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아이와의 신경전이 나를 너무 지치게한다.
7월부터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신경전은 극에 달했고 학원을 다녀올때마다 온갖 짜증을 부린다.
이제 받아주는 것도 한계에 이른것 같아 ˝그렇게 힘들면 다니지 말던가˝라고 한마디 했더니 딸아이는 더 화를 내며 내 속을 뒤집더니 문을 쾅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는 또 아무일도 없었던듯 식탁에 앉아 조근조근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며 학원 선생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나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위해 적당히 칭찬도 곁들이며 딸의 기분을 살핀다. 엄마의 칭찬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딸아이는 내일 7시30분에 깨워달라며 기분 좋게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 7시 30분에 깨우지 않으면 또 난리가 나겠지?? 나는 얼른 내 핸드폰에 알람을 설정한다. 사춘기 딸아이의 엄마 노릇...이래저래 눈치보기 힘들다.

근데 반성문까지 써야하다니..너무 서글픈것 아닌가??
이책의 저자는 말한다. ˝어리석은 부모는 자녀를 자랑거리로 키우려고 하지만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의 자랑거리가 되고자 노력한다˝
아이를 낳아서 보육하는 일만으로도 참 벅찬데..(아이가 클수록 요구사항도 많아진다) 자랑거리가 되기위해서까지 노력해야 하다니..어휴~ 그나마 애가 둘인건 다행인지 불행인지..둘째때는 조금 더 여유가 생기겠지..
아이가 감정적으로 나올때 나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애쓰지만 3번에 2번은 실패한다..
오늘도 감정이 폭발할뻔 했지만 잘 참았다고 스스로 대견해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내일은 실패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말자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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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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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잠시 들른 도서관에서 커피를 한잔 마신게 화근인지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도 하루 종일 남은 일을 하려면 얼른 자야하는데..


중간 과제 제출 기한이 코앞이다. 역시 항상 모든 일을 닥쳐서 하는 나는 요며칠 정신이 없다.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와의 만남도 미루고 레포트 자료찾고 정리하느라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다.


더 황당한건 도서관에 가도 내가 찾는 자료의 책들을 볼 수가 없었다. 모두 대출중...

방통대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다들 지금 열심히 중간과제 준비하느라 그럴거라고 이해하면서도 화가났다. 매일 겪는 일을 반복하는 내 자신에게...

 

머리를 굴리다 집앞 대학 도서관에 가니 지역주민 자격으로 대출도 가능하고 내가 찾는 책보다 더 많은 자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평일 오전의 도서관은 썰렁하다 못해 추울정도로 아무도 없었다.( 비싼 등록금내고 다니는 학생들에게 사실 눈치가 보인다.혹시 그들이 필요한 자료나 도서관 자리를 내가 차지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오히려 지역 도서관은 자료실에서 노트북 켜놓으면 사서가 조용히 와서 경고를 주는데,  과제하기 너무 좋은 환경에 아무도 없으니 완전 내세상이었다.


상호대차 찾으러 잠시 들른 지역도서관에서 갑자기 아까 저녁 준비하면서 들었던 김연수님의 단편 소설이 생각나 찾아 들었다. 바쁠때 짬을내 읽는 소설 한편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그 맛을 어찌 잊으랴) 게다가 김연수님의 소설이니 말할 것도 없다.

'당신들 모두 서른살이 됐을때' 낭독을 듣고 다시 읽으니 역시 달랐다.

억울하기만 하던 나의 30대를 다르게 바라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나의 40대를 어떻게

그려나갈지도 잠시 생각해봤는데 여전히 나는 조급하다. 남들은 한참 좋을때라고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고 항상 내게 얘기해왔지만  왜 나는 세상을 다 산 느낌이 드는 걸까?

 

 내친김에 그 뒤에 레이먼드 카버에게 라고 작게 쓰여진 '모두에게 복된 새해'도 쭉 읽어 내려갔다. 레이먼드 카버는 김연수님이 번역하시는 바람에 나에게도 친숙한 작가이다.

