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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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들의 책들을 종종 읽곤 하는데 대부분은 추리소설 계열이라 일반 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은 아마도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이 가장 많지 않나 싶다. 최근에 에쿠니 가오리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책들이 재간되면서 예전에 읽지 못했던 작품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는데 이 

책은 제130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사실 장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단편소설들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에쿠리 가오리 소설의 주된 소재로 할 수 있는 관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결혼을 

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남녀 사이의 관계는 원만한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상황에 처한 여자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남자와의 관계가 삐거덕거리는 상태이다.

시어머니 입원으로 시어머니가 키우던 고양이를 남편이 바다에 버렸다고 하자 자신이 알던 남편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야요이(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좋아하지도 않았던 남자아이와 

어설픈 데이트를 하던 17살 시절을 회상하는 부짱이라 불렸던 여자(뒤죽박죽 비스킷), 3년이 지나 뭔가

어긋남을 느끼지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치카(열대야) 등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모두 남자들과 뭔가

문제가 있지만 후련하게 해결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혼을 앞두고 남편과 함께 시댁을 

마지못해 방문한 시호(골)나 남편에게 생쥐 마누라로 불리는 현모양처의 삶에 만족해하면서도 잠시

백화점에서 일탈(?)을 즐기는 미요코(생쥐 마누라), 연례행사로 시어머니와 온천여행을 하면서 헤어진

불륜남을 생각하는 나츠메(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바람 피는 남편을 둔 마리코(주택가),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인 남자를 둔 여자(손), 바람을 피는 남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야노(울

준비는 되어 있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기 말고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자(잃다)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모두 원만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다 보니 살아가는 모습도 사랑하는 모습도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거기서

거기라고도 할 수 있다. 한순간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언젠가 식게 되고 각자의 문제를 안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여자 주인공들이 겪는 여러 문제들을 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나름 위안을 얻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게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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