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리 안에 1
오시미 슈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119


《나는 마리 안에 1》

 오시미 슈조

 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5.10.31.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는 눈이 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은 누가 나를 쳐다보는 줄 뻔히 느낍니다. 뻔히 느끼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못 느낀 척하지요. 그런데 적잖은 사람들은 멀쩡히 지나가는 사람을 자꾸 쳐다보거나 키들거립니다. 그들 키들거리는 치들은 저희를 두고 누가 키들거리거나 자꾸 쳐다보면 즐거울까요? 《나는 마리 안에》 첫걸음을 읽으면, 시골에서 살던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서울(도쿄)로 애써 왔으나, 아무런 꿈도 빛도 찾아볼 수 없어서 벼랑에서 굴러떨어졌는데, 편의점에서 자주 스치는 고운 아가씨에 마음이 홀린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만화 이야기를 새로 폅니다. 벼랑에서 굴러떨어졌다고 여겨 마구잡이로 지내던 갓 스물이 넘은 대학생은 어느 날 아침에 깨어 보니 ‘마음이 홀린 아가씨 몸’에 제 넋이 들어갔어요. 넋은 그대로인데 몸이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고운 아가씨 몸에 깃든 넋은 어디로? ‘나’였다고 여긴 몸이 사라지고 ‘넘볼 수조차 없이 빛나는 아가씨 몸’에 내 넋이 깃들어 버렸다면, 나 스스로 나는 쓰레기와 같다고 여긴 사내가 더없이 맑고 고운 아가씨 몸을 움직이는 넋이 되었다면, 누가 ‘나’이고, 누가 ‘나 아닌 숨결’일까요? 길을 잊은 사내는 길을 아예 잃어버릴까요? ㅅㄴㄹ



‘다 알 수 있구나. 쳐다보는 걸. 그렇다면 이제껏 내가 쳐다본 것도 다 들켰겠네?’ (74쪽)


‘낙서 따윈 하나도 없고, 성실하구나, 마리 씨는. 내 교과서는 온통 낙서투성이였는데.’ (9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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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왕자님 1
유아나 카즈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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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118


《인어 왕자님 1》

 카즈미 유아나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6.6.15.



  어릴 적에 누가 ‘왕자님’이란 말을 하면 대단히 거북했습니다. 사내라면 ‘사내’라 하든 ‘남자’라 하면 될 텐데 왜 ‘왕자님’이라 할까요? 이와 맞물려 가시내한테 ‘가시내’나 ‘여자’라 하지 않고 ‘공주님’이라 하는 말씨도 참말로 거북했습니다. 어른이란 사람들이 모조리 ‘왕자병 공주병’에 걸렸나 하고도 생각했습니다. 《인어 왕자님》 첫걸음을 읽으며 ‘왕자님’이란 말에 살짝 걸릴 뻔했지만 “인어 공주” 아닌 “인어 왕자”라고 한 대목이 외려 눈길이 갑니다. 그래요. 인어를 놓고 본다면 공주만이 아니라 왕자도 있어야겠지요. 아니, 인어를 성별로 가르려면 두 성별이 함께 있어야 할 테지요. 만화책에 나오는 인어는 사람이 되고픈 꿈을 키웁니다. 사람이 되려는 뜻은 아주 투박합니다. ‘사람이 되어 사랑을 하고 싶다’고 해요. 응? 인어로 지내면서도 사랑을 할 수 있지 않나? 굳이 사람이 되어야 하나? 사람은 이 땅에서 아름다운 숨결일까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으로 살며 사랑할 적에 아름답게 아끼거나 보듬는 손길일까 잘 모르겠습니다. 만화책 줄거리로 보면 이 땅에서 무엇이든 쓴맛만 보는 사내가 제 목숨을 바쳐 인어 꿈을 들어 주기를 빕니다. 그래요, 사람한테는 이런 모습이 있지요. 제 목숨을 바칠 줄 아는. ㅅㄴㄹ



“그게 가능하다면 그 녀석의 소원을 이뤄 주고 싶어.” “좋아, 그럼 결정한 거다. 그럼 네 1년어치 인생을 사용해 볼까?” (40∼41쪽)


“소중한 건 소중히 아껴야 비로소 정말 소중한 게 되는 거라고. 키스는 좋아하는 상대와 하는 거야. 넌 소중한 걸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 (148∼14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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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어린이 인문학 2 : 우유 내인생의책 그림책 69
프랑수와 로랑 지음, 니콜라 구니 그림, 허보미 옮김 / 내인생의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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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32


《맛있는 어린이 인문학 2 : 우유》

 프랑수아 로랑 글

 니콜라 구니 그림

 허보미 옮김

 내인생의책

 2016.9.30.



  오늘 우리는 소젖이 아닌 우유를 마십니다. 너무 마땅한 소리일까요? 예전에는 사람들 누구나 ‘젖’을 마셨고, 소젖이든 염소젖이든 양젖이든 마셨어요. 오늘날에는 화학사료를 좁은 우리에 갇혀서 먹는 소가 기계로 젖통을 빨리며 나오는 물을 공장에서 다루어 우유란 이름으로 내놓습니다. 이런 판이기에 우유가 맛없거나 냄새나거나 싫어서 꺼리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사료를 먹고, 좁은 우리에 갇혔으며, 풀을 못 먹는데다가, 햇볕을 못 쬐는 소는 짜증만 잔뜩 나겠지요. 또는 아무 꿈도 삶도 없을 테고요. 《맛있는 어린이 인문학 2 : 우유》는 이러한 오늘날 ‘공장 우유’ 이야기를 잘 짚습니다. 이와 맞물려 사람들이 집짐승한테서 고맙게 얻는 여러 가지 젖 이야기를 나란히 다룹니다. 그런데 우리 삶터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얼마나 깊거나 넓게 들려줄까요? 학교에서는? 집에서는? 또 온갖 광고에서는? 아이들이 우유가 싫다면 주지 말아야겠지요. 한걸음 나아가, 아이나 어른이 마시는 우유가 참말로 ‘소젖’인지 ‘화학사료에 푹 절어버린 물’인지 ‘짜증과 아픔과 슬픔이 가득한 몸에서 억지로 쥐어짠 눈물’인지 제대로 살피고 배워서 이러한 이야기를 슬기롭게 가르칠 노릇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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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4
테리 펜.에릭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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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31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테리 펜·에릭 펜 글·그림

 이순영 옮김

 북극곰

 2018.7.28.



