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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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항상 여러 가지 책을 읽곤 하지만 과연 책 속에 담겨진 내용들이 사실인지에 대해선

그리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대부분의 내용은 그냥 저자가 쓴 대로 받아들이는 편이고

내가 아는 사실과 명백하게 배치되는 경우에만 책의 내용을 의심하곤 했는데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책에 대한 생각과 사실이 결코 진실과 일치하지는 않음을 일깨워줬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책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는 사실 전혀 의외의 내용이 많았다.

흔히 프랑스대혁명의 사상적 토대를 마련해준 것으로 여겨지는 계몽사상가들의 책들,

예를 들어 루소의 '사회계약론' 같은 책들이 혁명의 불씨가 된 게 아니라

그들의 연애소설(?)들이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점은 뜻밖이었는데,

사실 당시 대중에게 영향을 끼친 책은 포르노소설, SF, 정치적인 중상과 비방을 담은 책이었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평가하는 책들은 사실 대중이 읽기엔 그다지 흥미롭지 않고

어려운 책들이었고, 오히려 볼테르, 디드로, 루소와 같이 고상한 줄 알았던 계몽사상가들이 쓴

포르노 소설들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반향을 일으켰다.

외설적인 포르노 소설 속에서 계급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자각하게 된 대중들이

프랑스대혁명의 발단이 되었음은 정말 의외라 할 수 있었다.

 

'고전은 누구나 한 번은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읽은 사람이 없는 책’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 있듯이 과학혁명도 아무도 읽지 않은 책에서 시작되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패러다임을 바꾼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나

고전역학을 완성한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그 원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을

대중에게서는 물론 전문가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음은 충격적이었다.

웃기는 건 이런 어렵고 난해한 책들을 대중들에게 추천하는 책 목록에 종종 넣으니

과연 추천하는 사람은 그 책을 읽어봤는지 반문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갈릴레오에 대해서 혹독한 비판을 하는데, 그가 실제로 한 행동에 비해 너무 과대평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면 갈릴레오는 후세에서 만들어진 영웅에 불과했다.

 

저자의 칼날은 성인의 대접을 받는 소크라테스와 공자의 책들에도 거침이 없었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나 공자의 '논어'가 그들이 직접 지은 책이 아니라

플라톤과 공자의 제자가 지은 책이라는 점에서

그 책의 내용이 소크라테스와 공자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닌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판본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판본이 원본에 가장 가까운지 알기 어렵다.

소크라테스와 공자에 대한 저자의 비판도 나름 일리가 있었는데 천편일률적으로 그들을 숭배하는

글들만 범람하다 보니 균형잡힌 시선을 갖기가 어려운 현실이 안타까웠다.

물론 저자의 비판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그들을 비판한 거라 전적으로 동의하기엔 무리가 있다.

저자와 같은 관점에서 비판을 한다면 과거의 인물들 중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물은

드물 것이다. 다만 다양한 견해가 유통되지 못하고 있는 출판 현실과

비판적인 독서를 하기 어려운 현실은 분명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인간이 본성에 좌우되느냐 환경에 좌우되느냐 하는 '본성'과 '양육'의 논쟁은

아무리 대단한 이론이라도 과장과 조작으로 점철되어 있을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동물을 가지고 한 실험결과를 인간에게 무리하게 적용하거나 극히 소수의 잘못된 표본을 가지고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등 우리가 접하는 이론들에 숨겨진 약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식의 보고인 책은 권력자에겐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종종 학살의 대상이 되곤 했다.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학살사건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만큼 책의 가치를 반증하는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책을 소재로 하는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전혀 달라질 수 있는 독특한 가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비판적으로 책을 읽지 않은 나에게 이 책은 책을 무조건 믿는 것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깨닫게 해주었다.

여러 다양한 책들을 읽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편협한 독서의 폭과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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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의 정신> 우리는 무슨 책을, 어떻게, 왜 읽어야 할까?
    from 책으로 책하다 2014-01-07 16:10 
    [서평] ⓒ알마 인터넷이 점점 우리네 삶을 잠식해 들어갈수록 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중요성을 설파하기 위해 각종 독서운동, 도서관운동 등 책에 관련된 활동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독서 활동 인구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고, IT 활동 인구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재의 추세로 보건데, 이 둘 사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그 이유는..
 
 
 
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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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존재 유무는 참으로 민감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주제다.