이거 내 얘긴가? 할 정도로 섬세함이 느껴지는 글을 읽고나니 갑자기 김연수님이 더 좋아지면서 우울했던 기분이 업되었다. 올해가 다하기전 내가 꼭 한번 그분을 만나보리라는 희망도 품어본다.

 

 

 

며칠전에 읽은 <숨결이 바람 될때>

신경외과 전문의가 폐암에 걸려 죽어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갔는데

자신의 죽음 앞에 어찌 이렇게 초연하고 객관적일 수 있는지 나로써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 죽음에 대해 많이 보고 생각해 왔기때문이겠지...(죽음 앞에서 단련이라는 단어를 쓸수 있나?) 그가 의사가 되기전 영문학을 전공한 문학도 였다는 것도 (우리나라에선 거의 있을 수 없지만 미국에서도 흔한일은 아닐 듯하다) 죽음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는데 한몫을 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해서는 항상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가 추천한 죽음에 관한 문학책들을 읽어가며 생각을  해봐야겠다. 솔제니친 <암병동>, B.S.존슨 <운 없는 사람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네이글 <정신과 우주> 등등...

 

이 책들을 읽고나면, 나의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받아 들일 수 있을까?(하지만 지금도 나는 폴처럼 죽음을 앞두고 레지던트 생활로 돌아가는 일을 절대로 하지못할 것이다.)

가족들이 폴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과정도 매우 인상적이었고 부인의 에필로그도 매우 감동적이어서 내 기억에 오래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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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2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2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2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몽 2016-10-12 20:33   좋아요 0 | URL
사실은 저도 2년전에 편입했다가
도저히 못하겠다고 포기했었어요..
근데 어찌 다시 등록을..ㅋㅋ
우선은 학점에 관계없이 이번학기 무사히 마치는게 제 목표에요..
암튼 졸업하신 달걀부인님이 존경스럽습니다~^^

2016-10-13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데미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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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와 기대감을 품고 참석했다.  빨간책방과 비밀 독서단에서 데미안이 선정된 뒤에 다시 읽어보려고 생각하고 있던 책이라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데미안 서평도 출력하고 이분법적 세계관에 관한 이야기와 니체의 사상 그리고 데미안의 성경의 재해석에 관한 이야기등등 할 이야기가 많았다. 다함께  서평을 같이 읽어보고 결국 자신의 길은 죽을때 까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길을 어떤 방법으로 찾아야 할지 각자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주부로서 각자 가정 생활과 자신의 꿈을 찾는 과정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토로들 특히 밥에 얽매여 항상 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함을 한탄했다.거의 대부분의 남편들이 평일의 저녁밥과 휴일의 밥세끼에 대해 너무 집착하기 때문에 맘놓고 내 일에 열중하는 것에 방해가 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어찌보면 내 가정을 돌보는 일도 내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이 안에서도 보람과 즐거움을 찾아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내 몸은 하나인데 내가 돌볼일은 몇가지인가? 두가지가 사이좋게 양립할 수 없다면 한가지는 버려야 하나?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아이들을 다 키우신 분들은 오히려 주말에 남편과 덩그러니 있는 것이 힘들고 또 남편 혼자 있을 걱정에 친구들을 만나는 일도 눈치가 보인다고 하셨다. (결국 그것도 밥때문이다)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나의 길을 찾아 갈것인가에서 남편의 밥에서 언제쯤 자유로워지며 어떻게 자유로워 질지에 대한 이야기(이대목에서 요즘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졸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모두들 반기는 분위기였다) 와 한참 직장 일에 힘들어 고민하는 남편들에게 어떻게 힘을 실어 줄것인가와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로 바뀌었다. 다행히 먼저 경험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교훈 삼을 수 있었다. (사실 이부분은 내가 지금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비록 니체에 관한 이야기나 책 이야기는 많이 못했지만 내가 요즘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최대한 남편의 힘든 부분에 대해서 공감해주고 이야기 들어주기. 그 하나의 방법으로 밤마다 안주 만들어서 같이 술마시기 그리고 나만의 능력 키우기. 결국 남편들이 부인에게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하는 것은 '나 힘들어'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니 해답을 찾아주려고 노력하지 말고 무조건 들어주고 함께 공감하라는 것이다. 해답은 이미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솔직히 남편의 이런 고민을 들으면 속시원하게 그만두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년을 일했으니 이제 좀 쉴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하지만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한번 그만두고 나온 직장보다 더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은 힘들고 지금보다 훨씬 자존심 상하는 일들이 많아 상처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밖은 정글이라고... 더 잘 되는 사람은 열에 한둘이고 앞으로 가시밭 길을 헤쳐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나의 현실감 없는 생각에  자신들의 경험담들이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두려운 생각과 함께  지금까지 잘 버텨준 남편이 고마웠다.
하지만 내가 더 능력있는 아내이지 못한 것이 가장 씁쓸한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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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홀바인의 <무덤속의 그리스도>
신성이 배제되고 철저히 인성만 보여주고 있는 그리스도의 시신에 도스토옙스키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백치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말하며 그 아름다움은 그리스도의 삶인 자기 희생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백치에서 이 그림에 대한 언급은 앞으로 그의 생각이 변할것이라는 건가?

