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털도사와 108 요괴 - 청년사 만화 작품선 06
이두호 지음 / 청년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105


《머털도사와 108요괴》

 이두호

 청년사

 2004.7.3.



  요괴나 괴물이나 귀신을 다루는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동화책이 참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쓰거나 그리는 사람은 어디에서 실마리를 얻었을까요? 그들은 요괴나 괴물이나 귀신을 만났을까요? 아니면 다른 책에서 엿보고서 줄거리를 따왔을까요? 아이들이 《머털도사와 108요괴》 같은 만화책을 펴서 볼 적에는 낄낄대지만, 정작 해 떨어지고 별이 돋는 밤이 되면 마당으로 혼자 나가서 쉬를 누지 못합니다. 요괴나 괴물이나 귀신이란 없다고, 너희 마음에서 그런 것을 일으킬 뿐이라고, 그런 것이 있더라도 너희를 건드리지 못한다고, 너희 스스로 즐거우며 씩씩하게 서면 어떤 것도 너희 곁에 다가오지 못한다고 이야기해 주는데, 언제 이 대목을 깨닫고 받아들이려나 하고 지켜봅니다. 이두호 님이 빚은 만화 가운데 ‘머털이’는 투박하면서 상냥하게, 때로는 짓궂지만 너그러이 하루를 짓는 길에서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누구보다 다부진 몸하고 마음이 되려고 합니다. 잘난 삶도 못난 삶도 아닌, 어깨동무하는 삶하고 사랑스러운 삶을 걸어가려 해요. 이 만화를 손에 쥐는 아이들이 벗을 어떻게 사귀고 하루를 어떻게 짓는지 즐겁게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이 버릇없는 녀석들! 너희들에겐 나 같은 동생도 없냐!” “맙소사!” “야, 이 녀석아!” “어?” “인사는 너 같은 꼬마가 우리한테 하는 거야! 알았어?” “동네사람들아! 여기 큰 녀석이 작은아이님한테 손찌검하려 한다!” (25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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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3.


《처음 사람 1》

 타니가와 후미코 글·그림/박소현 옮김, 삼양출판사, 2018.8.27.



아이들하고 마을 빨래터에 간다. 나는 물이끼를 걷어내고, 아이들은 저희 신을 빨래한다. 아이들 빨래질은 좀 서툴지만 신을 빨 적에는 안 쳐다보기로 한다. 저희 스스로 천천히 깨닫고 배우리라 본다. 빨래터 물이끼를 다 걷고 물갈이를 할 즈음, 요 몇 달 동안 미꾸라지를 못 봤는데 씨가 말랐는지, 누가 다 잡아갔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바로 이때 미꾸라지 한 마리가 꼬물꼬물 헤엄친다. 어라, 너 잘 살았구나! 신을 다 빨고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미꾸라지를 찾아낸다. 어린 미꾸라지도 보고, 민물새우도 본다. 눈여겨보니 잘 보이지? 만화책 《처음 사람》 첫걸음을 읽으며 타니가와 후미코 님 책은 언제 보아도 줄거리가 탄탄하며 이쁘다고 느낀다. 다만 한 가지가 아쉽다. 늘 남녀 사이에 얽히고 맺는 줄거리만 다룬다. 굳이 다른 줄거리를 다루어야 하지는 않을 테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얽히는 놀이’를 줄거리로 다루면 재미없다고 여긴다. 가만 보면 사회도 문학도 예술도 온통 이런 놀이만 있다. 좋으니 싫으니 툭탁거리는 놀이가 재미나다고 여길까? 사람살이는 이런 툭탁질 말고는 없나?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기쁜 자리를 조금 더 넓고 깊으면서 새롭게 그릴 수 있다면, 눈이 확 트이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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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2.


《꽃피는 보푸라기》

 김금래 글·김효은 그림, 한겨레아이들, 2016.10.20.



오늘 10시에 고흥군청 앞에서 ‘해창만 수상태양광 발전소’를 반대하는 집회가 있다. 고흥군은 벌써 멧자락이며 들녘이며 곳곳에 태양광 집열판을 잔뜩 깔았다. 이른바 볕좋은 자리마다 태양광 집열판이 들어서면서 숲하고 마을을 망가뜨리는데, 한발 나아가 바다를 망가뜨릴 짓까지 일삼으려 든다. 그런데 전기를 누가 쓰나?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이름처럼 맑은 바다에 이런 짓을 하고, 송전탑을 도시로 잔뜩 박으면 이 나라 앞날이 어찌 될까? 동시집 《꽃피는 보푸라기》를 읽는다. 어른이 아이를 내려다보는 말장난이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구나 싶다. 퍽 아쉽다. 한겨레라는 신문사에서 가지를 친 출판사에서마저 말놀이 동시집밖에 못 내는구나. ‘꽃피는 보푸라기’라는 글은 길거리에서 산 값싼 양말에 보푸라기가 많아 아이가 창피해 하는 줄거리를 담는데, 아이가 참말로 이런 일에 창피하다고 느끼나? 어른 생각 아닌가? 동시에 꼭 고운 말 바른 말만 써야 하지는 않지만, 어른 사회 거친 말씨나 영어도 너무 잦다. 아이들도 요새 이런 ‘거친 말’을 흔히 쓴대서 어른들이 동시에 이런 말을 마구 써도 되지는 않는다. 모름지기 어른이라면, 동시를 쓰려는 어른이라면 ‘아이 눈높이’가 아닌 ‘아이 삶과 사랑’으로 바라볼 노릇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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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창비시선 239
안도현 지음 / 창비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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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9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안도현

