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의 추석 이야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2
이억배 지음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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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23


《솔이의 추석 이야기》

 이억배 글·그림

 길벗어린이

 1995.11.15.



  서울로 나가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른이 늘면서 꽤 많은 아이들은 나고 자란 곳뿐 아니라, 어버이가 나고 자란 곳까지 서울이 되곤 합니다. 이른바 ‘시골이 없는’ 아이들이 부쩍 늘어요. 어느 때부터인지 설하고 한가위마다 차례상을 다리가 휘도록 올렸고, 이 일을 가시내가 도맡아야 했습니다. 얼추 쉰 해 즈음 된 설차림이나 한가위차림일 텐데, 이제는 설에도 한가위에도 차례상을 가볍게 올리는 길로 달라지고, 굳이 이 날에 맞추어 모이기보다는 한갓진 여느 날에 만나는 길로 바뀌기도 합니다. 《솔이의 추석 이야기》는 한때 적잖은 서울사람 한가위살림 이야기입니다. 예나 이제나 시골에서 나고 자라며 시골에 뿌리내리는 사람은 서울을 빠져나갈 일도 길에서 막힐 일도 없습니다. 푸짐하게 올린 한가위차림이어야 넉넉한 마음이지 않습니다. 한가위에 다들 모여야 즐거운 하루가 아닙니다. 날마다 잔치가 되도록 새길 새살림을 걸어야겠지요. 슬기롭고 사랑스레 새 이야기를 남겨야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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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6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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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01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6》

 니노미야 토모코

 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8.10.15.



  자라는 돌입니다. 우리 눈에 뜨이도록 자라기도 하지만,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빠르기로 자라기도 합니다. 과학으로는 돌이 수천 수만 수십만 수백만 해에 이르면서 동글동글해지거나 깎이거나 닳는다고 하는데, 어쩌면 돌은 물결에도 바람결에도 거뜬할 수 있어요. 어느 때에는 빠르게 바스라지거나 쪼개질 테고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튼튼하면서 멀쩡한 사람이 있으나, 쉽게 다치거나 아픈 사람이 있어요. 우리가 돌한테 사랑어린 손길하고 눈길을 뻗는다면, 우리 손에 쥐는 돌은 닳지도 낡지도 않으면서 언제나 싱그러이 빛나지 싶습니다.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여섯걸음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돌에 깃든 숨결을 읽는다고 할 적에는 돌결뿐 아니라 ‘돌넋’도 읽으면서 서로 이야기를 하겠구나 하고요. 전당포집 딸아이 시노부는 돌결하고 돌넋을 읽으면서 사람이란, 사람들이란, 도무지 어떤 결이나 넋으로 사는지 몰라 한숨에 젖기도 하는데, 이러면서 다 같이 새로 자랍니다. ㅅㄴㄹ



“이제 됐다. 범인 찾기는 그만두자. 가족이 조각날 바에야 루비 따위 필요없으니까.” (31쪽)


“그딴 힘, 좀 사라지면 어때서. 너는 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보나마나 아직 ‘악마’라는 말을 들은 걸 신경 쓰는 거지? 멍청이.” (10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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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9.30.


《flat 2》

 아오기리 나츠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2.15.



어린 조카하고 어울리는 놀이는 힘들려나 재미없으려나 따분하려나. 어린 조카로서 고등학교 다니는 형이랑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는 어떤 사랑이 흐르려나. 만화책 《flat》 두걸음을 읽으면서 둘 사이에 감도는 기운을 생각한다. 내가 여덟아홉 살 즈음 나랑 어울려 주었던 언니를, 내가 열일고여덟 언저리에 마주한 어린 동생을, 그때그때 서로 어떤 마음이 되어 눈을 마주했을까 하고 돌아본다. 어린 나는 똑부러지거나 새롭게 길을 이끄는 언니들을 대단하다고 여기면서 꽁무니를 좇으려 했겠지. 어느새 언니 나이가 된 나를 바라보며 꽁무니를 좇으려 하는 어린 동생을 바라볼 즈음, 내가 얼마나 잘 이끄는지 어린 동생들이 심심해 하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을 자꾸자꾸 하면서 기운을 왕창 쏟아야 했지. 두 마음이 서로 새롭다. 나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즐겁게 어우러지고 싶은 두 숨결이 상큼하다. 푸름이한테는 열 살 틈일 테지만, 마흔 아저씨한테는 서른 살 틈일 테고, 쉰 살 아지매한테는 마흔 살 틈일 텐데, 이 틈이란 가만 보면 대수롭지 않다. 따스하게 바라보려는 눈길이 된다면 서로 손을 잡고 찌릿찌릿 즐거운 기운이 샘솟아 어떤 놀이를 어디에서 하든 신이 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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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9.29.


《도쿄의 부엌》

 오다이라 가즈에 글·사진/김단비 옮김, 앨리스, 2018.7.20.



