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 - 명화가 된 역사의 명장면 이야기
박수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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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소재는 정말 다양하지만 역사 속의 사건이나 인물들을 다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 속 중요한 순간들을 담은 명화들을 선별하여 소개하면서 그림 감상은 물론 역사 공부도 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시도한다.


첫 번째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대홍수'인데 성경 속 노아의 방주를 다룬 그림으로 보인다. 이걸 역사라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다음 작품도 피터르 브뤼헐의 '바벨탑'이어서 성경 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두 그림의 중요 부분들을 확대하여 자세히 살펴보면서 작품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감상하는데 그냥

쉽게 지나쳤던 부분들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트로이 전쟁의 헥토르와 안드로마케 부부를

다룬 두 그림에 이어 델릴라와 클레오파트라를 비교하고,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3인방을 

다룬 '아테네 학당'과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집중 탐구한다. '동방박사의 경배'를 다룬 두 그림까지를

다룬 후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신대륙 발견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루돌프 2세나 마리 앙투아네트의

그림들은 현재 진행 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에서 다른 버전의

그림들을 봐서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에스파냐에서의 학살을 다룬 고야의 '1808년 5월 3일'과

한국 전쟁에서의 학살을 다룬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을 비교하면서 마무리를 하는데 7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분량이라 좀 아쉬움도 남았다. 책 자체가 어린이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역사를 다룬 여러 명화들을 유사한 작품들끼리 묶어 자세히 비교 감상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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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자 고사성어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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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고사성어를 부지불식간에 사용하곤 하지만 고사성어를 제대로,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국어나 한문 시간에 조금씩 배운 거나 여러 책들을 통해 익힌 것들이

쌓여서 현재의 수준이 된 것 같지만 그 어원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사기의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김영수가 교과서에 등장하는 고사성어를 총정리한 책으로 과연 어떤

고사성어들이 등장할지 궁금했다.


저자는 본문에서 교과서 고사성어 총 189개를 소개한다. 교과서들을 뒤져 고사성어를 찾아 정리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든 일일 것 같은데 암튼 대단하단 말밖에 안 나온다. 가화만사성부터 가나다순으로  

소개되는데 친숙한 고사성어들이 많았지만 '계포일낙', ' 광음여류' 등과 같이 생소한 고사성어도 적지

않았다. 각 고사성어들마다 출처를 밝히는데 역사서가 24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그중에서도 사기가 

전체 9%를 차지했다. 그 밖에 유가 경전류, 제자백가류, 소설류가 차지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속담이 약 30개 정도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감언이설'은 당연히 중국 책에서 온 거라 생각했지만

우리식 사자성어로 중국에선 '감언호사'를 주로 인용한다고 한다. '교각살우'는 우리식 고사성어도 

아닌 일본식 성어이며 '난공불락'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중국산이라고 생각했던 고사성어 중 우리나

일본에서 기원한 것들이 적지 않아 흥미로웠는데 이 책에선 고사성어마다 관련된 사진 자료까지 첨부해

이해를 돕고 있고 유사한 고사성어 등도 함께 소개해 어휘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부록으로

2001년부터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와 독서 관련 고사성어 모음, 가정, 부모, 교육, 독서

관련 격언 명언명구까지 총망라해 그야말로 고사성어의 완결판이라 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다만 교수

신문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와 관련해선 저자 개인의 적나라한 정치적 사견을 늘어놓아 좀 사족 느낌이

없지 않았다. 암튼 고사성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용에 있어 사전처럼 활용하기에 제격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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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브램 스토커 지음, 진영인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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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는 대표적인 서양의 공포물 캐릭터로 영화로 여러 번 만들어졌고 여러 문화 컨텐츠에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그리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드라큘라가 브램 스토커라는 작가의 동명 소설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거나 원작 소설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나도 소설은 읽은 적이 

없다가 이번에 우연히 기회가 되어 읽어 보게 되었는데 7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에 먼저 놀랐다.


