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습니다. 박근혜의 언어를 들여다보는 것은 박근혜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녀의 정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모두 작업복과 장화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그곳은 정말이지 너무나 추악합니다. 어둡고 눅눅합니다. 냄새도 고약합니다. 이런 인간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부끄럽습니다. 아직도 4%의 지지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또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51%의 지지율로 당선이 된 대통령 박근혜. 51%는 도대체 박근혜에게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대한 걸까요? 무슨 생각으로 박근혜를 뽑은 걸까요? 물론 자신의 이익을 고려한 사람들은 잘 뽑은 것입니다. 박근혜가 당선되고 법인세는 인하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에게 박근혜와 그의 정당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배치될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무지 위에 서있습니다. 처질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민주주의 모순을 가장 잘 드러내보여주는 것은 일반 유권자와의 5분 간의 대화이다." 채사장은 시민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대중을 믿지 않습니다.
이 책은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현 시점에 시기적절한 책입니다.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비롯해서 박근혜의 인생과 그녀의 어법, 그리고 어법에서 드러나는 박근혜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불쾌하지만 흥미로운 탐험이었습니다.
박근혜의 말 중 하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마 해독은 힘들실 겁니다. 부정부패를 막을 기관을 별도로 세워서 강하게 단속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한 세월호 유족의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라이브 답변입니다.
"(...)그래서 우리 유족 여러분들도 계속 같이 일단 힘을 합쳐서 제가 앞장서고 이걸 계기로 해서 대한민국은 그런 부패나 또는 기강 해이라든가 또는 정말 헌신적으로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해야 될 사람들이 유착이나 이상한 짓하고 이런 것이 끊어지는 그런 나라를 반드시 만드는 것이 정말 그래도 지금 희생이 헛되지 않으리라 하는 우리 부모님, 또 유가족 여러분들의 생각에 저도 전적으로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게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반드시 해 나갈 것이고요."
-2014년 5월 16일, 세월호 유족 면담
박근혜가 괜히 불통이 아닙니다. 그녀와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 입니다. 저는 맹신자들의 정신세계가 궁금합니다.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박근혜는 최태민의 맹신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박근혜를 맹신하는 분들이 또 있습니다.
아래는 최태민에 대한 박근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최태민에 대한 지속적인 숭앙으로 읽을 수 있는 단서들은 찾아보면 많다. 박근혜는 '우리 집' 인 청와대 입성 후 기념식수로 첫 해에는 구상나무와 이팝나무를,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소나무와 무궁화를 심었다. 외형적으로는 각각 토종 특산, 풍요 기원, 정이품송의 후계목, 그리고 나라꽃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하지만, 그 안쪽의 내밀한 꽃말들을 보면 각각 기개(구상나무), 영원한 사랑(이팝나무), 정절(소나무), 일편단심(무궁화)이다. 다소 섬뜩하다. 구상나무에는 '살아서 백 년, 죽어서 백 년' 이라는 말도 따라다닌다. -p108
박근혜씨가 꽃말을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섬뜩한 꽃말의 조합입니다.
아래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가디언>의 지적입니다.
서양국가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국가적 비극에 이렇게 늑장 대응을 하고도 신용과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는 결코 없을 것이다. (...) 박 대통령이 '살인' 이라는 두드러진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늦어버린 타이밍을 수사의 강도로 만회하려고 한다. -p153
사실 세월호 사건 때 전국민은 박근혜를 규탄하고 책임을 물고 탄핵까지 갔었어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글들을 만나보고 정화를 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의 글쓰기>와 <대통령의 말하기> 모두 읽어보고 싶습니다.
박근혜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는 스스로를 욕되게 하는 투표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