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 출간 50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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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가장 정의 내리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요즘 사랑하면 떠오르는 것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속 대사이다.

 

 "사랑에 대해 뭔가 아는 것처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선 창피해해야 마땅해."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217p>

 

 

 "우리가 사랑에 대해 정말 알고 있는 게 뭘까? 사랑에서 우리는 초보자일 뿐인 것 같아.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서로 사랑하기도 하지......"                                                                                                                              -214p

 

 ".......그런데 끔찍한 건, 정말 끔찍한 건, 한편으로는 좋기도 한 건데, 우리를 구원할 어떤 은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건, 만약 우리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이런 말을 해서 미안해요- 바로 내일 우리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상대, 그러니깐 다른 한쪽은 한동안 슬퍼하다가도 다시 기운을 차리고 곧 다른 누군가를 만나 다시 사랑을 하게 될 거라는 거야. 그러면 이 모든 게,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 모든 사랑이 그냥 추억이 되겠지. 어쩌면 추억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어. 내 말이 틀렸나? ......"                                                                                                                                      -216p

 

 이 책의 내용과는 큰 상관이 없지만, 그냥 떠올라서 써보았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그리고 무겁다. "모르는 것들에 대해선 침묵해야 한다." 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사랑이다. 설령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랑에 대해 설명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사랑을 하고 그것이 사랑이라 믿는다.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책이며, 굉장히 지적이고 철학적인 책이다. 에리히 프롬은 정신분석자이며 사회철학자이다. 때문에 이 책은 정신분석적인 내용과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진 않다. 비전문적인 용어들로 일반인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은 말한다. 사랑은 기술이며 능력이라고, 때문에 사랑은 그에 걸맞는 지식과 노력이 요구된다고. 이 책을 통해 나도 참 많은 것을 깨달았고 배웠다. 확실히 사랑은 능력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며, 타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관심이다. 결국 더 나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사랑에 대해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한 번 읽어서는 책과 사랑에 대한 전체상이 뚜렷히 잡히지 않는다.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책이며, 이 저자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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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카프카 대표 단편선 클래식 보물창고 8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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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카의 <변신>을 2번째 읽게 되었다. 역시나 첫번째와 마찬가지로 재미가 없었다. 안타까웠다.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인 프란츠 카프카의 책이 재미가 없다니...(오히려 <변신>보다 이 책에 수록된 다른 단편들이 더 재미있었다.) 물론 수많은 위대한 작가와 작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렇게 상심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이것은 마치 모든 사람이 맛있게 먹는 회를 먹고도 별 맛을 못느끼는 것과 같다. 물론 회가 싫으면 고기를 먹으면 된다. 하지만, 인생에서 회를 먹는 재미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영원히, 재미하나가 결코 잡을 수 없는 심연으로 가라앉아버린다. 물론 영원히라는 것은 조금 오버다. 어렸을 때는 회맛을 몰랐지만, 점차 초장맛을 알게 되고, 나중에는 회의 맛도 조금씩 알아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카프카에 대해서도 그런 희망을 가져본다.

 

 나는 책을 2분류로 나눈다.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 그리고 이해가 되는 책과 이해가 안되는 책. 카프카의 <변신>은 내게 재미없는 책과 이해가 되는 책의 분류에 들어간다. 이 분류에 들어가게 되면 구원은 없다. 이해가 안되서 재미없는 책은, 이해가 되면서 재미있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해는 되는데 재미가 없는 책은 그 지점에서 종결되어 버린다.

 

 왜 재미가 없을까? 일단 <변신>을 읽기 전에 나는 <변신>의 내용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그레고리 잠자가 벌레가 되는 이야기. 너무나도 유명한 단편이기때문에 모를 수 없었다. 그렇게 문학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첫 문장은 내게 아무의미 없이 다가왔다. 그리고 전개되는 이야기도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상투적인 해석만 갖다붙이게 되었다. 현대인의 고뇌, 가족간의 소통의 단절, 카프카의 자전적 이야기을 담은 소설, 아버지의 억압 등등.

 

 아직 카프카라는 카드를 버리고 싶진 않다. 카프카의 다른 소설을 읽어보는 수 밖에 없다. 나의 문학적 감각수용체가 좀 더 발달하길 기대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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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otopia 2015-08-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의사>라고 하는 짧은 단편을 추천드려요. 아마... 페이지로 치면 10 페이지 정도 될 거예요.

고양이라디오 2015-08-12 11:32   좋아요 0 | URL
<시골의사>본것같아요ㅎ. 그 단편은 재밌었던거 같아요. 추천감사합니다^^
 
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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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만 헤세, 이 책을 계기로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데미안>을 뛰어넘는 인류의 선물과도 같은 책이었다.

