 동화를 볼 기회는 드물 것이다. 아이가 있어 그의 동화책을 읽어 준다 하더라도 아이용의

그림책인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읽었던 안데르센 동화가 어른이

되고 나서도 같은 느낌이 들지 궁금해하며 이 책을 들었다.


첫 번째 작품은 '엄지공주'였는데 엄지공주는 책으로는 제대로 읽은 것 같진 않고 만화 등으로 본 

어렴풋한 기억만 있다가 이번에 읽어 보니 생소한 내용이 정말 많았다. 두꺼비한테 납치를 당해 두꺼비 

색시가 될 뻔 하지 않나 물고기들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하지만 들쥐 아줌마네 집에서 지내다가 이번엔 

두더지와 울며 겨자 먹기로 결혼할 상황에 내몰린다. 파란만장한 상황을 겪은 끝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엄지공주의 얘기는 역시 책으로 제대로 읽어야 그 맛을 알 수 있음을 잘 보여줬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미운 아기 오리'(내가 알던 제목은 미운 오리 새끼인데 표현을 순화한 듯)도 기본 내용은 

알고 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디테일에선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성냥팔이 소녀'도 희미한 

이미지만 남아 있다가 이번에 다시 제대로 내용들을 입력시킬 수 있었다. '인어 공주'는 이번에 읽어 

보니 정말 처절한 사랑의 얘기였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벌거벗은 임금님'도 유머와 해학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나머지 작품들은 본 듯 안 본 듯 약간은 생소한 작품들이었는데 '다섯 알의

완두콩'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와 비슷한 느낌이었고 '도깨비는 무엇이 좋은가'는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었다. 바보들에게 희망(?)을 주는 '바보 한스'나 마법같은 얘기를 담았지만

서로 다른 결말을 들려주는 '날아다니는 가방'과 '신기한 부싯길 돌'까지 안데르센의 동화 세계가 기존에

알던 것과는 훨씬 다채로움을 잘 보여주었다. 어릴 적 아동용으로 읽었던 안데르센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는데 이런 동화에 울고 웃던 때묻지 않았던 시절의 감성을 잠시나마

되살려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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