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다발 - 타카하시 루미코 걸작 단편집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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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13


《붉은 꽃다발》

 다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7.4.25.



  같은 땅을 딛고 살지만 생각이 참 다르구나 싶어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생각이 참 다르기에 우리 삶은 여러 가지 모습이 무지개처럼 빛나지 싶어요.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도 걸음걸이가 참 갈라지네 싶어 놀라곤 해요. 그런데 다들 걸음걸이가 참 갈라지니 이 길도 저 골목도 그 마을도 아기자기하도록 다른 멋을 풍기면서 어우러지지 싶습니다. 《붉은 꽃다발》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릅니다. 어느 누구도 똑같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다 다른 사람들 다 다른 마음’이 부딪히기 일쑤인데, 다 다르면서도 만나는 자리가 있어요. 비록 이 같은 자리, 서로 만나는 자리, 뒤늦게 알아채면서 눈물에 젖거나 한숨을 짓더라도 활짝 웃음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어쩌면 삶을 내려놓고 이 땅을 떠날 때에 이르러서야 깨달을는지 몰라요. 때로는 곁님이 삶을 내려놓고 이 땅을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아챌는지 모르고요. 어떤 걸음이든 삶이요, 어떤 몸짓이든 사랑입니다. 하루를 짓는 길을 같이 걸으면 좋겠어요. 하루를 이루는 사랑을 함께 느끼면 좋겠어요. 벼랑에서 미끄러지는 때에라도 ‘그동안 그대가 곁에 있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오. 여태 입으로 말을 못했지만 사랑한다오’ 하고 읊는다면 좋겠어요. ㅅㄴㄹ


“괜한 참견인지 몰라도, 아드님의 참모습을 봐 주세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는 그대로 봐 주세요.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62쪽)


“더 이상 나더러 어쩌라고! 그 지경이 돼서까지 설교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늙은이가! 그 사람은 옛날부터 그랬어. 내가 뭘 해도 칭찬 한 마디 없었지. …… 나는, 칭찬받고 싶었나?” (126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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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의 유언 - <모모>의 작가 엔데, 삶의 근원에서 돈을 묻는다
카와무라 아츠노리 외 지음, 김경인 옮김 / 갈라파고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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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36


《엔데의 유언》

 카와무라 아츠노리·그룹 현대

 김경인 옮김

 갈라파고스

 2013.5.22.



그(엔데)는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돈을 흩뿌리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존경을 불러일으킬 만한 지적 사업을 실현하는 것이라 했다. (29쪽)


마르크스의 최대 실수는 자본주의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47쪽)


게젤은 토지를 공유화한 후 토지용익권의 대가인 지대를 사회생활의 기본을 받쳐주는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데 쓰거나 여성의 가사노동에 보수를 주는 원천으로 쓰려 했다. (152쪽)


채무경제는 기업에 항상 무리한 성장을 강요한다. 그러면 어딘가에서 희생자가 나올 것이고, 환경과 인간이 바로 그 희생자가 된다. (174쪽)


돈의 상식을 의심해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지역통화를 만들어 가는 구조를 추진해 간다면 우리의 경제와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날 것이다. (273쪽)



  저 스스로 문득문득 놀라는데, 어느 때에는 기꺼이 나서서 일을 하지만 돈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어느 때에는 일삯을 넉넉히 챙겨 준다고 하더라도 썩 내키지 않아서 안 하고 싶다고 느낍니다. 돈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일을 하거나 도우려고 할 때가 있고, 돈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손사래칠 때가 있어요.


  살림돈이 바닥이 나서 돈을 빌려야 한 적이 제법 있습니다. 이때에 아무 말 없이 돈을 빌려줄 뿐 아니라, 제가 바라는 크기보다 더 얹어서 빌려주는 이웃님이 있어요. 이와 달리 돈을 빌려주지 않는 이웃님도 있지요. 빌려주는 이웃님이라서 더 좋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안 빌려주는 이웃님이라서 나쁘거나 안 훌륭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삶과 살림이 다르기에 그때그때 다를 뿐이라고 느낍니다.


  《엔데의 유언》(카와무라 아츠노리·그룹 현대/김경인 옮김, 갈라파고스, 2013)은 오늘날 이 별에서 돈이란 무엇인가를 살피면서, 돈에 얽매인 삶하고 돈에서 홀가분한 삶은 또 무엇인가를 짚으려고 하는 책입니다. ‘돈이 모두’가 아니라 ‘삶이 모두’요,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고 하는 길을 밝히려고 미하엘 엔데 문학을 바탕으로 여러 나라 여러 마을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삶을 짓는 돈’하고 ‘삶을 가꾸는 마음으로 나누는 돈’을 이야기해요.


  경제 정책을 펴기에 경제가 살아날 수 있지만, 경제라는 틀에 매이기에 경제마저 놓치거나 흔들릴 수 있습니다. 교육 정책을 펴기에 교육이 살아날 수 있지만, 교육이라는 굴레에 갇히기에 교육마저 잊거나 잃을 수 있어요. 경제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뒷전으로 밀어놓는다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한테 자유나 민주나 평화나 평등은 뒷켠으로 접어놓는다면, 경제도 교육도 참뜻을 잃겠지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돈이 있으면 더 좋을 수 있고, 돈을 넉넉히 쓰거나 나누는 길도 얼마든지 좋을 수 있어요. 그러나 돈‘을’ 찾거나 나누는지, 돈‘만’ 찾거나 나누는지 따질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사람이 쓰는 돈이고, 사람이 짓는 돈이에요. 사람이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가는 길에 있는 돈이고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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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너무 무거웠어요 문지아이들 45
아르노 그림, 뤼카 글, 최윤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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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28


《동생이 너무 무거웠어요》

 뤼카 글

 아르노 그림

 최윤정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3.9.26.