p.340 `이런 그림을 좋아하다니! 이런 그림을 보다가는 있던 신앙도 사라지겠네!`



미시낀은 간질 발작 전 결정적 1초-극도의 자각과 자의식이 `최상의 삶`의 형태로떠오르는 순간을 설명한다.

p.352 그는 이러한 순간에 느끼는 무한한 행복을 생각한다면 이 한순간은 모든 생애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짓궂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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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스토옙스키 읽기' 세미나에서 추천받은 석영중 교수님의 책들을 읽으며 도스토옙스키를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요즘은 죄와벌을 읽고 있는데 지난번 모임에서 우리의 화두중 하나는  로쟈와 소냐 사이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사실 로쟈와 소냐의 관계가 그리 불타는 사랑은 아닐지라도 로쟈의 경우는 첫눈에 소냐를 운명의 상대로 감지한 듯하고, 소냐는 로쟈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사랑으로 발전된 지극히 모성에 근거한 사랑이라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지켜보는 독자의 입장에서 그리 로맨틱한 사랑은 아니다.

어머니와 여동생 앞에서 소냐와 마주 앉은 " 라스콜니코프의 창백한 얼굴이 확 붉어졌다. 갑자기 온몸이 충격을 받은 듯이 떨리고 두눈이 활활 타올랐다."

우리들 중 한분이 이 귀한 구절을 찾아내어 우리에게 읽어 주셨고, 우리는 모두 뒤로 넘어갔다.

로쟈도 로맨틱한 청년이었던 것이다. 오해해서 미안~!

며칠동안 이 구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함께 읽기의 재미가 이런것이리라.

 

 

 

 

 

 

 

 

 

 

 

 

대학 시절 친구들과 나이들어 함께 커피숍을 운영해보자고 얘기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나이들어 우리가 함께 모여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였다. 그만큼 우리는 카페 죽순이들이었다. 우리는 카페에서 모든것을 했다.

점심도 카페에서 먹고 레포트도 카페에서 쓰고 저녁에 술도 카페에서 마시고...

친구 중 한명이 카페에서 알바라도 하면 그곳은 영락없이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이책은 나이 마흔이 되도록 진짜 내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나에게 그시절 친구들과 했던 약속을 상기시켜 주었다.

얼핏 보면 성대현을 닮은 듯한 작가님이 직장을 그만두고 커피가 좋아 커피집을 차리게 되기까지 14개월 동안 커피여행을 하고,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기 위해 떠난 가배무사수행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저자가 카페 헤븐이라고 이름 붙인 '카페 데 엠브로'에서 103세 커피 명장 앞에서 핸드 드립을 하는 장면에서는 내 마음도 조마조마했다. 자신의 일을 진정 사랑하는 열정에서 나오는 대범함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카페가 삶의 공간과 멀지 않은 공간에 들어와 서울 마포의 신수동에서만큼은 싸고(아메리카노 천원)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커피 전도사가 되겠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신수동 주민들이 너무 부러웠다. 주변에 싸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사명감이 있는 카페 주인님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라며 막연히 친구들과 친목을 위해 카페를 열어보겠다는 우리의 계획은 당분간 유보하는 것으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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