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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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 문화재들에 대해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이 생각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걸 알게 된 이후로 가끔 시간이 되면 박물관에 들러 여러 유물들과 전시를 관람하면서 관심이 

좀 생겼다. 게다가 얼마 전에 '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을 보면서 여러 유물들의 미학적

가치들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은 국보로 지정된 47점의 대표 문화재들을 살펴보면서 거기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책은 '국보 발굴 현장 답사기', '돌아온 국보, 팔려간 국보',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아', '아직도

풀리지 않은 봉인된 수수께끼', '희비애환 인간사를 담다', '위대한 기록을 담은 국보', '이국의 향기

품은 우리 국보', '국보 제작 비하인드'까지 총 8부에 걸쳐 국보와 관련한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담아

내는데 첫 타자로 무령왕릉 출토품이 장식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백제실에서 본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과 왕비의 관 꾸미개도 국보지만 이 책에선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석수, 금귀걸이, 지석

등을 소개하면서 배수로 공사 중에 우연히 무령왕(사마왕)릉을 발견된 얘기를 들려준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인근에 댐이 건설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하니 안일한 문화재 관리 문제가 대두되었다. '한류 미학'에서도 등장했던 금동대향로는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에 필적하는 대한민국 국보로 평가받는데 우물에 감춘(?) 것을

출토했다고 하고, 불국사 3층 석탑(석가탑) 속에 있던 무구정광대다라니경도 도굴범 수사로 촉발된

해체 수리과정에서 발견했다는 등 국보가 발견되는 드라마틱한 얘기들이 펼쳐졌다.


일제강점기에 수탈당한 문화재들이 적지 않아 간송 전형필이나 이병철 회장 등 우리 문화재에 애정이

있던 사람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다시 사들인 것들이 다수 있었는데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세 번이나

국내에 사들여올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무산되어 여전히 일본의 국보로 일본에서 소장하고 있는 현실이

서글펐다. 전쟁도 문화재를 훼손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인데, 백제 계백 장군이 결사항전을 벌였던

황산벌을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이 굽어보고 있고, 해인사 대장경판은 무수한 위기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임진왜란때 불탄 경복궁은 왜군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도망간 선조에 분노한 백성들이 불지른 것이라 하고, 진흥왕 순수비나 석굴암 석굴도 모진

세월을 이겨내며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 문화재들의 사진들이 종종 실려

있어 그 수난사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첨성대에 올라가 단체 수학여행 사진을 찍지 않나 지금은 상상도

못할 놀라운 사진들이 적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몰랐던 국보들에 숨겨진 파란만장한

사연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어떤 드라마 못지 않은 스토리들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문화재들에 이런

흥미롭고 아픈 사연들이 있었다니 그동안 무심했던 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종종

들르면서 수많은 유물들을 스쳐 지나갔지만 역시 알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국보들은 물론 앞으로 만나게 될 많은 문화재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간직한 사연들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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