우리나라에서 화젯거리로 삼기에 부적절한 대표적인 주제가 정치와 종교로

특히 종교는 타협이 될 수도 없고 논리도 통하지 않는 영역이라 괜히 싸우기 쉬운 난감한 주제다.

게다가 종교에 맹목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아 잘못 얘기를 했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고, 인간의 역사가 종교로 인한 전쟁과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는 상황에서 감히 신이

만들어졌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것 같은데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용감하게도 이 책을 통해 종교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먼저 신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태도를 자세히 설명하는데,

강한 유신론자부터 강한 무신론자까지 7가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생각해 보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기술적으로는 불가지론자지만

무신론 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에 해당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신의 존재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있든 없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종교에서 흔히 말하는 신이란 존재는 내가 보기엔 막강한 힘을 가진 폭군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었다.

자길 믿지 않으면 죽어서 대가를 치룬다는 협박이나 하고, 어찌 보면 인간보다도 너그럽지 못한

아량을 가진 존재처럼 보여서 그런 존재를 믿고 따른다는 것 자체가 단순히 약자가 강자에게

복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원래부터 신에 대해 비판적인 내게

이 책은 그야말로 확실한 논리로 무장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해주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다섯 가지 귀납적 논증을 비롯해 존재론적 논증을 포함한 연역적 논증들,

성서논증까지 신의 존재에 대한 다양한 논증들이 있었지만 합리적인 이성과 논리로 판단해보면

그 어느 것도 납득할 만한 게 없었다. 그나마 '파스칼의 내기'가 조금 솔깃하긴 했는데,

이는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증이라기보단 신을 믿는 게 안 믿는 것보단 신이 존재할 경우

훨씬 이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신이 존재해야만 가능한 얘기다.

반면에 우주와 생명의 출현에 대한 리처드 도킨스의 논증은

그나마 논리적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존재한다. 그냥 단순히 신이 설계했다는

한 마디 말보다는 자연선택을 통한 다윈의 진화론이 훨씬 더 믿음직스런 설명이다.

물론 물리학에서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다중우주이론 등은 좀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설계이론보다는 설득력이 있는 논증이다.

종교가 설명, 훈계, 위로, 영감이라는 네 가지 주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해서

종교를 옹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설명은 과학이 이미 자리를 대체했고

훈계는 도덕적 명령에 지나지 않으며 위로와 영감은 굳이 종교가 아니어도 대체할 것들이 있고

그것이 종교와 신의 존재를 정당화시켜 주지 않는다.

반대로 종교가 신의 이름으로 저지른 해악은 한도 끝도 없다.

그것도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고 이 땅에서 종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아마도 계속될 것 같다.

맹목적인 광신도들은 여전히 자기 아이들에게 세뇌를 시키고 있고, 학교마저 자신들의 종교를 

전파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종교를 인간 세상에서 추방시키긴 아마 불가능할 것 같다.

특히 자기 자식이란 이유로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부모들과

아직 판단력이 제대로 서지 않은 학생들에게 원하지도 않은 종교 교육을 강요하는 건 범죄나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나도 원하지 않는(속칭 뺑뺑이) 학교에 가서 종교 교육과 종교 의식을

강요받았는데 무작정 믿음을 강요하는 그들의 뻔뻔함에 치를 떨 뿐이었다.

암튼 종교의 부재가 결코 인간 세상에 악영향을 끼치지만은 않을 것이고

이 책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얘기하는 것처럼 신이 아닌 인간을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는 게 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암튼 이 책은 읽으려고 사둔 지 엄청 오래되었는데 왠지 아껴두고(?) 싶은 책이었다.

이번에 읽고 나니 그동안 쌓였던 체증이 쑥 내려가는 그런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물론 이런 책을 아무리 내놓아도 사탄이니 악마니 하는 타령이나 하며

맹목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진실은 가릴 순 없을 것이다.

종교와 과학의 가장 큰 차이는 얼마든지 반론이 가능하고 논리와 증거가 있다면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 책은 읽은 사람이라면 대부분(물론 무슨 얘기를 해도 절대

끄떡없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겠지만) 신과 종교의 허구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나마 진화론이 그럴듯한 이론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맹목과 광기에서 벗어나 이성과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을 질 때 좀 더 살기좋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이 그런 세상과 삶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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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4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4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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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시리즈가 이제 스테디 셀러가 되면서 벌써 8권이 나온 상태다.