  지구라는 별에서 꽤 많은 나라는 가시내한테 집안일을 잔뜩 맡기기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어린 동생을 안거나 업어서 돌보는 일까지 맡겼지요. 어린이가 아기를 업어서 돌본 셈인데, 가만히 보면 어린 가시내가 더 어린 동생을 업거나 돌보는 일은 흔해도, 어린 사내가 더 어린 동생을 업거나 돌보는 일은 무척 드물어요. 왜 이랬을까요? 가시내뿐 아니라 사내도 아기를 돌보고 동생을 보살피는 살림을 어려서부터 함께 배워서 살림짓기를 같이 가꾸어야 즐겁지 않을까요? 《동생이 너무 무거웠어요》를 읽으면서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 가시내가 참으로 괴롭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혼자가 아니로군요. 사람들 스스로 사슬에 갇혀 못 보던 삶을 지그시 바라보는 할아버지가 있고, 이이는 사람들이 스스로 사슬을 알아채어 고칠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을 어린 가시내 마음자리에 문득 심습니다. 아이 마음에 새로운 사랑을 넓고 깊이 담아 주어요. 할아버지가 심은 사랑이란 씨앗은 어린 가시내 마음자리에서 무럭무럭 자라겠지요? 이 알뜰한 사랑이 온누리 모든 아이들 마음자리뿐 아니라 어른들 마음밭에서 다 같이 싱그러이 자란다면 아주 기쁘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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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야시몬 4
이시카와 마사유키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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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12


《모야시몬 4》

 이시카와 마사유키

 김시내 옮김

 시리얼

 2018.3.25.



  누구는 나무에 깃든 숨결을 마음으로 느낄 뿐 아니라 눈으로도 보고 손으로도 만집니다. 누구는 풀에 깃든 넋을 마음으로 알 뿐 아니라 눈으로도 지켜보고 손으로도 어루만집니다. 누구는 나무숨결이나 풀넋 모두 못 알아채거나 아예 생각조차 안 합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니 눈결이며 마음빛이 다 다릅니다만, 왜 이렇게 벌어질까요? 어떤 재주나 솜씨가 있고 없는 갈림길이 아닌, 스스로 어떤 마음이나 생각인가에 따라 벌어지는 모습은 아닐까요? 스스로 사랑하며 다가설 적에는 읽거나 느낄 줄 알지만, 조금도 사랑이 없이 구경하거나 팔짱을 끼니 하나도 못 읽거나 안 느끼지 않을까요? 《모야시몬》 네걸음을 읽으니, 이제 ‘균을 맨눈으로 볼 줄 아는 아이’가 여태 어떤 마음빛으로 살아왔는가 하는 대목을 넌지시 건드립니다. 어버이한테서 어떤 피를 그냥 물려받기만 하지 않았다는 대목을,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재주나 솜씨가 몸에 깃들지 않았다는 뜻을 건드리지요. 잘 생각할 노릇입니다. 우리가 열린 마음일 적에 사랑을 해요. 스스로 닫힌 마음이라면 사랑을 못합니다. 아무리 안 보이는 눈이라 하더라도 마음을 열 적에는 어렴풋이 느끼면서 매우 깊게 기쁨이 솟아나고 노래가 터져나올 수 있어요.



“소년, 여전히 균들을 사랑하고 있나?” (154쪽)


“그런가? 너희는 내내 있었구나.” (16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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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2
미쯔다 타쿠야 지음, 오경화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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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11


《메이저 세컨드 2》

 미츠다 타쿠야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7.5.31.



  어버이한테서 피를 물려받는 아이입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 새로 어버이가 되면 새로 낳는 아이한테 제 피를 물려줍니다. 어버이가 물려주는 피는 아름다운 사랑일 수 있고, 뛰어난 솜씨일 수 있습니다. 남다른 숨결일 수 있고, 엄청난 기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삶을 보는 눈이나 사랑을 읽는 마음이나 살림을 짓는 손이나 생각을 키우는 넋일 수 있어요. 《메이저 세컨드》라는 만화책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야구 선수로 뛴 이가 아버지가 되어 아들을 낳았고, 이 아이들이 제 텃나라 텃마을에서 야구를 즐기는 길을 어떻게 가는가를 들려줍니다. 두걸음째를 읽으니 한 아이가 다른 아이한테 불쑥 말합니다. ‘우리(너랑 나)는 아버지한테서 야구를 좋아하는 솜씨’를 틀림없이 물려받았다고 말이지요. 이 대목을 읽다가 책을 오래도록 덮었습니다. 더없이 맞을 뿐 아니라 참으로 알찬 말이더군요. 그지없이 옳을 뿐 아니라 둘도 없이 사랑스런 말이기도 하고요. 저는 우리 어버이한테서 제 삶길을 스스로 씩씩하게 걷는 숨결을 물려받았지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저한테서 아이들 나름대로 생각을 짓고 사랑을 꿈꾸며 슬기롭게 살림하는 기쁨을 물려받으면 서로서로 함박웃음을 터뜨리겠네 하고 헤아려 보았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재능’은 아버지한테서 확실하게 물려받은 거지.” (7쪽)


“그리고 창피 좀 당하면 어때? 다이고 너도 이제 웬만하면 그딴 것 좀 그만 신경 써. 창피한 건 나쁜 일이 아냐. 나쁜 건 창피 당할까 봐 두려워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거지.” (27∼2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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