 

 나는 소설 속의 싯다르타가 되어서 그와 함께 인생을 경험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저지른 과업과 그리고 집착을 떨쳐내지 못하고 괴로워했었다. 그 과업과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탐욕스럽게 책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물론 나의 업을 씻고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아마 그랬다면 이미 해탈해서 부처가 되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이 가벼워졌다. 아니 어쩌면 더욱 더 번뇌와 집착이 심해졌을지도.

 

 하지만 가벼워졌다.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몇 번이고 다시 읽고 곱씹어봐야 할 책이다. 인생의 모든 것이 녹아있는, 깨달음을 주는 정말 진실로 위대하고 좋은 책이다.

 

 이 책 속의 싯다르타는, 니체의 초인이며, 예수그리스도이며, 그리고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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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7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7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7-17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바에서도 부처. 헤세도 싯타르타. 한번은 읽어보라는 말 같아요 ~^^

고양이라디오 2015-07-17 10:13   좋아요 0 | URL
네. 그리스인조르바 읽을때도 꼭 부처에 관해 알고 싶었는데
한 번은 부처를 만나야 되는 것 같습니다^^

자몽 2015-07-17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얼마전 싯다르타를 읽으며 받았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지네요..
아침부터 이런 기분 넘 좋습니다..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만 알수 있는 이 느낌..

싯다르타에 이어 유리알 유희도 도전 해봤는데 유리알 유희는 좀 관념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읽는 내내 힘들었어요..
저는 싯다르타가 헤세 소설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5-07-17 10:1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폭풍감동이었습니다. 앞으로 헤세의 책을 꾸준히 읽고 싶어졌고요^^
자몽사랑님 서재에 보니 좋은 책들이 많더군요. 저도 더 부지런히 읽어야겠습니다.
 
데미안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
헤르만 헤세 지음, 구기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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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데미안을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중고서점에서 책도 샀었는데, 결국은 도서관에서 앉아 그 자리에서 읽게 되었다.

 

 일단 나는 이 책을 10년 전에 재수할 때 읽었었다. 재수 할 때 읽었던 몇 안되는 책 중에 하나이다. 사실 그 때는 헤르만 헤세가 누군지도 몰랐고, 데미안이 유명한 책이란 것만 알았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책을 들었다. 그리고 책을 보고도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스토리 자체도 못 따라 갔던 것 같다. 기억나는 것은 카인과 아벨이야기, 그리고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이 두가지 정도였다.

 

 10년 만에 이 책을 다시 읽었고,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이고 어마어마한 책인지 알 수 있었다. 니체의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 <데미안>은 니체의 사상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데미안> 책 안에서도 니체에 대한 언급이 여러번 나온다.

 실제로 헤르만 헤세가 쓴 <헤르만 헤세, 독서의 기술>이나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을 읽어보면 헤세가 니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정말 진실로 좋은 책이다. 하지만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준비가 덜 된 상태라면 10년 전에 내가 그랬듯이 아무 의미도 재미도 없는 책이 될 수도 있다.

 

 만화로 된 인문고전 중에 니체편을 읽어보면 이 책을 읽기전에 준비운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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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13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야할 고전이군요

고양이라디오 2015-07-13 23:12   좋아요 0 | URL
네 고전은 정말 훌륭한 것 같습니다!
 
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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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소세키, 일본의 세익스피어라 불리우는 소설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문호이다. 그를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탄복했다. 역시나 고전은 위대하다.

 

 사실 이 책은 굉장히 오래전에 샀었던 책인데, 몇 페이지 읽다가 안 읽게 된 소설이었다. 그러다 미치오 가쿠씨의 <마음의 미래>를 읽고 있었던 탓인지, 이 책을 다시 꺼내들어 읽게 되었다.

 

 정말 머라고 표현을 못하겠다. 너무 좋은 소설이었다고 밖에, 아주 선명하고 뚜렷한 인상을 내게 깊게 남겼다. 인간의 마음을 세밀하고 솔직하게 정말 솔직하게 표현하고 보여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소설 속 인물들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등장인물도 아주 적다. 하지만, 이 책이 그려내는 인간의 마음이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우리의 마음또한 절대 단순하지 않다. 어쩌면 그것이 생의고통을 만들어 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

 

 오늘 헤세의 글을 읽었는데, 그의 서평은 정말로 훌륭하고 절로 고개가 끄떡이게 한다. 그리고 미사여구와 표현력이 정말 풍부하고 그의 통찰력은 깊이있고 매섭다. 물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그와 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가당치 않겠지만, 이 좋은 책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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