무엇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 작품의 독특함은 그 형식에 있다. 여러 등장인물의 일기와 편지로

구성되어 내용이 전개되는데 뜻밖의 구성이라 조금은 의외였다. 얘기는 조너선 하커가 드라큘라 백작의 

초대를 받고 그의 성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초반 분위기는 익히 아는, 주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드라큘라 성의 으시시한 상황을 잘 표현해주었는데 조너선 하커는 기이한 일들이 발생

하면서 드라큘라 백작과 그의 성에 대해 의심과 공포를 갖게 되지만 사실상 감금된 상태라 어쩔 줄을 

모른다. 그래도 나름의 진실을 찾고 성에서 탈출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는데 백작의 정체에 대해 

점점 확신을 갖게 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탈출할 결심을 한 조너선 하커에 이어 그의 약혼자

미나와 친구 루시가 주고 받은 편지가 소개되는데, 조금은 뜬금없는 두 사람의 서로의 연애사에 대한

얘기는 이미 아서와 약혼한 루시가 의사인 수어드 박사의 청혼을 거절했다는 얘기로 이어지며 수어드

박사의 자신의 독특한 환자 렌필드에 관한 일기로 연결된다. 렌필드는 흡혈귀에 당한 피해자(?)라 할 수 있는데 렌필드를 매개로 흡혈귀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하고 몽유병을 앓던 루시는

상태가 이상해지고 반 헬싱 박사를 비롯해 그녀를 지키기 친구들의 노력이 시작되지만...

 

간신히 살아 돌아온 조너선과 미나가 결혼하지만 이미 흡혈귀에게 당한 루시를 구할 수는 없었다. 이제

모든 사태의 원흉인 드라큘라 백작과 그에 대항하는 친구들의 대결이 벌어지는데 기대만큼 스릴 넘치는

내용이 그려지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여러 인물들의 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건 전개가 진행되다 

보니 뭔가 좀 답답한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드라큘라 백작의 은신처들을 없애고 그를 추적해가는 과정이

차근차근 그려진다. 마지막 드라큘라의 최후는 그동안 그가 보여준 신출귀몰하는 능력과 비교하면

좀 허무한 느낌도 들었다. 그럼에도 1897년에 나온 공포소설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촘촘한 구성과 

치밀한 전개를 선보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서양 괴기소설의 대명사인 드라큘라의 실체와 활약상을

원작으로 만나보니 영화 등과는 다른 색다른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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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국보 -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숨은 명작 문화재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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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인 국보, 보물 등 국가 지정문화재에 대해서 나름 관심이 많아서 국립중앙

박물관을 필두로 여러 박물관들을 즐겨 다니는 편인데 꼭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 가치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국가 지정문화재가 되지 못한 작품들 중에서 국보급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적지 않을 것인데 이 책은 그러한 무관의 걸작품들 35점을 모아 소개한다.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의 저자가 쓴 책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총 8부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국보 못지 않은 미지정 문화재들을 소개하는데 첫 번째 주인공은 경주

삼릉곡 석조약사여래좌상이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불상인데 일제가 경주에 있던 걸 1915년 경복궁

에서 열린 조선물산공진회 장식용으로 옮겨 왔다니 놀라웠지만 더 충격적인 건 원래는 석굴암을 옮기려

했었다는 사실이다. 다음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봤던 보원사 철불로 역시 1917년

일제가 충남 서산 보원사터에 있던 걸 옮겨 온 작품이다. 왜관수도원 겸재화첩은 작년에 국립고궁박물관

전시를 통해 봤었는데 겸재 정선의 명작들을 담았지만 독일에서 대여 형식으로 반환된 것이라 국가

지정문화재가 될 수 없었다. 경주 열암곡 마애석불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지진에 의해 벼랑에서

굴러 떨어졌으나 바닥에서 불과 5cm를 두고 멈춰 온전한 상태로 한국 불교조각 최전성기의 자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한다. 