  바다로 마실을 가서 바닷물에 안기면 우리 몸은 바닷물하고 같은가 싶곤 합니다. 숲에 깃들어 눈을 감고 팔을 벌려 바람을 마시면 우리 몸은 하늘하고 같나 싶곤 해요. 우리는 바다하고 하늘이라고 하는 숨결을 한몸에 담았을 수 있습니다. 바다랑 하늘이 우리 몸에서 만나며 우리는 저마다 다르고 새로운 빛인 넋으로 살아갈는지 모릅니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는 아이가 듣는 이야기에서 꿈이 자라나는 하루를 찬찬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아이한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나요? 우리 아이들은 우리한테서 어떤 꿈하고 사랑을 이야기밥으로 받아먹을까요? 바다랑 하늘이 만나는 이야기를 아이가 듣는 하루일까요? 교과서에 적힌 사회 지식이나 시사 상식에 아이를 가두는 하루는 아닌가요? 나비하고 꽃이 만납니다. 흙하고 씨앗이 만납니다. 손하고 발이 만납니다. 너랑 내가 만납니다. 돌하고 물이 만납니다. 풀하고 벌레가 만납니다. 노래하고 춤이 만납니다. 우리랑 뭇별이 만납니다. 하나만 한켠에 있을 적에는 아직 빛나지 않습니다. 둘이 서로 다른 쪽에 있다가 가만히 다가서서 만나 새로운 둘이자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에서 기쁘게 샘솟는 말 한 마디가 피어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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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착란 - 어느 젊은 시인의 내면 투쟁기
박진성 지음 / 열림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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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37


《청춘착란》

 박진성

 열림원

 2012.8.16.



우리가 시라고 써 온 문장들은 우리 마음의, 감각의 어떤 우발적인 조합이 글자로 튀어나온 거고, 내가 듣고 있는 음악, 네가 듣고 있는 음악은 어떤 날들의 바람의 기록들이고. (36쪽)


여전히 병원은 들락날락하고 있지만 많이 좋아진 상태고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는 좀 편안해진 것 같다. (93쪽)


아직 꽃은 보이질 않고 꽃 피는 소리가 왁자하게 거리를 기어다닌다. 이번 봄의 나의 목표는 한 사람을 용서하는 것, 그리고 나 자신도 용서하는 것. 그리하여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것. (195쪽)


대학 때 연애하던 여자아이가 말했다. 당신은 늘 열렬해. 절박해. 하지만 그 열렬함이, 절박함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거란 거, 한번쯤 생각해 봤니? (278쪽)



  고은 시인이 쓴 시나 글을 읽으면, 술 마시는 이야기가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술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다만 술힘을 빌려서 넋을 잃은 채 자잘한 짓을 일삼는다면, 이는 사내다운 길이 아닌 밉살스런 길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고은 시인하고 술자리를 함께한 글벗이나 책벗이 참 많을 텐데 여태 이런 얘기를 쉬쉬합니다. 최영미 시인이 이 일을 널리 터뜨렸고, 박진성 시인이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문득 궁금해서 박진성 시인이 쓴 책을 헤아리다가 《청춘착란》(박진성, 열림원, 2012)을 읽기로 했습니다. 이 책은 시인이라는 길을 걷기 앞서 스스로 얼마나 아픈 삶이었나를 적바림하면서, 시인이라는 길을 걷는 동안 또 얼마나 고단한 나날인가를 빼곡하게 적습니다.


  온통 아픈 이야기가 흐르는 이야기를 읽기는 수월하지 않습니다. 쓴 사람뿐 아니라 읽는 사람도 함께 아프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까 말이지요, 고은이란 시인하고 함께 술자리를 했던 숱한 글벗(문인)하고 책벗(출판 관계자)은 밉살스런 짓을 일삼은 사내하고 똑같이 뒹굴면서 그런 짓이 얼마나 밉살스러운가를 하나도 못 깨달을 수 있겠구나 싶어요.


  한통속이란 말은 그냥 태어나지 않습니다. 젖어들면서 한통속이 됩니다. 끼리끼리란 말은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물들면서 아무 말을 하지 않으니 끼리끼리가 됩니다. 그리고 아파 보면서, 아프게 살면서 아픔을 씻는 길을 살피고, 아픈 이웃을 알아보는 눈이 트이겠지요. 어느 날 아픔을 씻어낸다면 비로소 웃는 길을 알아볼 테고, 웃는 길을 알아보는 그날은 남들을 따라 웃거나 눈치를 보며 짓는 웃음이 아닌, 마음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부러 어려운 말을 써야 글이 되지 않는다는 대목을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학교나 인문책이나 오늘날 온갖 문학에서 어려운 말을 널리 쓴다고 하더라도, 그 어려운 말이란 참마음을 가리거나 감추는 허울인 줄 알아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쟁이란 비평쟁이가 어려운 말이란 허울로 이름값을 키우거나 이름담을 쌓는 길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잘 헤아려서 새로운 글길을 닦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그들 울타리에 끼어들어 끼리끼리 노닥거려야 빛나는 글이름을 얻지 않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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