나도 1권, 2권, 3권을 이미 읽었지만 나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잊고 지내는 소재들을 골라내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4권에서는 '일상의 테두리 밖에서', '세상의 결을 따라',

 

'다시 삶이 테두리 속으로'라는 세 파트로 나누어 세상과 우리 삶의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

루이 필립을 배로 풍자해 감옥을 들락거렸던 샤를 필리봉의 얘기로 시작한 이 책은

 

흥미로운 얘기를 많이 들려준다. 말 두 마리의 엉덩이 폭인 약 4피트 9인치에 맞춰

 

유럽의 표준도로가 설계된 후 마차, 기차는 물론 우주왕복선의 추진로켓까지

 

말 두 마리 엉덩이 폭에 맞춰 설계되었다는 사실은 한 번 정해져 익숙해진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었다.

 

세계지도를 거꾸로(?) 그린 스튜어트 맥아더의 사례는 유럽을 중심에 둔 세계지도에 길들여진

우리의 그릇된 사고를 일깨워줬고, 역사상 유명한 세 개의 사과(이브, 뉴턴, 세잔) 외에

 

수학천재였지만 동성애자로 백설공주의 독사과를 먹어야 했던 비극의 주인공

 

앨런 튜링의 네 번째 사과는 애플의 로고관련된 흥미로운 비화를 들려주었다.

일본과는 너무 다른 행보를 보여준 독일의 모습은 용서의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는데,

 

1965년 3억 달러에 역사를 팔아먹은 한심스런 한일협정이 큰 일조를 했다는 사실은

 

우리 정부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영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무책임한 약속으로 비극의 공간이 되어 버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쉽게 끝나지 않을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그 밖에 대형마트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구멍가게나 기륭전자

사건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비정규직들의 고단한 현실, 경자유전의 원칙을 망각한 가진자들의

 

횡포를 잘 보여준 쌀직불금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드러내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사실 EBS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을 정리한 책이라 방송을 직접 봤다면 좀 더 인상적인 느낌이 들 것

 

같은데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아무래도 EBS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관계로)

 

영상적인 측면에 대한 입체적인 느낌은 거의 없고 책으로 접하는 조금은 단순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 책에는 부록 형식으로 방송에서 사용된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방송을 봤다면

 

음악까지 더불어 인상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짧은 글 속에 많은 시사점을 듬뿍 담아내어 바쁜 현대인들이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한 점은 이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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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2 - 우리 시대를 읽기 위한 최소한의 인문 배경지식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2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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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인문학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인문학이란 범위에 들어가는 책들을 혼자서 찾아보며 지식을 쌓기엔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기에 섣불리 시도하기도 어렵고, 시작을 해도 금방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나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철학, 과학, 사회학 등

인문학의 주류를 이루는 학문 관련한 서적들은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대부분 내용이 어렵고 잘 와닿지 않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으며 책을 덮고 나면 기억에

남는 내용도 드물어 감히 인문학 서적을 손에 들 엄두를 못내는 현실인지라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문학 서적이 있으면 늘 관심이 갔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범주에 포함된다 할 수 있었다.

1권이 이미 출간되어 1권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어도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각 장이 독립된 형식이라 반드시 1권을 읽은 다음에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었다.

2권에서는 '모네 이전의 회화', '문학과 문예사조', '과학의 독립사', '사회이론의 대가들',

'미학의 역사와 대중문화'의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사회학이나 미학의 역사를 정리한

부분은 좀 생소하면서도 잘 몰랐던 내용들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먼저 1권에서 아마 모네 이후의 회화의 역사를 다룬 관계로 모네 이전의 회화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하는데, '세계 미술사의 재발견' 같은 미술 관련 책들을 나름 보다 보니 낯선 내용은 아니었다

(마네를 기준으로 시대 구분을 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인상파부터 시작하는 현대미술 이전을 간단하게 정리한 이후

문학의 역사를 만나게 되는데 내가 즐겨 읽는 소설들의 역사를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서양문화의 원류라 할 수 있는 헬레니즘은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담겨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그리스 로마신화가 유래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단테의 '신곡' 이란 걸출한 작품이 등장한 이후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고전주의, 계몽주의, 낭만주의,

자연주의, 상징주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문학사조들의

대표작가와 작품, 특징을 간단하게 알 수 있었는데, 내가 아는 작가들, 읽은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더욱 반가웠고 그 작품들의 의미를 다시 되새김줄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보르헤스의 '픽션들'과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등 중남미 소설들을 다룬 부분이

서양에 치우친 문학사를 조금은 보완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과학의 역사는 한 마디로 종교와의 처절한 투쟁의 역사가 아닐까 싶다.