 창비

 2004.9.15.



  교과서에서 다룰 수 있는 문학은 몇 가지 안 됩니다. 학교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에서는 모든 책을 건사하지 않습니다. 저는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교과서로 문학을 배울 적에 처음에는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문학’이 있는 줄 몰랐고, 나중에는 교과서에 안 실리거나 못 실린 문학이 엄청나게 많은 줄 느꼈으며, 이윽고 교과서에 어느 문학을 누가 넣느냐 하는 대목에서 퍽 얄궂구나 싶었어요. 교사가 안 가르치면 학생은 모르고, 사서가 안 갖추면 사람들은 책을 못 빌립니다. 교과서 엮는 이가 이녁 알음알이에 그치면 아이들은 문학을 보는 눈을 못 넓힙니다.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를 읽으며 한국 문학이 이렇게 따분하던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시인이란 이름을 쓰는 사내는 왜 툭하면 ‘처녀’ 타령을 할까요? 한국에서 시를 쓰는 분은 왜 말장난을 즐길까요? 학교에서 이렇게 가르치고, 교과서에 이런 시를 담으며, 도서관도 이런 얼거리 문학만 갖추기 때문일까요? 창작에다가 비평이 모두 사내들 각시놀음과 말놀음에 매이는 탓일까요? 사회에 길들 적에는 글에서 힘이 사라집니다. 사회를 길들일 적에는 글에서 사랑이 스러집니다. ㅅㄴㄹ



처녀들이 사과를 받아서 두 손으로 닦은 뒤에 / 차곡차곡 궤짝에 담는다 사과가 / 코를 막고 한알씩 눈을 감았기 때문에 (덜컹거리는 사과나무/26쪽)


바다의 입이 강이라는 거 모르나 / 강의 똥구멍이 바다 쪽으로 나 있다는 거 모르나 / 입에서 똥구멍까지 / 왜 막느냐고 왜가리가 운다 / 꼬들꼬들 말라가며 꼬막이 운다 (왜가리와 꼬막이 운다/106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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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달처럼 - 1997 제7회 서라벌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97
김형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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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래책시렁 27


《새벽달처럼》

 김형영

 문학과지성사

 1997.4.21.



  서울 같은 고장으로 마실을 가면 별을 보기 아득합니다. 높은 집에 하늘이 거의 가리기도 하고, 하늘을 아예 볼 수 없는 길이 많으며, 전깃줄이 잔뜩 뒤얽히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이런 서울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면 아주 자그마한 빛으로 반짝이는 별을 만나요. 별을 느끼면 별한테 속삭여요. 반가워, 널 여기에서도 만나니 좋구나. 《새벽달처럼》을 읽습니다. 1992년에 시집을 낸 분은 풀밭에 누워 보기도 했다지만, 요새는 서울에서 누울 만한 풀밭을 찾기 어려울 뿐더러, 풀밭에 눕는 이는 드물겠지요. 서울 같은 고장에 살며 아이들한테 별을 무어라 이를 만할까요? 눈으로 보기도 힘든 별이 왜 태어나고 어떻게 빛나며 우리 삶에 어떤 숨결인가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오늘 우리는 새벽바람으로 집을 나서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하루가 되면서, 어른도 아이도 별을 가까이하기 힘든 나머지, 저녁별 밤별 새벽별 모두 잊은 하루일 수 있습니다. 별뿐 아니라 아침해 낮해 저녁해 모두 못 느끼는 삶일 수 있어요. 새벽달처럼, 새벽해처럼, 새벽을 열며 노래가 흐르기를 빕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머리로 별빛 햇빛 고이 퍼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풀밭에 누우면 풀과 알고 / 눈을 감으면 / 눈에 보이지 않던 것과 알고 (우리는 다 아는 사이/19쪽)


아빠, 저게 뭐야? / 별 / 별이 뭐야? / 이름이란다 / 그럼 그냥 별이라고 부르면 돼? / 그렇단다 / 아름답다라고 하면 안 돼? / 친구라고 하면 안 돼? / 엄마라고 하면 안 돼? (이름/5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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