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튜브에서 만약 오늘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어떻게 보낼 것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봤다. 보면서 과연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생애 마지막 날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오늘은 한 번 오늘이 생애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보자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은 해야했다.
뭔가가 달랐다. 그냥 생각만 했을 뿐이지만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깐 모든 일들이 의미가 있어졌다. 환자도 한 분 한 분 꼼꼼히 진료하고 치료했다. 질문도 많이 하고 대화도 더 많이 나눴다.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일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오늘 아니면 할 수 없다. 일을 남겨두기 싫었다. 더 부지런해졌다.
더 친절하고 더 상냥해졌다. 더 부지런해지고 더 집중했다. 카톡 확인도 하고 답장도 바로 했다.
지난 삶을 잠시 되돌아봤다. 잘못한 일도 많았고 부끄러운 일도 많았다. 슬픈 일도 힘든 일도 있었다. 그래도 행복한 삶이었다. 만약 니체의 영원회기처럼 같은 생을 무한히 반복해서 살아야 한다고 해도 긍정할 것이다. 안좋은 일도, 슬픈 일도, 힘든 일도 다 나의 삶이었다.
올리버 색스를 흉내내는 거 같지만 무엇보다 기쁜 것은 지각있는 생명체로 살았다는 것이다. 우주의 신비,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읽고 책을 읽고 무언가를 배우고 놀랄 수 있었다.
요 며칠 퇴근하면 게임을 했다. 오늘은 게임을 하고 싶지 않다. 생애 마지막 날이니깐. 오늘은 집에가서 저녁을 잘 챙겨먹고 책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산책을 좀 할 것이다. 그리고 또 가족, 친구들과 통화를 할 것이다.
만약 진짜 생애 마지막 하루가 주어진다면, 아마도 가족을 만나러 갈 거 같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만나고 그렇지 않으면 통화로 인사를 나눌 것이다. '행복한 삶이었다.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고 생각하면서 잠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