분청사기 중에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철화 연꽃물고기무늬 병 등이 국가 문화재가 아닌 걸작이고, 

역시 국립중앙박물관 통일신라실에서 볼 수 있는 철조여래좌상은 석굴암 본존불, 금동미륵보살반가

사유상(국보 제83호)과 더불어 3대 불교조각 명품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보물로도 지정이 되어 있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 특별전시 공간에 잠시 있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너무 작아 

그 전에 있던 국보인 반가사유상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선 최고의 관음보살상이라 

평하고 있어 그동안 무시했던 게 좀 무안했다. 이렇게 이 책에선 아직 국가 지정문화재가 되지 못한 

숱한 명작들을 소개하면서 유사한 성격의 국보나 보물들과 비교하고 있어 작품의 가치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었는데 내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무심코 보고 지나쳤던 작품들이 적지 않아 너무 

국보나 보물 타이틀에 연연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 책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찬밥 신세가 될 뻔 했던 많은 무관의 국보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마음을 전하며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진가를 몰라 봤던 걸 꼭 만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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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아트 - 80점의 명화로 보는 색의 미술사
클로이 애슈비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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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책들을 즐겨 보고 있는데 색깔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진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많은

미술책들을 읽어봤지만 색깔에만 집중하여 다룬 책은 '검정' 정도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 책은

인류의 미술사 전체를 통틀어 색깔에 포인트를 두고 80점의 명화를 소재로 하여 색깔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첫 그림은 쇼베 동물 말 벽화로 기원전 3만~2만 8천년 전 작품이다. 숯과 헤마타이트, 황토를 재료로

그린 그림인데 검정, 회색은 물론 베이지 계열의 색깔도 등장한다. 알타미라 동굴 들소 벽화는 붉은

색이 강렬한데 붉은 황토가 재료가 되었다. 요즘처럼 물감이 없던 시절에 황토가 노란색이나 빨간색

계열의 색깔의 재료가 된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집트의 네바문 벽화를 보면 기원전 

1350년경임에도 이집션 블루와 레드 오커 등 다채로운 색깔을 표현해낸 것이 정말 신기했다. 한참 시간을

뛰어넘어 14세기로 직행하는데 지오토 등의 종교화가 등장한다. 아주라이트나 울트라마린 등 푸른색

계열과 금색이 돋보이는 작품들에 이어 붉은 색 계통의 레드 레이크와 버밀리온을 사용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특히 유화의 선구자 얀 판 에이크의 '남자의 초상화'가 돋보였다. 이 책 표지로도 사용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 반죽 형태의 금색 물감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바로크 시대에는 빛의 극명한 대비를 잘 활용한 '키아로스쿠로' 기법이 활용되었는데

카라바지오가 대표적인 화가라 할 수 있다. 파스텔톤이 연상되는 로코코 시대에는 특히 분홍색이

주목을 받았는데 프랑수아 부셰나 엘리자베스 루이즈 비제 르브룅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 회화를 별도로 다루는데 렘브란트, 페르메이르와 같이 유명한 화가들은 물론 클라라 페테르스

등 조금은 생소한 화가들의 작품도 소개한다.


신인상주의와 낭만주의 시대를 거쳐 인상주의에 이르는데 그동안 천연 안료를 사용하다가 합성 안료가

새로 발명되고 물감 튜브까지 등장하면서 미술계도 큰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라파엘 전파, 후기 

인상주의, 표현주의 등 다양한 색깔들이 소통의 수단과 심리의 표현 방법이 되었는데 그나마 친숙한

이름들이 적지 않아서 크게 낯설지는 않았다. 추상 표현주의와 색면 회화로 넘어가면 색깔이 더욱 

주연으로 부각되는데 단색화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뒤로 갈수록 생소한 작가들이 많았는데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본 키키 스미스도 등장해 반가웠다. 이 책에선 소개하는 작품에 사용된

주된 색깔을 왼쪽 페이지에 정확하게 표시하는데 대충 어떤 계열의 색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영문자와

숫자로 표시해 색깔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동안 수많은 미술 작품들을 봤지만

색깔에 특별히 주목하진 않았는데 미술사의 변천 과정에 있어 색깔의 역할과 의미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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