먹는 삶이란 무엇일까. 사람은 먹지 않으면 죽을까?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어디로 먹는가. 밥을 지어 입으로 넣어야 먹는 살림이 될까? 우리는 입으로 넘기는 밥이 아닌, 다른 결로 몸을 살찌우거나 살리는 목숨은 아닐까. 우리 집은 시골에서 시골물을 마시지만 마을에서 살기에 오롯이 숲물은 아니다. 시골물을 숲물로 바꾸어 주는 연장을 마련해서 쓰니 물맛이 한결 다른 줄 느끼면서, 덩이가 진 곡식을 줄이고 풀잎하고 우리 집 나무에서 맺는 열매로 밥차림을 바꾼다. 아마 옛날에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손수 거둔 열매에 손수 훑은 잎에 손수 기른 집짐승만 밥으로 삼았겠지. 《도쿄의 부엌》을 읽으며 도시라는 터전에 맞게 살아가려는 몸짓을 들여다본다. 즐겁게 살아가려는 길에 부엌살림은 어찌 건사해야 좋을까. 느긋하면서 넉넉히 살림하려는 길에 부엌일은 어떻게 가누어야 기쁠까. 아이들이 물려받거나 배울 부엌을 헤아려 본다. 어른부터 스스로 즐겁게 다스리면서 아이들이 앞으로 새롭게 돌볼 부엌을 생각해 본다. 그릇이며 수저이며 냄비이며 어떻게 건사해야 하고, 칼이며 도마이며 행주이며 어떻게 챙겨야 하는가를 곱씹는다. 요새 유튜브로 ‘리즈치(李子柒)’라는 분 삶결을 들여다보며 몹시 반가웠다. 참부엌이 여기 있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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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세계사 - 고대 제국에서 G2 시대까지
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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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문책시렁 23


《실크로드 세계사》

 피터 프랭코판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17.5.20.



십자군이 마침내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그들은 도시 성벽으로 다가가면서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6주간의 포위 끝에 마침내 도시 성벽을 돌파하자 공격자들은 학살에 나섰다. 예루살렘은 곧 시체로 가득 찼다. (233쪽)


국왕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노예가 추가 노동력일 뿐만 아니라 칸투를 통한 수입원이기도 하다고 보았다. (347쪽)


유럽이 비록 영광스러운 ‘황금시대’를 경험하고 미술과 문학을 부흥시키고 과학 연구의 도약을 이루었을지라도, 그것은 폭력을 통해 이룬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계의 ‘발견‘은 유럽 사회를 더욱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었다. 싸울 일이 더 많이 생기고 더 많은 자원을 두고 판돈이 커졌고,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긴장은 한층 더 높아졌다. (426쪽)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이작 뉴턴, 레온하르트 오일러 같은 과학자들의 이름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유명해졌지만, 그들이 총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발사체의 탄도나 편차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 몰두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427쪽)



  나라마다 군대를 두는 까닭을 헤아리면, 나라를 이루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뜻이 아닙니다. 어느 나라이든 군대를 두는 까닭은, 그 나라 우두머리를 비롯한 권력자를 지키려는 뜻입니다. 이러면서 군대에 끌려가는 사내한테 떡고물을 안기고, 이 떡고물로 먹고살도록 길들여 놓으면, 어느새 사람들은 군대가 하는 일을 잊으면서 쳇바퀴살림이 되어요.


  군대하고 전쟁무기는 아무것도 안 낳습니다. 오직 싸움만 일으킵니다. 군대하고 전쟁무기로는 밥도 옷도 집도 낳지 않아요. 이웃마을이나 이웃나라 밥하고 옷하고 집을 전쟁무기로 때려부수거나 윽박질러서 빼앗습니다. 이리하여 군대하고 전쟁무기를 갖춘 나라는 늘 돈이 모자라요. 왜냐하면 밥하고 옷하고 집을 짓는 데에 쓸 품이며 땀을 오롯이 부질없는 곳에 쏟아부었거든요. 그래서 자꾸 새롭게 싸움을 일으켜야 하고, 이웃으로 쳐들어가야 하며, 종으로 부릴 사람을 긁어모아야 합니다.


  《실크로드 세계사》(피터 프랭코판/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17)를 읽으면 비단길을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나라가 얼마나 오랫동안 군대나 전쟁무기를 키워서 이웃마을하고 이웃나라를 윽박지르거나 괴롭혀서 돈을 가로채려고 애썼는가 하는 발자국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넉넉한 돈이란, 물질이나 자원이란, 스스로 지은 길이 아닌, 군대하고 전쟁무기로 빼앗거나 가로채서 누리기 일쑤였습니다. 모든 문명이 이와 같아요. 그래서 모든 문명은 언제나 새로운 문명, 다시 말해서 새롭고 더 센 군대하고 전쟁무기한테 짓밟혀서 사라집니다.


  오늘 우리 모습을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밥도 집도 옷도 짓지 못하는 군대하고 전쟁무기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는 바보짓을 해야 할까요? 바보걸음은 언제 멈출까요? 지구 어디에서나 손수 살림을 짓는 곳에서는 밥도 옷도 집도 넉넉합니다. 싸워서 윽박지르지 않아도 이웃하고 알뜰히 나눌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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