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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라는 모험 -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한수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평점 :
인생은 어떻게 보면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만남은 운명이니 인연이니
포장되기도 하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악연으로 결말을 맺기도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책과 영화 등을
소재로 이런 만남의 의미를 철학적인 관점에서 탐구하고 있는데 그동안 별 생각 없이 수없이 지나갔던
만남들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에선 '만남의 징후들', '만남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진정한 삶은 만남이다'의 총 세 파트로 나눠
만남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여 살펴본다. 먼저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두 사람의
세계를 전복시키고 두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는데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여주인공 안나 카레니나가 기차역에서 브론스키 백작을 만난 장면을 언급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결국 비극의 발단이라 할 수 있었는데 타인을 동요시켰던 만남으로 피카소와 시인 엘뤼아르의
만남,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 팝의 만남을 예로 든다. 이러한 만남의 위력을 보여주는 건 소설이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빼놓을 수 없는데, 어떻게 보면
한때의 불장난이라 할 수도 있지만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만남과 그들이 쌓은 사랑의 기억은 남은
평생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만남은 자신의 가진 사회적 방어벽을 깨뜨리고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기도 한다.
만남은 자기가 알던 세계와는 또다른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궁금증을 해결해주기도 하고, 단순히
두 사람의 결합을 넘어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내 삶과는 다른 삶을 자각하여
타자성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렇게 심리적 동요, 호기심, 하나의
인식, 자신을 던지려는 갈망, 타자성의 경험, 하나의 변화, 책임감, 구원 등 만남의 여러 징후들을
살펴본 후 만남의 세 가지 중요한 조건을 소개한다. 자신의 틀 밖으로 나가기, 개방성을 지니기, 가면을
벗기인데 이러한 태도가 진정한 만남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에 만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인간이 '조산아'로 태어난 것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인간으로서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만남이 우리를 완성하는 조건 그 자체가 되고 우리의 본질적인 가능성들을 현실화시키는 조건 그 자체
라고 했다는데 이 책은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고 가볍게 생각했던 만남의 가치와 중요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서 만남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