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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 ㅣ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평점 :
더글러스 애덤스는 제가 꼽는 최고의 코믹 작가 중에 한 명입니다. <마지막 기회라니?>는 꼭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기회라니?>는 더글러스 애덤스가 조류학자?와 함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찾아다닌 여행에세이입니다. 읽는 내내 배꼽찾다가 마지막에는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더글러스 애덤스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로 코믹SF 장르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의 유머는 최고입니다. 약을 빨지 않고 어떻게 이런 글과 소설을 쓸 수 있는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작년 12월에 1권을 읽고 9개월 만에 2권을 읽었습니다. 1권의 리뷰를 확인해보니 저 이후에는 리뷰가 없네요. 리뷰를 쓰는 사람이 적은건지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적은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둘다 일지도요.
이 책은 영미권의 사람들에게는 초대형 베스트셀러였습니다. TV드라마, 영화, 게임으로 까지 만들어진 하나의 문화였습니다. 더글러스 애덤스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분명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을겁니다. 저도 늦었지만 안타깝습니다. 따뜻한 심장과 유쾌함, 유머러스함, 거기에 풍부한 과학적 지식을 가진 작가는 흔치 않습니다. 아니 없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더글러스 애덤스를 잇는 SF작가가 누가 있을까요?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2권을 왜 이렇게 늦게 읽게 되었나하면, 1권을 꽤 재미있게 읽고 연달아 영화를 찾아봤습니다. 영화도 나쁘진 않았지만, 영화가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개그콘서트를 연달아 그것도 같은 회차를 두 번 본듯이 지겨워졌습니다. 그러다 다시 애덤스의 유머가 그리워졌습니다. 도대체가 유머있는 글을 쓰는 작가들이 없습니다. 때문에 저는 유머에 너무 목말랐습니다. 이 책은 제겐 오아시스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시리즈를 다시 읽고 싶어진 계기는 <위험한 독서의 해>를 읽고 난 이후입니다. <위험한 독서의 해>의 저자는 더글러스 애덤스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팬입니다. 그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저자와 더글러스 애덤스와의 만남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더글러스 애덤스가 저도 무척이나 그리워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어쩌면 2권부터 읽지 않고 남겨놓은 것이 잘한 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작품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으니까요.
정신없이 우주를 헤매고 시간을 헤매었습니다. 우주의 끝에 자리잡은 레스토랑도 가보고, 200만년 전의 지구에도 불시착했습니다. 무엇보다 압권은 레스토랑의 한 장면입니다. 레스토랑에서 소 한마리가 걸어와서 자신이 오늘의 요리라고 말합니다. 맛있어지기 위해서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자랑합니다. 자신의 어느 부위를 먹을지 말해달라고 합니다. 철학적이면서도 괴기스럽고 독특하면서 유머러스한 한 장면입니다. 결국 소는 인간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하겠다고 윙크를 날리며 레스토랑을 걸어나갑니다. 음, 원래 제가 이야기하면 재밌는 내용도 다큐가 되어버립니다. 직접 읽어 보시면 주인공 일행과 소가 나누는 대화는 기막히게 웃기면서 묘하게 풍자적입니다.
SF는 싫다. 이상할 것 같아서 싫다. 나랑 안맞을 것 같다. 하시는 분들도 한 번 '범우주적이고 거대한 농담' 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DON'T PANIC (겁먹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