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까지 조금만 더 3 - 완결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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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02


《낙원까지 조금만 더 3》

 이마 이치코

 이은주 옮김

 시공사

 2005.11.28.



  고구마를 삶으면 고구마 냄새가 집안에 퍼집니다. 단호박을 찌면 단호박 냄새가 집안에 가득해요. 말린 쑥을 마당에서 태우면 쑥내가 마당을 비롯해 집 안팎에 두루 퍼지고, 담쟁이덩굴을 걷어 말린 뒤에 태우면 담쟁이내가 고루고루 깃듭니다. 농약을 뿌리면 농약 냄새가 퍼지겠지요? 자동차가 달리면 배기가스가 넘실대겠지요? 우리가 건사하는 살림에 따라 냄새를 비롯해 모든 하루가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보금자리에 어떤 기운이 퍼지도록 돌볼 적에 즐거울까요? 《낙원까지 조금만 더》는 세걸음으로 마무리합니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누구는 일찌감치 누구는 뒤늦게 깨닫습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길을 걸은 줄 알면서도 늦도록 발길을 못 돌린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길이라면 당차게 한 걸음씩 내딛는 사람이 있어요. 오늘 우리는 어떤 발걸음일까요? 오늘 우리는 밥을 어떻게 지어서 먹을까요? 오늘 우리는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할까요? ㅅㄴㄹ



‘귀여운 걸 귀엽다고,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건 괴롭다. 츠토무는 지금도 좋아한다. 하지만 십여 년 전의 정사의 기억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16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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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가방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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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22


《고사리 가방》

 김성라

 사계절

 2018.6.1.



  적잖은 이들이 ‘있을 때 몰랐다가 없을 때 아쉽더라’는 말을 흔히 합니다. 이 ‘있을 때’는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나고 자란 텃마을’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고사리 가방》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으나 서울로 떠난 아가씨가 서울살이가 벅차거나 고단할 적에 슬그머니 텃마을 제주로 돌아가서 늙은 어머니 곁에서 바닷바람하고 오름바람을 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렇게 살짝 제주바람을 쐰 뒤에는 기운을 얻어 다시 서울로 가서 북새통에 뒤섞여 지낸다지요. 그림에 흐르는 이야기를 가만히 읽으며 생각합니다. 서울살이가 지치거나 힘들다면 굳이 서울에서 살아야 할까요? 텃마을에서 즐겁고 상큼하게 살다가 더러 서울로 바깥일을 보러 다녀오면 넉넉하지 않을까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가고 싶어도 갈 시골숲이 없습니다. 늙은 어머니 계시면서 바람이 산뜻한 시골숲이 있다면, 서울살이라는 수렁질은 이제 그만두고 숲살이를 하면 그림이 확 달라지리라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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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달님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6
김지영 지음 / 북극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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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20


《오! 나의 달님》

 김지영

 북극곰

 2018.7.28.



  해가 있어 낮이 밝고, 별이 있어 밤이 밝습니다. 해가 뜬 낮에는 해가 주는 기운을 받으면서 몸을 움직이고, 별이 돋는 밤에는 별이 주는 기운을 받으면서 몸을 쉽니다. 낮은 신나게 뛰노는 빛이라면, 밤은 고요히 꿈꾸는 빛이에요. 해는 싱그러이 움직이는 숨을 베푼다면, 별은 차분하게 잠드는 숨을 베풀어요. 《오! 나의 달님》은 밤에 햇빛을 받아 여러 모습으로 달라지는 달님을 이야기합니다. 그믐이 되고 보름이 되면서 비추는 빛을, 달 혼자서는 빛이 없으나 해를 곁에 두고서 환하게 비추는 모습을 다루지요. 우리는 으레 달빛이라 말하지만 막상 달에서는 빛이 흐르지 않아요. 아마 옛사람도 이를 느끼거나 알지 않았을까요? 스스로 빛을 내지 않으나 해한테서 받는 빛을 지구로 튕겨 주는 달을, 지구 가까이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지구를 바라보는 달을, 누가 깃들어 살면서 무언가 뚝딱거리는구나 싶은 달을, 뒷모습이 더없이 궁금한 달을 말이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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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 개정판 민음의 시 43
손진은 지음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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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6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손진은

 민음사

 1992.4.30.



