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야마 아키라 만한전석 1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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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03


《토리야마 아키라 만한전석 1》

 토리야마 아키라

 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15.12.30.



  《드래곤볼》이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만, 틈틈이 깃든 뜻이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라는 별이 따사롭거나 넉넉한 숨결보다는 전쟁무기와 주먹다짐으로 치고받으면서 길미를 가로채려는 흐름이 깊어, 이를 바탕으로 줄거리를 풀어내는 만화라고 느껴요. 그래서 이러한 터전하고 흐름을 맞물려 놓으면, 우리가 무엇을 배우거나 깨달아서 스스로 새길을 열 만한가를 돌아보는 이음고리로 삼을 만하구나 싶어요. 《드래곤볼》을 그린 토리야마 아키라 님 다른 만화는 어쩐지 따분하거나 꽤 엉성하다고 느낍니다. 《토리야마 아키라 만한전석》 첫걸음을 읽는 동안 이이는 이렇게 보고 생각하고 그리는구나 하고 느낄 뿐, 마음에 울리는 결이 없고, 그림을 보는 재미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드래곤볼 슈퍼》란 이름으로 새로 나오는 만화는 이이가 ‘글만 쓰’고 그림은 다른 분이 새롭게 얼거리를 짜서 빚는데, 이이가 그림을 안 그리는 《드래곤볼 슈퍼》는 자질구레한 장난질이 섞이지 않아 퍽 부드럽게 이야기가 흐른다고 느낍니다. 다만 이 만화도 온통 싸움판이 바탕이지요. ㅅㄴㄹ



“아크맨, 대마왕님께 가서 영혼을 돈으로 바꿔 와 줄래? 슬슬 생활비가 떨어져 가는구나.” “엑, 제가요? 아빠랑 누나는요?” “아빠는 주무시고 메두사는 데이트. 엄마는 꼭 보고 싶은 TV드라마가 있어.” (54쪽)


“그래서, 너희는 뭘 하러 간다고?” “물론 악을 쳐부수러!” (23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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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15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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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00


《유리가면 15》

 미우치 스즈에

 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5.30.



  우리는 모두 살아갑니다. ‘연기’를 안 해요. 꾸미지 않습니다. 밥을 먹는 듯이 꾸미지 않습니다. 밥을 먹습니다. 사람마다 다 달라서 자전거를 달리든 옷장사를 하든 다 다른 결로 살고 움직여요. 다만 어떠한 곳에서 어떠한 일이나 놀이를 하는 사람 가운데 어느 모습을 흉내내어 볼 수 있겠지요. 《유리가면》 열다섯걸음을 읽습니다. 첫 이야기가 만화로 나온 지 마흔 해가 넘도록 마무리를 짓지 않는 작품인데, 이 만화는 밑이야기가 소설로 있어요. ‘넬 베르디’란 분이 썼고, 한국에는 1983년에 나왔어요. 만화책 열다섯걸음에서는 마야네 어머니가 두멧골 병원에서 몰래 빠져나와 딸을 보러 도쿄로 가는데, 눈이 먼 어머니인 터라 딸을 보지도 만나지도 못하지만, 공연하는 곳에서 목소리로 듣고 기뻐하면서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마야는 무엇을 배울까요? 마야네 어머니는 어떤 삶이었을까요? 배우와 ‘여느 사람’은 저마다 어떤 길일까요?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산다면 꾸밀 일이 없습니다. ㅅㄴㄹ



“잘 들어라, 마야, 아유미. 너희들이 경험하는 것 중 무엇 하나도 버릴 것은 없다. 언젠가 모든 것이 〈홍천녀〉에 도움이 될 테니까!” (135쪽)


‘하지만 마야, 엄만 알 수 있어. 네가 연기하는 것을, 목소리로 알 수 있어, 엄마는. 잘하는구나. 마야.’ (18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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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과 함께 사는 집 - 마지막 한 마리가 행복해질 때까지 생각이 커지는 생각
아네테 펜트 지음, 수잔네 괴리히 그림, 김현희 옮김 / 책속물고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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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190


《동물들과 함께 사는 집》

 아네테 펜트 글

 수잔네 괴리히 그림

 김현희 옮김

 책속물고기

 2018.7.20.



아냐는 깜짝 놀랐다. 토끼를 품에 안았지만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했다. 지금까지 토끼를 길러 본 적이 없어서 토끼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프랜치가 안겨 준 토끼는 키도 컸고, 발바닥이 축축이 젖어 있었다. (35쪽)


“학교 색깔이 맘에 안 들면 너희가 학교를 예쁘게 칠해 봐. 매일 학교에 가고 그 안에서 공부해야 하는 건 너희잖아.” (45쪽)


“동물들을 보호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들 고맙고 기쁜 게 아니었어요?” 플리치가 말했다. “프랜치가 여기서 산다는 것 자체가 싫은 거야.” 마틴이 눈알을 부라리며 말했다. “여길 부숴 버리고 비싸게 팔고 싶은 거지, 틀림없어!” (83쪽)


“이 집을 소유할 생각은 없어. 다만 여기 살면서 동물들을 보살피고 싶을 뿐이야.” 프랜치가 한숨을 쉬었다. (160쪽)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고들 말하지만, 이런 말이 어디에서 비롯하거나 누가 들려주는가를 낱낱이 짚지 않기 일쑤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사람이 먹는 고기가 되는 목숨은 ‘다른 고기를 잡아먹지 않’으면서 크고 튼튼하게 잘 살거든요. 잘 살펴볼 노릇입니다. 사람은 ‘고기를 잡아먹는 고기’를 얼마나 먹을까요? ‘고기를 잡아먹는 고기’가 아닌, ‘풀하고 이슬을 먹는 숲짐승’을 고기로 삼지 않나요? 그렇다면 굳이 ‘풀을 뜯는 짐승’을 고기로 삼기보다, 사람 스스로 ‘몸을 튼튼하고 크게 가꾸는 풀’을 즐겨먹으면 될 노릇이 아닐까요?


