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 해시태그 아트북
헤일리 에드워즈 뒤자르댕 지음, 고봉만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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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색깔이지만 그리 선호되는 색은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옷이나 

자동차 등의 색깔로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왠지 칙칙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밝고 

긍정적인 색깔로는 여겨지진 않는데 이 책에선 미술사에서의 검정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여러 작품들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검정은 태곳적부터 인류와 함께 했다고 하는데 인류 최초의 미술 작품들인 암벽화에서부터 검정이 

활약하기 시작했다. 검정색을 어떻게 구했을지도 궁금했는데 선사시대에는 뼈를 태우거나 숯을 이용해 

검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검정색의 역사를 따로 연구해 정리하고 있어 그동안 몰랐던 검정의

일대기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검정은 밤의 색깔이라 공포, 죽음 등과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으나 이집트에선 나일강을 비옥하게 만드는 진흙과 같은 풍요를 상징하기도 했다. 이렇게 검정이

상징하는 바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랐는데 애도, 죽음, 성직자 등의 징표로 사용되던 검정이 점차

권력이나 우아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변신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개인적으로는 검정과 관련해 과연 어떤 작품들을 소개할지가 궁금했다. 라스코 동굴 벽화는 인류 최초

미술작품이란 의미가 있으니 그런가 싶었는데 다음으로 '선량공 필리프 3세의 초상'이 등장한다. 역시

검정옷을 입은 인물을 그린 그림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검정색 옷이 세련된 패션으로 사용된 것 같다.

렘브란트의 '여인의 초상'이나 휘슬러의 '회생과 검정의 배열 - 화가의 어머니', 마네의 '제비꽃 장식을 

한 베르트 모리조' 등이 모두 검은 옷을 입은 여자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었는데 실제 스캔들까지

일으켰던 사전트의 '마담 X - 피에르 고트로 부인'이 검정의 위력을 보여주는 압권이라 할 수 있었다.

검정의 이미지상 아무래도 비극적인 장면에 검정이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는데, 고야의 '1808년 5월

3일',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 피카소의 '게르니카' 등 명작들이 줄줄이 소개되었다. '꼭 봐야 할

작품들'에 이어 '의외의 작품들'에선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앞 부분과는

사뭇 다른 검정의 역할을 다룬 작품들이 등장했다. 그동안 특정 색깔의 관점에서 미술작품들을 감상할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이 책을 보니 색깔을 주제로 한 미술 감상도 나름의 의미와 재미가 있는 것 같았다.

검정에 이어 다른 색깔들도 다룬 책들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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