여전히 종교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인데,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에는

종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과학적 사실들은 함부로 입에 담지도 못했다.

지구가 둥글고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은 고대시대에 이미 등장한 이론이었음에도

아리스토텔레스와 종교가 결합한 천동설이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진 이후로는

이에 대해 쉽게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코페르니쿠스가 다시 지동설이 꺼내든 이후 케플러, 갈릴레이를 거쳐서

겨우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과학계는 뉴턴이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지만

다윈이 진화론을 내놓으면서 다시 종교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하지만 종교계가 아무리 진화론을 깎아내려고 발버둥을 쳐도 진화의 증거는 계속 나오고 있으니

한심한 작태는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학은 최근에야 주목을 받게 된 분야로 현대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들이 속속 등장했는데,

전에 읽었던 '세계명저 사회학30선'에 실렸던 학자들과 책들이 상당수 실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미학은 비교적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라 할 수 있는데 철학 등 인접 학문과

유사하면서도 내용이 결코 쉽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미학이 뭔지 조금이나마 제대로 접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인문학의 여러 분야의 역사를 핵심만 정리하고 있어

개략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학교에서 배웠거나 책을 통해 알고 있던 내용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내용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기본지식이 제대로 없는 상태에선 책을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되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음을 절감했다.

나름대로 방대한 분야를 깔끔하게 정리한 느낌의 책이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술이나 문학 등이 모두 서양 위주의 역사로 치우친 점이었다.

그래도 인문학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알찬 내용을 담고 있어

종종 읽다 보면 인문학과도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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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계략 - 천하를 뒤흔든 영웅들의 전략 전술 마니아를 위한 삼국지 시리즈
기무라 노리아키 지음, 조영렬 옮김 / 서책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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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고전도 없을 것 같다.

기본 줄거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고

세세한 에피소드까지 꿰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우리와 친숙한 얘기인데,

그 속에는 정말 수많은 계략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누가 더 뛰어난 지략을 발휘하는 지략가를 보유했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달라졌을 정도로

치열한 지략대결이 펼쳐졌는데 이 책에서는 삼국지에 나왔던

다양한 계략들을 총 49개의 주제로 정리하고 있다.

먼저 삼국지에서 천하를 삼분한 조조, 유비, 손권의 간략한 일대기와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에 대한 비교 및 삼국시대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

삼국지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우리가 아는 내용은 주로 소설 삼국지연의의 내용이라 상당 부분은 과장이 섞여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적벽대전에서의 제갈량의 대활약이나 황개의 '고육지계', 방통의 '연환계'

모두 소설 삼국지연의에만 나오는 내용임을 처음 알았다), 정사 삼국지에 비해 극적인 재미를 더하고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건 역시 삼국지연의라 할 수 있다.

'지붕으로 유인한 뒤 사다리를 치운다'는 '상옥추제'를 시작으로 49개의 계략과

그와 관련된 삼국지 속의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동안 알고 있던 사실들은 계략과 연관지어 새롭게 해석할 수 있었고,

몰랐던 사례들은 삼국지의 내용들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특히 '삼십육계'에 나오는 다양한 계략들을 삼국지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처럼 삼국지를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이 대충 수박 겉 핡기식으로 아는 사람에겐

복습의 기회이자 제대로 몰랐던 사실들을 새롭게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계략마다 간략한 도해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는데

더 돋보이는 점은 3장 이후에 삼국시대의 무기와 병기를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대충은 알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그 시대의 무기와 병기를 보다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부록으로 실린 군사와 장군 열전도 삼국지에 등장한 인물들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유비의 사망 이후 내용에 대해선 그동안 잘 몰랐다가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열전을 통해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게 된 점은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심리학, 삼국지를 말하다''비즈니스 삼국지' 등 삼국지를 소재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들을 읽었는데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는 게 바로 삼국지의 매력인 것 같다.

아무리 우려내도 진국인 삼국지의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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