  고기를 먹고 싶다면 먹으면 됩니다. 이때에 손수 기른 집짐승을 잡아먹으면 되겠지요. 풀이나 풀벌레를 잡아먹고 살던 집짐승을 잡아먹으면, 이를테면 닭 한 마리로도 여러 사람이 배부를 만합니다. 이와 달리 좁은 공장에 가두어 햇볕도 바람도 빗물도 이슬도 흙도 풀도 없이 사료하고 항생제로 살점을 키운 닭이라면 한 사람이 한두 마리로도 모자라기 마련입니다.


  고기를 먹더라도 어떤 고기를 어떻게 길러서 먹어야 하는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몸을 이루는 먹을거리를 어떻게 돌보아서 누리는가를 찬찬히 배워야 합니다.


  《동물들과 함께 사는 집》(아네테 펜트·수잔네 괴리히/김현희 옮김, 책속물고기, 2018)은 사람들이 ‘고기를 얻으려고 기르던 짐승’을 마구 괴롭히거나 돈이 안 되어 내팽개치는 사회 얼거리를 넌지시 짚습니다. 이러한 사회를 어린이도 부드러이 받아들이거나 살필 수 있게끔 이야기로 엮습니다.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고 맞닿습니다. 어떻게 먹어야 즐거운가는 어떻게 살림을 지어야 하는가하고 맞물립니다.


  오늘날 사회에서 경제나 산업이 어떤 얼거리인가를 읽어야 하고, 이를 가르치고 배워야 하며, 오늘 우리가 살림을 가꾸는 보금자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즐거운가를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동물복지라는 이름으로 끝낼 수 없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길이란, 어느 하나만 보살피는 길이 아니라, 서로 아끼며 어깨동무를 하는 길입니다. 풀 한 포기하고 풀벌레 한 마리가 아늑하지 못하다면 사람도 아늑하지 못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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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9.28.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박남준 글, 한겨레출판, 2017.8.21.



저녁에 고흥읍에 다녀온다. 고흥군수를 새로 뽑았으나 군청 공무원은 그대로이다. 아무래도 군청 공무원이 그대로요, 고흥군수 스스로 새로운 권력에 젖어들고 마는지, 고흥 곳곳에 끔찍한 막삽질이 안 멈춘다. 작은 시골에 갖가지 위험·위해시설과 큼지막한 리조트라는 걸 때려짓겠다는 예전 군수 정책을 새 군수 스스로 똑같이 밀어붙인다. 어느 하나도 멈추지 않는다. 이를 놓고 10월 4일에 군청 앞에서 집회를 한다고, 또 10월 2일에도 집회가 있다고, 이 이야기를 들으려고 저녁마실을 한다. 시골버스에서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를 찬찬히 읽는다. 대수롭지 않다 싶을 수수한 하루를 글하고 사진으로 여민 산문책이다. 다만, 말이 산문책이지 그냥 ‘삶책’이다. 삶을 고스란히 적으니 글이 되고 책이 될 뿐이다. 이제 생각해 볼 노릇이다. 수천억 원에 이르는 돈을 쏟아부어서 발전소하고 폐기물처리장하고 위락시설·관광단지를 지어야 ‘경제개발+관광산업’이 되는가? 처음부터 수천억 원을 세금으로 뽑아낼 생각을 말고 마을·시골·숲을 고스란히 가꾸며 돌보는 길을 갈 적에 저절로 살림돈이 늘고 여행자도 늘까? 고흥군 새 군수는 이녁 고향마을에 유소년축구단을 억지로 열었단다. 고흥에 ‘아이’가 얼마나 있다고?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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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9.27.


《태양의 장난》

 소료 후유미 글·그림/박윤정 옮김, 서울문화사, 2003.12.26.



드디어 한가위가 저문다. 나는 어느새 ‘드디어’란 말을 쓴다. 설날이나 한가위 같은 때가 닥치면 조용하던 시골이 복닥거려서 번거로운 나머지, 시골이 다시 조용해지는 ‘지나간 한가위’를 느낀다. 도시·문명·사회라는 틀은 사람들을 톱니바퀴로 바꾸어 놓는데, 이 틀에서는 홀가분하거나 아름답기 어려우리라 느낀다. 이 틀에 갇힌 하루라면 삶도 사랑도 기쁨도 멀리 떨어지지 싶다. 우리 책숲집을 조용히 건사하다가 《태양의 장난》을 문득 되읽는다. 아직 갈무리를 안 한 책시렁에서 이 만화책을 뽑아드니 예전에 읽은 자국이 곳곳에 있는데 하나도 안 떠오른다. 이렇게 줄거리를 까맣게 잊는구나. 모든 것은 가만히 흐르며 지나가는구나.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도, 뜨고 지는 해도, 불다가 가라앉는 바람도, 노래하다가 쉬는 풀벌레도, 감알을 콕콕 쪼다가 날아가는 새도, 언제나 살며시 찾아왔다가 불현듯 사라지는구나. 만화책 줄거리를 이루는 사람들은 그저 만화책에서만 나올까, 아니면 우리 삶 어느 곳에서 이처럼 하루를 지필까. 아마 그냥 만화나 책에만 나오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우리 스스로 모르는 자리에서 온갖 이야기가 불거진다. 우리 이야기를 지켜본 누가 우리 이야기를 만화로도 글로도 사진으로도 담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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