  오늘 우리가 잃거나 잊은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는 손짓기입니다. 먼저 사랑을 손수 짓는 길을 잃고, 삶을 손수 짓는 길을 잃으며, 마을이며 집을 손수 짓는 길을 잃습니다. 이러다가 옷이나 밥을 손수 짓는 길을 잊고, 노래랑 말이랑 이야기를 손수 짓는 길을 잃더니, 꿈하고 생각을 손수 짓는 길을 잊습니다. 옛날이 더 좋았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얼마 앞서까지 우리는 누구나 집이나 옷이나 밥뿐 아니라, 삶도 사랑도 꿈도 손수 짓는 나날이었습니다.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를 읽으며 숲을 얼마나 설레게 돌아볼 만할까 하고 헤아리는데, 막상 숲을 다루는 글은 드뭅니다. 책이름에 낚였나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오늘날 이 나라 터전이야말로 이 모습 그대로이지 싶어요. 숲을 밀어내어 시멘트를 때려붓는 아파트를 잔뜩 지으면서 ‘푸른 마을’이란 이름을 붙이잖아요? 마구 삽질을 해대면서 ‘그린’이란 영어까지 끌어들여요. 큰 핵발전소를 더 짓거나 송전탑을 자꾸 박거나 바다나 갯벌에 위해시설까지 끌어들이려 하면서 ‘청정’이란 한자말을 붙이더군요. 시가 좀 투박하면 좋겠습니다. 문학이 참말 수수하게 풀내음이며 숲내음이 흐르기를 바라요. ㅅㄴㄹ



바람이 불 때 / 우리는 다만 가지가 흔들린다고 말한다 / 실은 나무가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시/15쪽)


바다로 가려다가 산을 택했다 / 오랜만에 벗어났음인지 모두들 싱글벙글 / 두 손을 입에 대고 야 하고 소리치니 / 저쪽 산이 야아아 되받는다 (메아리/5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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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결 2019-10-03 11:17   좋아요 0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구매해주시고 정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자(와 그의 아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창비시선 91
정희성 지음 / 창비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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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5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창작과비평사

 1991.4.10.



  누가 저더러 ‘열 몇 해째 개인도서관을 하는데 어렵지 않나요?’ 하고 물으면 으래 되묻습니다. ‘사회에 맞추어 쳇바퀴로 도는 하루가 어렵지 않나요?’ 퍽 자주, 게다가 오랫동안 돈이 바닥난 적이 있었는데, 돈이 바닥나면 돈이 바닥났구나 하고 여겼고, 돈이 없으면 돈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이를 ‘어려움’이라 여기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웃으면 웃는다고 여기고, 춤추면 춤추네 하고 여깁니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읽습니다. 여기 있는 마음이 저기로 흐릅니다. 저기 있는 마음이 이곳으로 흐릅니다. 제가 짓는 손길은 이웃한테 다가가고, 이웃이 가꾸는 손길은 어느새 저한테 꽃으로 피어납니다. 함께 짓습니다.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짓기도 하지만,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른 꿈을 바라보면서 씩씩하게 한 걸음씩 내딛기에, 이러한 몸짓이 어느새 모여 새롭게 숲이며 마을이며 둥지를 이루는 즐거움이 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줄 느끼면서 서로 다른 숨결을 보듬는 길을 헤아립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저마다 꿈을 가슴에 품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면서 홀가분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 별에서 삶을 짓습니다. ㅅㄴㄹ



헷갈리지 마라, 아무리 생각해도 / 확실하지 않은 것은 / 한국어가 아니다 (넋두리/31쪽)


시는 아무래도 내 아내가 써야 할는지도 모른다 / 나의 눈에는 아름다움이 온전히 / 아름다움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 박종철 군의 죽음이 보도된 신문을 펼쳐 들며 / 이 참담한 시대에 /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 살아 남기 위하여 죽어 있는 나의 영혼 (눈보라 속에서/4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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